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재료와 재활용 패키지, 리필, 고체, 의미 있는 활동과 탄소중립까지…. 향수 브랜드가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법 6가지. 

VEGAN 

거대한 비건의 흐름에 향수 업계도 동참했다. 시작은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 더바디샵이 최초로 비건 소사이어티의 인정을 받은 화이트 머스크를 개발했고, 이를 기점으로 현재는 대부분 비건 머스크 원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향고양이에게서 받아 내는 영묘향, 비버로부터 채취하는 해리향 같은 동물성 원료가 동물 학대에 가까운 방식으로 얻는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높아지자 ‘비건 향수’를 표방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100% 비건을 달성한 썽봉은 동물 유래 성분뿐 아니라 인공 성분까지 배제해 환경과 인체에 모두 안전한 향수를 선보인다. 최근 아리아나 그란데, 빌리 아일리시 등 할리우드 여러 스타도 비건 향수를 출시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리플레이(Replay)는 천연 향수 컬렉션인 ‘Earth Made’를 출시하며 지구환경 개선에 앞장선다. 100% 비건과 지속가능한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 포장까지 친환경적이다. 

 

NET-ZERO 

향수가 남기는 탄소발자국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친환경 원료와 패키지 외에 최근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탄소 저감을 실현하는 브랜드가 늘었다. 구찌 뷰티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0% 배출 탄소를 재활용한 알코올로 만든 향수 ‘웨어 마이 하트 비츠 EDP’를 출시했다. 산업 활동으로 인해 대기에 방출되는 탄소를 재활용하고 정제하는 방법으로, 전통적 알코올 생산 방법보다 물 소비와 농경지 파괴를 줄인다. 향수 산업에 새로운 에코 비전을 제시하는 기념비적 제품인 셈. 최근에는 탄소 포집 방식으로 제작한 두 번째 제품인 ‘플로럴 벌스 EDP’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CK 에브리원 EDP’는 국제 친환경 인증 체계인 ‘Cradle to Cradle Certified’ 골드 등급을 획득했다. 이 인증 체계는 ‘요람에서 요람까지’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제품 생산부터 폐기 단계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평가 과정에 있는 탄소중립 기준까지 만족시켰다는 말씀! 

 

ACTIVITIES 

친환경 활동에 집중하는 향수도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1833은 아로마 식물과 약초를 보존하려는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활동에 대한 찬사에서 시작되었다. 이 정신을 계승해 우루과이에 광대한 야생 농장 ‘푸에기아1833 보태니’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수확한 원료로 독창적 향을 완성한다. 야생 방식으로 운영되며 지역과 계절별로 다양한 식물을 연구하는 만큼 자연에 대한 존중을 제품에 담아냈다. 아르마니 뷰티의 ‘마이웨이 EDP’는 공정무역 거래 원칙을 따르고, 현지 비영리 단체와 협업해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러쉬의 ‘그래쓰루츠’는 환경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에센셜 오일을 담았다. 판매금을 환경보존과 동물보호,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에 후원하는 채러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과 세상을 한층 향기롭게 만드는 향수가 있다. 

 

ECO PACKAGE 

화장품 산업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매년 1200억 개에 이른다. 영국 뷰티 위원회에 따르면, 이 중 95%가 재활용되지 못한다. 향수병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펌프와 유리병이 분리되지 않아 분리배출이 어렵고, 색을 입힌 공병도 재활용이 불가하기 때문. 이에 경각심을 느낀 일부 브랜드가 재활용 유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세이 미야케는 재활용 유리 20%와 목재로 만든 캡을 적용해 제조 시 물 사용량을 97% 절감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였다. 끌로에의 ‘루미네즈 EDP’도 마찬가지. 재활용 유리를 25% 사용하고, 캡의 리본은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제작했다. 어비어스는 유리병에 셀로판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폐코르크를 업사이클링한 캡을 적용했다. 

 

WATERLESS 

향수에서 물을 뺀다면? 고체 향수의 대표 주자 격인 러쉬, 딥티크, 탬버린즈를 비롯해 크리스챤 디올 뷰티, 지방시 뷰티 등 패션 하우스의 퍼퓸도 속속 고체 버전을 출시하는 추세다. 고체 향수가 가져다주는 환경적 이점은 수없이 많다. 제조 시 물을 사용하지 않아 전 세계적 이슈인 물 부족 현상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물을 뺀 고체 향수는 꼭 유리병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에 패키지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진다. 이때 친환경적 틴 케이스, 종이 소재, 리필 패키지 등을 활용하기도 하는 것. 결론적으로 내용물과 패키지 무게가 가벼워져 운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까지! 휴대성도 뛰어나 가방에 쏙 챙기기 좋으니, 고체 향수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REFILLABLE 

에코 패키지를 갖춘 향수를 선택하는 것도 친환경적이지만,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려면 리필 패키징에도 관심을 갖자. 리필 제품을 사용하면 유리뿐만 아니라 종이, 플라스틱, 금속 사용량을 75%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향수 업계 최초로 리필 시스템을 도입한 아르마니 뷰티의 ‘마이웨이 EDP’는 리필용 향수를 판매함은 물론, 모든 부품을 해체하도록 제작해 재활용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겔랑의 ‘아쿠아 알레고리아 컬렉션’과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소바쥬 EDT’, 에르메스의 ‘H24 EDT’도 따로 판매하는 리필용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 채우는 방식을 도입했다. 르 라보, 킬리안, 샤넬 뷰티에서는 특정 매장이나 제품에 한해 리필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