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웨이브 <공양간의 셰프들>의 사찰음식 명장 6인을 만나다(1)

2026.02.24허윤선, 김정현

한국 사찰 음식의 명장. 여섯 스님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 시작된다.

청정, 유연, 여법. 이 세 가지는 사찰 음식의 근간이 되는 철학으로 ‘삼덕’으로 불린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여법, ‘어떻게 하면 부처님 가르침과 부합할 수 있을까’이다. 그래서 사찰 음식은 단순히 맛을 추구하는 미식과는 다르며, 스님에게 요리는 곧 수행이다. 웨이브 <공양간의 셰프들>은 우리나라에 단 여섯 분밖에 없는 사찰 음식 명장 스님과 함께 사찰 음식을 다시 정의하고, 공양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비건과 채식,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사람들은 사찰 음식에 열광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인식도 생겨났다. 바로 이 점을 바로잡고, 바르게 알리는 것.
계호 스님과 대안 스님, 선재 스님, 우관 스님, 적문 스님, 정관 스님. 각자의 자리에서 오랜 세월 수행해온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다.

선재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음식 제1호 명장 스님. 일찍이 저서와 강연, 수업을 통해 사찰 음식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최근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재료의 한계 속에서도 사찰 음식의 정수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인연이 모여서 내 입속에 들어갑니다. 혼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연을 통해 내게 왔기 때문에, 내 존재는 모든 자연의 생명과 우주의 생명과 함께입니다.”

선재 스님을 처음 인터뷰한 건 2012년이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스님은 달라진 게 없었다. 지구 곳곳에 사찰 음식을 전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을 가르친다. <흑백요리사>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스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상의 관심은 뒤로한 채 장독대를 돌보고 재료를 다듬는다. 바깥 공기는 여전히 시리지만, 광주리에는 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 팽이버섯 등이 유리창 넘어 들어온 햇살의 기운을 쬐고 있었다. 평범한 재료임에도 유난히 정갈한 모습. 다 마르면 장아찌도 담그고, 국물을 낼 때도 쓴다.

“요즘은 김치만 가르치고 있어요. 김치가 제일 중요하니까. 채소로 김치를 담으면 채소가 가진 거친 맛, 냉한 맛이 발효되면서 조화를 이루죠.” 스님이 물김치를 내주며 말했다. “좁쌀, 보리쌀, 수수, 통밀, 그때그때 옥수수도 넣죠. 내가 담근 집간장이 들어가고요.” 봄이 되면 시금치 김치를 담그고, 생강나무 꽃이며, 칡순과 칡꽃, 솔가지, 잣, 측백나무 열매 등 모든 것이 김치가 된다. 단,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계절의 순리대로다. 이 또한 불교의 가르침이다. “사찰 음식에는 항상 문화를 얹어야 해요. 경전에서도 말합니다. 밥 한 그릇을 줘도, 물 한 그릇을 줘도 불법을 얹어주라고요. 불교가 가진 생명관을 항상 전하라는 의미입니다. 배추 하나만 봐도 땅의 기운과 물의 기운, 햇빛의 기운, 바람의 기운이 깃들어 있어요. 우주의 생명체가 함께하는 겁니다. 내게도 그냥 오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칩니다. 세상의 모든 인연이 연결되어 내게 왔기에, 어느 것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자연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길 때 내 몸도 살 수 있고 자연의 생명도 살 수 있다. 자연의 생명들과 교감하면서 그를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내 마음의 자비를 최대한 끄집어내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 그래서 사찰 음식은 만드는 것도, 맛보는 것도 수행이어야만 한다. 사찰 음식의 지향점은 ‘무(無)의 맛’. 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찰 음식은 스님에게는 수행식입니다. 혀에 맛있는 맛을 추구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고요한 맛이죠. 마음이 맑고 고요할 때 진정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요.”

<공양간의 셰프들>에서 선재 스님은 방아와 고추장으로 장떡을 만들었다. 서양의 허브는 웬만하면 다 알면서도 우리나라 초피, 방아, 산초는 잘 모르는 게 아쉽다고. “방아꽃이 필 때는요. 너무 예쁜 나비들이 수없이 날아다녀요. 너무 아름답게.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생명이 어우러진 우주. 불교는 생명 존중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이는 환경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자연의 생명에 감사하며 자연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발우공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먹은 남은 찌꺼기가 땅과 물을 더럽히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거죠. 발우공양의 정신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죽음의 문턱까지 가며, 그걸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정관 스님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수상한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 스님.
최근 출가 이후 50여 년의 시간을 담은 에세이 <정관 스님 나의 음식>을 출간했다.

“음식을 할 때는 온 마음과 감각을 동원해서 재료와 나의 화합을 담아내야 해요.”

