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의 영향일까? 2023년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뷰티, 다시 도약한  패션, 우리를 울고 웃게 한 컬처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까지, 2023년을 돌아보는 <얼루어> 리포트.
2023년형 뷰티는 아름다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공들였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 유난히도 뜨겁고 건강했던 올해의 뷰티 이슈를 키워드로 압축했다.

 

FOCUS ON LIPS 

‘립스틱=스몰 럭셔리’라는 공식이 깨졌다. 그간 고가 립스틱이 명품을 대신한다며 럭셔리 브랜드의 독주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인디 브랜드가 고공 행진해 럭셔리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뮤즈, 힌스, 뮤드, 롬앤, 무지개맨션 등 젠지 세대 감성을 저격하는 브랜드의 립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 영롱한 탕후루 립, 보송한 벨벳 스머징 립 등 인디 브랜드 제품을 사용한 인플루언서의 메이크업 룩이 SNS를 도배하면서 호황을 맞았다. 텍스처 트렌드도 무의미해졌다. 그저 자신의 취향과 입술 형태에 맞춰 고르는 거다. 덕분에 매트, 글로시를 가리지 않고 온갖 립스틱, 립글로스, 틴트, 립 펜슬이 각광받았다. 올 상반기 올리브영의 립 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넘게 상승했을 정도. 앞으로 더없이 다채롭고 화려해질 립 메이크업의 존재감이 기대된다.

 

아름다움은 이너뷰티로부터

건강,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너뷰티도 급부상 중이다. 겉모습은 속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사실이 보편화하면서 이너뷰티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삼키기 어렵고 맛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젤리, 추잉 캔디 등 먹기 쉽고 맛있는 제품이 출시됐고, 동물성 성분을 배제한 비건 이너뷰티 아이템도 많아졌다. 미용보다는 생체 조절 기능에 초점을 맞춘 건강기능식품 종류도 한층 다양화됐다. 종합비타민, 오메가-3 등 기본 영양 성분을 담은 것부터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숙면 영양제, 두뇌 건강을 활성화하는 브레인 케어 제품까지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건강에 진심인 현대인에 맞춰 원료뿐 아니라 효능과 제형까지 경쟁력을 갖춘 이너뷰티의 활약이 흥미롭다.

 

럭셔리 뷰티의 새 출발

럭셔리 뷰티는 굳건했다. 엔데믹 이후 장기화한 경기 침체에도, 달라진 소비 패턴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이 명성을 이어갔다. 어디에도 없는 화려한 패키지, 진귀하고 독자적인 성분, 꾸준한 연구 개발로 입증한 효과, 양질의 텍스처와 기품 있는 향 등 럭셔리여야만 가능한 것에 집중한 덕이다. 시장 흐름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껏 백화점 1층만 고집하던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진입을 망설이지 않았다. 샤넬 뷰티와 발렌티노 뷰티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럭스’관에서 관심을 받았고 올라플렉스와 필립비 같은 떠오르는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는 올리브영 ‘럭스에디트’를 공략해 큰 성과를 얻었다. 주 고객층인 20~30대가 이커머스 쇼핑의 편리함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해 한층 친근하게 우리 곁에 다가온 거다. 여러모로 중요한 변화가 돋보인 럭셔리 뷰티의 전략이 반갑기만 하다.

 

SIMPLE IS THE BEST

기본에 충실하면서 차분하고 우아한, 올드 머니 트렌드가 뷰티 업계에도 스며들었다. 윤기 나는 머릿결, 건강한 광을 머금은 피부, 적당한 혈색의 누디한 입술, 절제된 아이 메이크업으로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포인트. 결점을 완벽히 가리거나 다채로운 컬러를 더해 소란스럽기보다는 조용히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거다. 덜어낼수록 고급스럽고 단순할수록 우아하다. 카일리와 켄달 제너도 화려한 메이크업을 접고 얌전한 숙녀로 변신한 걸 보면 소리 없이 강력한 메가트렌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