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애슬레틱’, 이것이 올봄 트렌드다
무용수의 호흡처럼 섬세하게 조율된 새로운 애슬레틱의 풍경.

애슬레틱과 하이엔드의 결합은 이제 익숙한 필승 공식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 접점은 좀 더 영민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방향으로 향한다. 투박한 기능성과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우던 과거의 스포티즘에서 벗어나 훨씬 절제되고 유연한, 마치 무용수의 몸짓 같은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랙 재킷과 윈드브레이커는 여전하지만, 이를 소화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는 더 이상 운동장을 달리기 위해 이 옷을 입지 않는다. 대신 몸을 타고 흐르는 얇은 저지 니트, 실크처럼 부드러운 랩 카디건, 그리고 발레 슈즈를 닮은 가벼운 스니커즈를 섞어 입는다. 이는 운동복의 기능을 강조하기보다 몸이 움직이는 찰나의 인상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균형의 이동’이다. 과거가 신체의 강도와 에너지를 과시했다면, 지금은 그 힘을 얼마나 정교하게 다루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단순히 ‘여성스럽다’ 또는 ‘페미닌하다’고 정의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오히려 유연한 피지컬리티에 가깝다. 선을 강조하되 과장하지 않고, 움직임을 드러내되 요란하지 않은 태도 말이다. 런웨이에서는 이 새로운 스포티즘의 정의가 더욱 선명해진다.
케이트 바튼은 슬림한 퍼포먼스 톱에 볼륨감 있는 스커트를 매치해 운동성과 구조적인 실루엣을 대비시켰고, 프라다는 셔츠와 니트, 스커트를 겹겹이 쌓아 올리며 랩 구조를 연상시키는 레이어링을 보여준다. 이는 완성된 스타일이라기보다, 뭔가를 준비하는 과정 속 자연스러운 몸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또 세실리에 반센은 고유의 로맨틱한 볼륨 후디 아래 실키한 쇼츠와 투박한 스니커즈를 믹스앤매치해 극적인 애슬레틱 페미닌의 예시를 보여준다.
시몬 로샤 역시 투명하게 비치는 시폰 소재에 하네스 디테일이나 스포티한 샌들을 더해 특유의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무드를 연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이템의 무게감이다. 스타우드와 안테프리마는 구조적 형태를 유지하되 소재를 극도로 얇고 매트하게 다듬어 액티브웨어의 무게감을 가볍게 덜어냈다.
로에베나 펜디에서도 볼 수 있듯, 윈드브레이커나 바이커 쇼츠 같은 투박한 아이템은 이제 몸을 보호하기보다 움직임의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도구가 되었다. 샌디 리앙의 발레리나 스타일의 메리제인, 수잔 팡의 크로셰 디테일, 스텔라 매카트니의 보디슈트와 컷아웃 드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강한 신체적 에너지를 품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는 방식은 한없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이런 변화는 운동을 바라보는 동시대의 시선과 궤를 같이한다. 고강도 퍼포먼스나 빠른 결과를 도출하는 운동만큼 발레와 필라테스처럼 정렬과 균형의 정교한 컨트롤을 중시하는 움직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진 까닭이다. 외형적 성취보다 몸의 미세한 감각에 집중하는 웰니스의 태도가 패션에 투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몸은 더 이상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섬세하게 조율해야 할 존재다. 발레 스니커즈의 가벼움과 랩 카디건의 느슨한 긴장감, 시어한 소재가 만들어내는 얇은 레이어링은 그 조율의 과정을 보여주는 근사한 결과물이다. 이번 시즌, 과장된 힘을 덜어낸 새로운 애슬레틱을 마음껏 향유해보길. 그 안에 축적된 섬세한 리듬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말이다.
- 사진 출처
- COURTESY OF GORUNWAY
- 아트 디자이너
-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