뷰티 고관여자들이 추구하는 ‘히알샤워’의 정체

모태 건성의 구원자일까? X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히알샤워’.

X를 점령한 뷰티 루틴

최근 SNS(특히 X)를 중심으로 떠오른 뷰티 루틴이 있다. 바로 히알샤워. ‘피부과 가지 말고 제발 히알샤워하세요’ ‘왜 이제 했나 싶어요’라는 극찬 섞인 후기가 쏟아지며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루틴은 X 유저 ‘괴나리봇짐(@beautiemaker)’에서 시작된 것으로, 샤워 후 화장품을 바르는 기존 상식을 뒤집어 화장품을 먼저 바른 뒤 샤워하는 역발상 케어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세안 후 히알루론산 성분의 에센스나 크림을 얼굴에 도톰하게 얹어준다. 그 상태로 샤워를 마친 뒤, 얼굴에 남은 잔여물을 물로 가볍게 닦고 평소처럼 스킨케어를 마무리하는 것. 속건조가 순식간에 해결되고 은은한 수분광이 돈다는 찬양 일색의 후기 앞에 수십 년을 ‘모태 건조녀’로 살아온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직접 해보니, 이게 되네? 

보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질 제거까지 꼼꼼하게 마친 뒤, 젤 타입의 수분 크림을 얼굴 윤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듬뿍 발랐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작하자 욕실 안은 금세 수증기로 가득 찼고,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마치 스파에서 스팀 마사지를 받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다만, 샤워 중에 물이 얼굴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주의하며 머리를 감는 과정이 꽤 번거로웠지만, 촉촉해질 피부를 기대하며 꾹 참았다.

샤워를 마친 뒤 거울을 보니 수분 크림의 상당 부분이 씻겨 내려간 듯해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반전은 물기를 닦아낸 직후였다. 평소라면 옷을 챙겨 입기도 전에 얼굴이 땅기고 갈라졌을 텐데, 히알샤워 후에는 기초 제품을 바르기 전까지 피부가 물을 머금은 듯 편안하게 유지되었다. “이거 진짜 효과 있잖아!”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얼굴에 물이 흐르는 점이 불편하다면 시트 마스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흘러내림 없이 얼굴에 밀착되어 물이 튀어도 유효성분이 희석될 걱정 없이 훨씬 편안했으니까.

피부 흡수보다는 강력한 수분 홀딩

샤워하는 동안 우리 피부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흔히 물기로 피부가 촉촉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본래 피부장벽은 지질과 천연 보습 인자로 이루어져 수분을 유지하고 보호한다. 하지만 샤워 중 발생하는 열기와 습기는 이 장벽을 일시적으로 느슨하게 만든다. 특히 샤워 직후 물기가 마르는 과정에서 피부 속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는 경피수분손실(Transepidermal Water Loss, TEWL) 현상이 극대화된다. 세안 후 단 3분 만에 피부 수분의 50%나 증발할 정도이니, 샤워 직후는 피부 건조와 장벽 손상을 결정짓는 잔인한 골든타임이다.

히알샤워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에 대해 미파문 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히알샤워는 보습제와 욕실 내 높은 수증기, 온도를 이용해 피부 각질층을 일시적으로 부드럽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아쉽게도 히알루론산 성분 자체가 샤워 중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바른 히알루론산이 샤워 중 발생하는 수증기를 자석처럼 끌어당겨 수분 증발을 막는 물리적 차단막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문득곤 원장은 “극건성이나 수부지 피부라면 샤워 중 수분 손실을 막는 프리-모이스처라이징 과정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내 피부에 맞는 히알샤워 찾기

성공적인 히알샤워를 위해 가장 먼저 체크할 것은 제품의 포뮬러다. 샤워 중에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져 피부 민감도가 평소보다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히알루론산이나 글리세린, 판테놀, 세라마이드 같은 기본에 충실한 보습 성분 위주의 제품을 선택하자. 피부장벽 강화를 돕는 펩타이드나 진정 효과가 뛰어난 시카 성분도 훌륭한 대안이 된다.

단, 레티놀과 비타민 C, AHA나 BHA 같은 산성 성분은 절대 금물이다. 샤워 중 고온 다습 환경이 이런 기능성 성분의 자극을 증폭시켜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향료나 에센셜 오일이 포함된 제품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히알샤워가 귀찮고 번거로운 이들을 위한 현실 솔루션이 있다. 바로 욕실 선반에 수분 에센스를 상시 비치해두는 것. 샤워를 끝낸 뒤 물기를 닦자마자 3초 안에 에센스를 바르면 히알샤워와 거의 유사한 수분 홀딩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핵심은 수분이 날아갈 틈을 주지 않는 타이밍!

이로미스의 릴렉스 위드 나이트 에센스. 서로 다른 히알루론산 성분 3가지가 피부에 촘촘하게 수분을 공급해 장벽을 탄탄하게 유지한다. 30ml 12만원.
피지오겔의 DMT 리제너러티브 크림. 초저분자 히알루론산 함유로 피부 속부터 수분을 채우고 탄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100ml 3만1천5백원.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수분크림. 생녹차수와 5중 히알루론산의 강력한 수분 시너지로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를 완성한다. 50ml 2만7천원대.
아누아의 PDRN 히알루론산 캡슐 100 세럼. 수분과 보습에 효과적인 성분을 담아 속건조를 빠르게 완화한다. 흡수력도 빨라 끈적임이 없다. 1mlX10개 2만원.
    포토그래퍼
    정원영
    도움말
    문득곤(미파문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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