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제19회 수상자는 자연을 담은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의 수장 김지용. 담담한 어조와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그와 나눈 이야기.

Q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브랜드의 방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뜻깊습니다. SFDF 수상은 패션 학도였던 시절부터 늘 꿈꿔왔거든요. 

Q <얼루어 코리아> 독자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세요.
‘가치가 없다고 치부되는 것은 왜 미학이 될 수 없을까?’라는 역설적 물음을 품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햇빛에 탈색되어 판매될 수 없는 제품이나 폐원단이 주된 재료죠. 폐원단을 몇 시간, 며칠 동안 밖에 널어두거나, 무늬를 내기 위해 끈으로 묶는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완성하고 있어요. 지용킴은 정말 단순한 방식과 오랜 정성을 고집해요. 

Q 지속가능성 이슈를 꾸준히 다루는 <얼루어 코리아>의 아이덴티티와도 잘 맞아요. 한국에서 폐원단의 수급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3년 이상 방치된 악성 재고를 받아 제작한 경험도 있고, 최근에는 화학 공장에서 버린 유니폼을 활용하기도 했어요. 브랜드가 많이 성장했다는 뜻인지, 지금은 여러 곳에서 먼저 제안을 주시기도 하고요.(웃음) 

Q 폐원단을 사용하는 것에서 디렉터의 취향이 느껴져요.
어릴 때부터 빈티지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어요. 새 옷 특유의 빳빳한 질감보다는 오래된 아이템의 유연한 실루엣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 안에 숨은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재미있어요.

Q 디자인 면에서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요?
남성복 특유의 정직한 실루엣보다는 우아하고 유려한 디자인을 추구해요. 특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누구나 입었을 때 착용감이 좋았으면 하는 것. 제품 출시 전 모든 사이즈를 다 입어보고 포켓 위치나 단추, 지퍼 디테일까지 체크하죠.

Q 일본의 ‘분카 패션 대학’과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등 명망 있는 패션 스쿨에서 공부했다고 들었어요.
일본에서의 학업이 패턴과 봉제 같은 테크닉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라면, 영국에서는 디자인 위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디자인에 담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두 곳에서 쌓은 경험으로 독창적인 디자인과 퀄리티 좋은 스타일을 선보이기 때문에 브랜드 마니아층도 생긴 것 같아요. 

Q 그래서인지 일본과 영국 등 많은 해외 편집숍에 입점했는데, 숍마다 차이가 있나요?
숍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미스터 포터’ 같은 숍에는 좀 더 클래식한 디자인의 제품이 입점했다면, 일본의 ‘그레이트’나 영국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는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디자인이 자리하고 있죠. 

Q 지금까지는 전시와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즌을 전개해왔는데, 오프라인 쇼를 진행할 계획도 있나요?
아직은 전시를 통해 고객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즐거워요. 10분 안에 끝나는 런웨이에서는 지용킴의 매력을 전부 보여줄 수 없거든요. 언젠가는 일반 형식을 깬 런웨이를 꾸려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지용킴을 세 키워드로 설명해주세요!
진정성, 독창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