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브랜드가 앞다퉈 아이웨어를 선보이는 지금, 디자인은 물론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친환경 아이웨어를 최선의 선택지로 지정해보자.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아세테이트 폐기물을 100%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한 마블 프레임 선글라스는 가격미정 구찌(Gucci).

 

1. 지속 가능한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1백7만원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2. 솔리드 스모크 컬러의 바이오 나일론 렌즈를 사용한 에이비에이터 선글라스는 40만원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3. 재생 아세테이트와 바이오 나일론으로 만들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가이아 캐츠 아이’ 선글라스는 52만원대 끌로에(Chloe).
4. 65% 바이오 기반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선글라스는 60만원 발렌시아가 (Balenciaga).

5. 바이오 아세테이트 소재 프레임에 로고를 각인한 하바나 컬러 선글라스는 가격미정 지방시(Givenchy).

안경과 선글라스는 사계절 내내 소비되는 필수품이다. 여름엔 작열하는 햇빛을 피하고, 겨울 칼바람에 시린 눈을 보호해야 하니 말이다. 매일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붙들고 사는 우리에게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은 좋은 방패가 된다. 매해 패션 트렌드에는 아이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너드 룩’과 ‘긱 시크’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액세서리 카테고리에 아이웨어가 없는 브랜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패션 브랜드가 안경 시장에 발을 들인 지는 이미 오래. 보테가 베네타와 끌로에 등이 속한 케어링 그룹은 하와이에서 탄생한 브랜드 ‘마우이 짐’을 새 식구로 맞아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고, LVMH 그룹의 루이 비통과 로에베도 매 시즌 새로운 아이웨어를 선보이는 중이다.

이처럼 아이웨어 산업은 이미 레드 오션이며, 넘쳐나는 안경과 선글라스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키포인트는 ‘지속 가능성’이다. 안경과 선글라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프레임에 사용하는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소재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야기하고, 폐기할 경우 매립지에서 분해되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린다. 제품을 운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와 운반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재료의 사용을 첫 번째 돌파구로 삼았다.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알려진 아세테이트는 목화나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섬유질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에서 탄생한 소재다. 목재 추출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소재로 걸맞지 않느냐 싶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플라스틱과 비슷한 경도를 구현하려고 목재 펄프에 석유에서 추출한 가소제 등 수많은 화학 물질을 첨가해 만든다는 것. 석유 기반 가소제를 사용한다는 점과 재활용하기 위해 화학 성분을 분해하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아세테이트를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재료로 삼기는 어렵다.

 

녹슬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한 후 재활용이 가능한 티타늄 소재 안경은 가격미정 린드버그(Lindberg).

1.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더한 바이오 아세테이트 소재 안경은 14만5천원 바너(Barner).
2. 재활용 아세테이트 소재의 스퀘어 프레임 안경은 46만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3. PVD 코팅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반영구적인 내구성을 자랑하는 안경은 35만원 알펜(Alpen).
4. 바다에 버려진 어망과 낚싯줄 등 해양 쓰레기를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한 안경은 7만8천원 워터하울(Water Haul).

5. 재활용 아세테이트 소재의 프레임에 바이오 나일론 렌즈를 더한 스퀘어 프레임 안경은 44만원대 끌로에.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재료가 바로 ‘바이오 아세테이트’. 이는 화학 성분의 가소제가 아닌 곡물이나 사탕수수 같은 친환경에서 추출한 100% 재생 가능 가소제를 사용한다. 인위적인 화학 물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공정에서 분자 구조를 분해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식물 기반의 원재료만 사용했으니 폐기 시에도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이오 아세테이트는 아이웨어 산업에 구세주 역할을 한다.

아이웨어의 심장 격인 렌즈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추세다. 매립지에서 5년 안에 생분해되어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는 바이오 나일론 렌즈는 사탕수수와 산업용 옥수수 등 100% 식물 기반 공급 원료로 만든다. 자연친화적 재료를 사용하지만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 것과 화학 구조가 동일해서 일반 렌즈와 내구성이 흡사하다. 친환경 소재만큼 중요한 것이 제품의 수명 자체를 연장하는 것! 잘 만든 제품 하나를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얇은 프레임에 주로 사용하는 티타늄은 반응성이 강한 금속으로,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얇은 막을 형성한다. 표면을 둘러싼 산화막이 산소와의 반응을 차단해 산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녹이 슬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니, 그 자체로 친환경적인 금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아이웨어를 위한 또 다른 노력도 있다. 다양한 브랜드가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으니, 구찌는 아세테이트 폐기물을 100%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한 ‘리에이스(Re-Ace)’ 컬렉션을 출시했고, 스텔라 매카트니는 2021 S/S 시즌부터 LVMH 그룹의 안경 사업부 ‘텔리오스’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해 바이오 아세테이트와 바이오 렌즈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케어링 아이웨어는 지난해 9월 ‘지속 가능성의 날’을 개최해 주요 공급망 제휴사와 ‘보호(지구환경)’ ‘협업(사람중심)’ ‘창조(지속 가능한 혁신)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고,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1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결의를 내비쳤다. 에코 아이웨어는 프레임 판매량만큼 나무를 심는 ‘하나의 프레임, 한 그루의 나무’ 프로젝트를 통해 360만여 그루를 심었고,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1억6400만 kg을 흡수하고, 약 430만 ㎡의 땅을 복구한 효과를 거뒀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브랜드의 노력에 발맞춰 사회적·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이룬 기업에 부여하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고, 운송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우리의 의식 있는 소비 또한 강화할 때다. 눈 건강을 위한 필수품으로, 또 완벽한 스타일링을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안경과 선글라스가 필요할 때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갖춘 제품을 골라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