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날 선 얼굴로 펼쳐놓은 박지훈의 새빨간 마음. 

블랙 가죽 재킷은 노디코마(Nodicoma). 셔츠는 존 바바토스(John Varvatos). 워싱 진은 골든구스(Golden Goose). 실버 첼시는 써저리X쏘유레슈어(SurgeryXSoulesures). 네크리스는 센티멍(Sentiments). 하네스는 이오공(EO0X0X0).

스웨터와 가죽 팬츠. 워커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네크리스와 링은 SMFK. 이어커프는 로아주(Roaju).

패딩 점퍼는 골든구스. 네크리스와 이어커프는 센티멍.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1>(이하 <약한영웅>)의 반응이 뜨거워요.
재미있게 봐주시니 무척 감사하죠. 주변의 반응보다 부모님께서 몰입해 보시니까 ‘내가 진짜 잘 찍었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출연한 작품을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시는 건 처음이거든요.

부모님이 제대로 과몰입하셨나요?
“수호, 어떻게 된 거야. 죽은 거야? 산 거야? 범석이는 어디로 간 거야?”라며 질문을 엄청나게 하세요. 뭉클하면서도 기분 좋더라고요. 요즘 “엄마 뭐해?” 하고 보면, 늘 <약한영웅>을 보세요.

지훈 씨는 N차 관람을 했나요?
정주행을 한 번 한 다음부터는 클립으로 반복해서 봐요. 보고 또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으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많아져요.

작품의 성적과 만족도는 별개인가요?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완벽에 가까울 수는 있어도 100% 완벽할 수는 없죠. 시청자의 가슴속에 뭔가를 더 심어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번에도 놓친 부분이 자꾸 보여요.

어떤 장면이 제일 아쉬워요?
1화에서 시은이가 자기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어요. 실제로 뺨을 때리다 보니 깊게 몰입했는데도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더라고요. 눈을 또렷하게 뜬 채로 광기 가득한 사람처럼 연기하고 싶었는데, 제 몸이 아프다는 걸 인지해버리는 바람에.

윙크남, 저장남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시은이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면이 있나 봐요?
시은이를 연기하려면 외로움에 완전히 담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있기도 해봤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어요. 일반적으로 연기할 때 과거의 경험에서 비슷한 감정을 떠올리는 편인데, 시은이의 외로움을 생각하니 그룹에서 솔로로 활동했을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감정을 잊지 않고 가져가려고 집중했어요. 감정 표현이 없는 인물이다 보니 눈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해서 멘붕 직전까지 가기도 했어요.

어떻게 인물에 다가가는 편이에요?
대본을 볼 때는 느린 호흡으로 정독해요. 읽고 또 읽으면서 제 머릿속 가상의 무대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죠. 연기를 하는 배우, 작품을 볼 시청자, 감독님, 현장 스태프의 입장에서 ‘이 연기가 타당한가?’라는 질문도 해요. 최대한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백지로 가는 경우도 있어요. 현장에서 감독이나 상대 배우의 피드백을 듣고 흡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만큼 엄청난 카타르시스로 돌아온 장면이 있나요?
8화 엔딩을 촬영한 순간의 기억이 선연해요. 유리창을 다 깨부수고 소리를 지르고 뒤돌아 걸어가는데, ‘시원하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우울함, 처절함, 분노, 억울한 감정이 한데 뒤얽혀서 시은이가 드디어 탈피했구나 하는 짜릿한 감정이 몰려왔어요.

다들 박지훈을 발견했다고 하죠.
<약한영웅>에 들어가면서 세운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이전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자. 작품의 성패를 떠나 박지훈에게는 지금까지와 또 다른 이미지가 있고, 이 역시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인정받고 싶었다는 마음에 더 가깝죠. 그래서 준비 과정부터 사활을 걸었어요.

사활이라니. 이미지 변신에 그토록 간절한 이유가 있었나요?
중학교 2학년부터 연습생을 시작해서 고등학생 때 <프로듀스 101>에 나갔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귀여운 이미지만 보여드렸죠. 문득 어느 순간 ‘이 귀여운 이미지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집업 재킷은 준지(Juun.J). 팬츠는 릭 오웬스(Rick Owens). 화이트 첼시는 하이젠버그(Heisenbug).

더블 재킷과 팬츠는 골든구스. 골드 체인 디테일의 슬라이드는 JW앤더슨(JW Anderson). 진주 네크리스와 이어커프는 로아주. 하트 펜던트 네크리스는 젤라시(Jealousy). 링은 센티멍.

재킷은 존 바바토스. 네크리스는 센티멍.

때로는 이미지가 실체보다 강한 힘을 갖기도 하죠.
이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저를 사랑해주는 분들도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때 찾아온 작품이 <약한영웅>이었고요.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갈고 준비한 것 같아요. 시은이는 저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 박지훈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보자는 생각도 있었어요.

<약한영웅>은 세 인물이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현장에서는 어땠어요?
함께 촬영한 형, 동생을 보며 진짜 많이 배웠어요.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 아이디어와 센스를 목격하며 일의 새로운 재미를 맛봤어요. 배우라는 일은 정말 끝이 없는 일이구나 싶었죠.

동료 배우에게 영감을 받기도 했어요?
홍경 형은 연기에 들어가기 전 매사에 진중해요. 집중력과 몰입력이 압도적이죠. 대사와 행동이 이해되지 않으면 몇백 번이라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배우예요. 현욱이는 타고난 연기 천재인 것 같아요. 늘 제가 생각했던 걸 뛰어넘어요. 들판에 풀어놓은 강아지 같아요. 아이디어나 흡수력이 한 수 앞서요. 특별하고 신기한 현장이었어요.

원하는 것을 잔뜩 얻었으니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가뿐하겠군요?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자. 늘 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해요. 다치지만 않으면 끊임없이 달리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2023년이면 제가 벌써 스물다섯이네요, 스물다섯! 반 오십이라니. 억울합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갈 줄 몰랐어요.

벌써 조급한 건 아니죠?
조급하게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되더라고요. 조급하거나 부담을 가지려는 태도는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 보면 우울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뿌듯해요. 열심히 살았네요.

워너원 시절에도 말과 행동이 나이에 비해 성숙했죠. 타고난 기질인가요?
활동하며 장착하게 된 마음인 것 같아요. 연습생 때는 특정 동작이 안 되면 될 때까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독기를 품고 달려들었어요. 지금은 그런 조급함이나 두려움이 거의 없어졌어요. 못해도 괜찮으니 천천히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쪽으로 생각하니 저도 편하고 결과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스스로를 믿기 때문인가요?
그런 생각은 못해봤는데, 깊게 파고 들어가 보니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고 ‘오케이! 그냥 나 자신만 믿고 달려보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칭찬은 잘 안 들리나요?
사실 칭찬에 좀 약한 편이에요. 들으면 좋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저 자신을 더 낮추게 돼요. 제가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스스로 내리는 과대평가예요. 기대하고 좋아해주는 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 오히려 저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봐요.

작품이 막 끝났는데도 마음이 뜨겁겠네요?
이미 뜨겁게 불타고 있는 상태예요. 더 불붙을 게 없어요.(웃음)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새해에도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