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에이징의 시대에 안티에이징을 찾는 젠지들. 

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틱톡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는 역설적이게도 안티에이징 #ANTIAGING이다. 안티에이징은 79억 회, 보톡스는 102억 회, 주름은 24억 회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는 중. 심지어 10대들이 피부 진피층에 보톡스를 얇게 주입하는 ‘베이비 보톡스(스킨 보톡스)’를 맞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틱톡에서 요즘 가장 핫한 스킨케어 성분은 레티놀이다.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성분임에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만으로 사용을 서슴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노화 방지를 위한 Z세대의 노력은 계속된다.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사과 식초 알약을 복용하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창을 가려 자외선을 피하며, SPF5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챙겨 바른다. 요즘 뷰티업계는 나이 드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안티에이징 대신,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슬로에이징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을 것 같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젠지가 이토록 안티에이징에 집착한다니.

이는 해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 피부과에서는 리프팅 레이저의 대표급으로 여겨지는 울쎄라, 써마지 외에 젊은 층을 겨냥한 비교적 가벼운 리프팅 시술을 적극 홍보한다. 어린 나이부터 관리에 힘쓰는 ‘얼리뷰티족’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목주름 케어에 대한 관심 또한 뜨겁다. 각종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여러 셀럽이 목주름 관리법을 공개하며 주요한 안티에이징 포인트로 떠올랐다. “스무 살부터 유튜브에서 목주름을 예방하는 마사지법을 따라 한 지 1년이 됐어요. 아직 목주름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한 Z세대의 응답이다. 이 열풍은 젠지 타깃 스킨케어 제품에서도 명확하게 보인다. 엄마 화장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레티놀, 콜라겐, 펩타이드 같은 기능성 성분을 활용한 신제품이 대폭 늘었다. 젊은 고객층이 이용하는 올리브영의 2023년 1월~9월의 안티에이징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이들이 안티에이징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은 SNS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부터다. SNS 앱을 이용하며 본인의 얼굴을 어느 때보다 많이, 집중해서 보게 되었고, 인플루언서의 완벽한 피부 상태와 비교까지 하게 된다. 더불어 각종 노화, 시술에 대한 정보에 쉽게 노출되면서 실행하는 나이대가 낮아진 것.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킨 ‘세포라 키즈’의 최대 관심사도 노화 방지 제품이다. 세포라 키즈는 SNS 속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세포라에서 그대로 따라 사는 10세 전후의 아이들을 일컫는 용어다. 킴 카다시안의 딸, 노스 웨스트는 1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토너를 바르고 마스크팩을 하는 스킨케어 루틴을 틱톡에 공유했다. 이와 유형이 비슷한 인플루언서의 스킨케어 콘텐츠를 접하며 어린아이들은 ‘주름 없는 피부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적절한 제품 선택과 사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고가의 항산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이를 소비를 부추기는 풍조의 희생양으로 보고 사회문제로 규정지었다. 더불어 안티에이징이 필요하지 않은 어린이의 피부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유유클리닉의 권유경 원장은 본격적인 노화 관리는 20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한다. “10대는 성장이 끝나지 않은 시기예요. 골격이나 근육, 지방 분포 등의 윤곽이 바뀔 텐데 미리 보톡스, 레이저 같은 시술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10대에는 청결한 세안과 각질 관리, 보습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불필요한 자극은 최대한 줄이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고 예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전문가가 조언하는 젠지의 안티에이징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IS IT SAFE?

BABY BOTOX
틱톡에 ‘BABY BOTOX’를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시술 영상이 등장하고, 심지어 10대가 ‘이마에 주름 하나가 생기려고 해!’라며 주사를 맞는 영상까지 있다. 이마, 미간, 눈가, 입가, 자갈턱 등의 잔주름을 예방하고, 근육이 아래로 처지면서 모공이 세로로 늘어나는 현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다만 어린 나이부터 보톡스를 맞으면 내성에 취약해지고, 얼굴 근육 위축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잊지 말자.

LIFTING LASER
리프팅 시술의 양대 산맥인 울쎄라와 써마지 외에 튠리프팅, 티타늄, 인모드 등의 다양한 레이저가 등장하면서 젊은 층의 이목을 끌고 있다. 유지 기간이 짧아 반복적으로 시술해야 하지만, 회당 시술 비용이 낮다는 가성비 측면에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20대 초·중반부터 비교적 가벼운 리프팅 레이저를 적절하게 해주는 것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지만, 그 이상의 고가의 레이저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

RETINOL SKIN CARE
10~20대 여성의 네이버 검색량을 살펴보면, ‘레티놀’에 관한 수치는 근 1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 1월에는 최다 검색량에 이르렀다. 비타민C 와 레티놀을 담은 프리메라의 ‘유스 래디언스 비타티놀 세럼’은 이용 고객의 나이대가 어린 드러그스토어 채널에서 최근 6개월간 판매 비중이 6%가량 증가했다. 10대 피부에는 오히려 자극을 유발하고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전문가들은 20대 중반 이후부터 사용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