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추위를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꽁꽁 싸매고도 충분히 멋있을 수 있거든요.

길게 늘어뜨려 입고, 휘휘 감아 돌려 입고, 넓게 둘러 입는 등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싸매는 것이 곧 멋이요, 트렌드인 시즌이 돌아왔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패션위크 비하인드를 전하며 죽은 코트를 되살리는 숄에 주목하라는 코멘트를 한 적이 있는데, 이는 같은 맥락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추위에 멋스럽게 대처하는 하이엔드 공통의 지침이라 할 수 있다. 겨울철 가장 쉽게 선택하는 액세서리는 머플러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적게는 한 번에서 길게는 여러 번, 똬리 틀 듯 칭칭 감아 매듭을 지으면 자연스럽게 넥워머 스타일이 연출된다. 이번 시즌에는 감지 않고 목에 걸치기만 하거나, 뒤로 한 번만 살짝 둘러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인기다. 백리스 테일러드 베스트와 오버사이즈 팬츠에 청키한 머플러를 연출한 루이 비통, 격자무늬 더블브레스트 셋업 슈트에 플라워 패턴 머플러를 더한 폴 스미스, 격자무늬 스커트 슈트에 또 다른 격자무늬 머플러를 매치한 마르니 역시 무릎 밑으로 훌쩍 내려오는 긴 길이감을 자랑한다.

패턴과 컬러는 루이 비통이나 버버리처럼 같은 톤으로 맞추면 통일감이 느껴져 안정감과 함께 길어 보이는 효과를 모두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체크 패턴과 플라워 패턴이 상충되는 폴 스미스, 체크 패턴과 도트 패턴을 믹스한 마르니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잘만 응용하면 지루할 틈 없는 환상의 리듬감을 표현할 수 있다. 데이비드 코마와 스텔라 매카트니의 컬러풀 퍼 머플러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이 뛰어나니 런웨이 팁 그대로 블랙 룩에 시도하면 좋을 듯. 다음으로 이번 시즌 윈터 액세서리를 꼭 하나 준비해야 한다면 그건 바로 두툼한 윈터 숄이다. 과감한 전면 슬릿 스커트와 청키한 가죽 보머 재킷에 숄을 두른 생 로랑의 여인을 보라! 메탈릭 브레이슬릿을 홀더로 활용해 숄을 장식(보통 이것이 아니면 한두 걸음 걷다가 어깨에서 흘러내린 숄을 다시 걷어 올리느라 손이 얼어붙고 만다), 쓸모(?)가 없어진 양손은 주머니에 쿡 찔러 넣은 폼이 망토를 두른 여전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이클 코어스의 숄은 긴 술 때문인지, 매칭한 가죽 벨트 때문인지 파시미나 같은 소재인데도 웨스턴 무드가 풍기고, 에트로의 체크 패턴 숄은 목가적 분위기 속에서 캐주얼부터 포멀까지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해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3가지 룩만 보더라도 숄의 3가지 연출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 가장 노멀한 마이클 코어스의 어깨 두르기 방법. 생 로랑의 브레이슬릿을 이용해 홀드하는 방법. 에트로의 팔을 꽁꽁 싸매 어깨 뒤로 매듭짓는 방법. 하나 더, 그러다 갑갑해지면 가브리엘라 허스트처럼 벗어서 팔 위에 두르고 걸어보자. 그것 역시 좋은 액세서리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