정관 스님에게는 늘 ‘셰프들의 셰프’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 2015년 <뉴욕 타임스>가 ‘철학자 셰프’라 극찬한 데에 이어 2017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서 사찰 음식의 청명한 세계를 풀어냈다. 그가 자연의 재료로 즉흥적으로 요리하는 모습은 오케스트라 지휘처럼 막힘없고 유려하다. 그는 음식을 통해 수행하며 요리 과정 곳곳에 불교 이념을 녹여낸다. 촬영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인 그는 가능한 한 식재료를 버리지 않으려 그릇 대신 시든 배춧잎을 뜯어 그 위에 손질한 재료를 놓는 것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양념은 남김없이 사용하고, 식재료의 자투리도 고이 모아둔다. 동시에 평범한 식재료를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이 그 속에서 펼쳐진다. 납작 배추 무침을 쌈 형태로 만들고, 절구를 접시로 활용하니 익숙한 재료가 낯선 맛과 아름다움을 뽐낸다.

“절에 와서 어른 스님들이 하는 걸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맛보면서 전체를 읽으려고 했어요. 음식을 만들 때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온 정성을 다해요. 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농사꾼의 노고와 먹는 사람의 복을 헤아릴 때 ‘보리일미(普里一味)’의 맛으로 완성돼죠”라며 웃어 보였다. 요리할 때는 늘‘왕’의 마음으로 한다는 스님은 그 이유를 미식의 즐거움으로 설명한다. “먹는다는 건 인생에 있어 즐거움이잖아요. 상대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고,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겁죠. 내가 기꺼운 마음으로 해야 먹는 이도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요.”

식재료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을 거는 그에게는 여섯 스님이 함께한 <공양간의 셰프들> 촬영도 놀이와 같았다. “출가 후 처음 절에 오면 누구나 행자 생활을 해요. 당시 공동체로서 밭에 농사를 짓고 빨래나 음식 등을 하며 다 같이 생활하죠. 그때 즐거운 에너지가 돌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수행할까?’ 같은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여섯 스님이 모여 요리하는 이 자리가 그때를 추억하게 하더라고요. 초심으로 돌아가 그때 모인 인연들 같아 행복했어요.”

최근 사찰 음식에 쏟아진 관심으로 덩달아 바빠진 정관 스님은 앞으로도 분주히 사찰 음식의 가치를 더 열심히 알릴 예정이다. “온 세계가 큰 아픔을 겪은 뒤로 ‘생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인식이 생명력 있는 몸과 마음을 지탱하는 건 음식이라는 사실에 도달했고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방식의 식문화인 사찰 음식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온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행복을 유지하기를 바라요.”


적문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음식 교육기관인 ‘전통사찰음식 학습체험관’을 두고 있는 수도사의 주지 스님. 오랫동안 사찰 음식을 연구해왔으며, 3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교육자이자, 국내 유일의 ‘비구 명장’이다.

“저는 음식을 하는 수행자죠. 그러니 기쁜 마음을 유지하고 있어야겠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사진 속 작품은 박수이 작가 작품, 디앤틱 김성숙 소장

적문 스님의 말은 이유 없이 흐르는 법이 없다. 과거로 돌아가 유래와 연유를 찾는다. 부처님은 왜 삼륜청정(三輪淸淨)을 강조했는지, ‘수자타’는 누구이고, 유미죽은 왜 성불의 음식인지. 한때는 기자로 전국을 취재하고, 이후로는 연구하고 가르쳐온 학자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는 자신에게 두 번의 회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번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였고, 두 번째는 학보사에서 사찰 음식을 취재하면서였죠. 기독교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소명감일 거예요. 비구니 스님도 아니고 비구 스님이 사찰 음식을 연구한다고 다들 의아해했죠.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던 시절이었어요.”

2019년 적문 스님은 사찰 음식 연구와 교육에 힘쓴 공로로 명장에 올랐다. <공양간의 셰프들>을 계기로 더욱 화합할 수 있는 명장 스님들의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스님의 기쁨 중 하나다. 스님은 현재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명상과 사찰 음식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한다. “호흡, 들숨과 날숨, 명상…. 이들은 다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거기에서 음식을 도외시할 수가 없어요. 특히 숨 공부를 하는 분들은 분명히 알 겁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호흡도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음식을 할 때도 자연스러움을 따진다.

불교는 욕심을 내지 않으며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사찰 음식은 정형화된 레시피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말도 거기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팔도마다 각각의 음식이 있으며, 지역마다 특산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계절마다 주어진 재료로 만드는 거죠.” 적문 스님의 요리를 대표하는 ‘취나물 쑥 완자탕’도 그렇게 나왔다. 봄이 돼서 겨우내 움츠렸던 기를 보해주는 쑥과 취, 으깬 두부에 찹쌀을 넣고 동글동글하게 빚어 찌고, 채수와 다시마, 곰피를 우린 육수에 항아리에서 15년 묵은 간장으로 간을 한다. 채소물을 우려내느라고 쓴 건표고를 잘라 고명으로 얹고, 붉은 고추를 잘게 썰어서 올리는 이 음식을 스님은 ‘봄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항상 강의할 때면 도겐 스님의 가르침을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대심’, 평등한 마음. 두 번째는 ‘노심’, 할머니가 손주를 사랑하듯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 세번째는 ‘희심’, 기쁜 마음이죠. 항상 이 대심, 노심, 희심으로 조리합니다.”

    포토그래퍼
    유동군
    사진 출처
    COURTESY OF WAVVE(STILL)
    로케이션
    TEA HOUSE ILJI, GALLERY ILJI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