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의 체중 감량 비법, ‘위고비’가 곧 한국에 상륙한다. 구체적 효능부터 원리, 사용법, 부작용, 삭센다와의 차이점까지, 기적의 비만 치료제에 대해 알아봤다.

“단식, 그리고 위고비.”

몇 달 전 후덕한 몸을 뒤로하고 날렵한 모습으로 등장한 일론 머스크에게 다이어트 비법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단식과 위고비’였다. 꾸준히 간헐적 단식을 하며 위고비를 투여해 13kg을 감량했다는 것. 이어 킴 카다시안도 마릴린 먼로의 옛 옷을 입기 위해 3주 만에 약 7kg을 감량했을 당시 ‘위고비를 처방받았다’고 알려져 화제를 일으켰다. 순식간에 위고비는 ‘억만장자와 셀럽의 비만 치료제’로 입소문이 났고, 미국에서는 구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비만 환자가 약 수입을 간절히 기다리던 중에 드디어 지난달, 위고비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 승인을 받았다. 실제 처방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침내 국내에 발을 들인 것이다.

포만감을 부르는 호르몬 유사체

위고비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비만 치료용 식욕 억제제다. GLP-1 호르몬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이용해 과식과 폭식을 막고 체중 감량을 돕는 것.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음식의 소화 흡수를 늦추고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 억제 효과까지 있지만, 실제 우리 몸에서 나오는 GLP-1은 빠르게 분해되어 약 2분 내에 사라지고 만다. 이 호르몬에 주목해 원리는 같으나 효과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만든 것이 ‘세마글루타이드’로, 위고비의 주성분이다. 스토리클리닉 김현주 원장은 “세마글루타이드는 몸속에 존재하는 GLP-1 호르몬과 94% 유사합니다. 구조를 일부 변형해 반감기가 2분에서 165시간으로 길어지게 하는 약물이죠. 2018년 연구를 시작해 2021년 6월 비만 치료제 목적으로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임상 실험을 진행했고, 작년 4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습니다”라며 위고비의 안전성에 대해 말했다.

삭센다 or 위고비?

위고비는 펜 모양의 주사형 치료제이며 배나 허벅지, 팔에 직접 주사한다. 용량은 0.25mg, 0.5mg, 1mg, 1.7mg, 2.4mg의 5단계로 나뉜다. 처음 투여 시 용량이 가장 적은 0.25mg으로 시작하고, 4주 간격으로 한 단계씩 증량하는 식이다. 구역증, 울렁거림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료진과 상의 후 단계를 조절해야 한다.
얼핏 삭센다와 비슷한 것 같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투여 주기다. 삭센다는 GLP-1 효능이 13시간 동안 유지되는 라라글루타이드 성분을 사용해 1일 1회 투여하지만, 위고비는 165시간 지속되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일주일에 1회만 투여하면 된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비교 연구를 통해 효과 면에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각각 68주간 진행한 임상 실험에서 삭센다는 6.4%, 위고비는 15.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죠.” 원더풀의원 김병무 원장의 설명이다.

드라마틱한 결과에 귀가 번쩍 뜨이겠지만 누구나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BMI(체질량지수)가 30kg/m²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당뇨나 당뇨 전 단계, 고혈압, 고지혈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서 BMI가 27kg/m²인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의사의 진료와 처방은 필수다.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남용할 것을 우려한 기준이다. 또 소아청소년이나 임산부, 수유 중인 경우, 만 75세 이상의 고령자, 염증성 장 질환자, 당뇨병성 위마비 환자, 간 장애 등이 있을 때도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고비는 있다

꿈의 비만 치료제로 자리 잡을 것만 같은 위고비라도 부작용은 존재한다. 구역증, 구토, 울렁거림 같은 위장 장애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 의사와 상의해 투여 용량을 늘리지 않고 유지하거나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위장 증상 외에 부작용이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불편함을 느낀다면 투여를 중단한다. 또 위고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선 안된다. 위고비의 임상 실험에 참여한 모든 과체중 환자, 비만 환자는 적절한 식이와 운동, 생활 습관 교정을 함께했다. 위고비 투여와 동시에 음주, 과식, 야식, 간식 등은 삼가고, 영양소의 배합을 고려한 건강한 식습관, 신체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위고비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코르티솔 호르몬의 영향으로 식욕이 늘어나고, 잠이 부족할 때도 살이 찌기 때문에 개운할 정도로 숙면을 취하는 게 좋다.

마법 같은 비만 치료제를 두 팔 벌려 환영하기 전, 사용법 및 부작용을 확실히 숙지하고 의사와 상담하기 바란다. 현재 위고비가 미국에서는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 승인만을 받은 단계이기에 상대적으로 BMI가 낮고 신체 특성이 다른 동양인의 임상 결과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위고비가 체중 감량의 돌파구가 될지, 미로가 될지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거다.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과 끈기를 다잡으면서!

MORE INFORMATION Q&A

Q 위고비를 실제로 처방받을 수 있는 시기와 비용이 궁금해요.
위고비는 국내에서 허가 승인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겁니다. 비용 역시 예측하기 어렵지만, 삭센다보다 고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위고비는 얼마 동안 장기 투여할 수 있나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약으로도 쓰일 만큼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연구는 대부분 68주간 진행했으며, 가장 긴 연구 기간은 104주로, 약 2년간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Q 위고비 투여를 잊은 경우, 재투여할 때 시간이나 용량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고비 사용 주기인 일주일이 이미 지났다면, 5일 이내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하세요. 5일을 넘으면 1회는 못 맞은 것으로 넘기고, 다음 예정일에 투여하는 것이 좋아요. 2회 이상 못 맞았을 때는 투여 용량을 줄일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Q 위고비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뒤 투여를 중단하면 요요 현상이 오기도 하나요?
위고비 사용과 별개로 살이 찌는 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면 요요 현상이 생기기 쉬워요. 이를 피하기 위해 위고비를 투여하면서 생활 습관과 식습관도 서서히 개선해야 합니다.

Q 위고비와 삭센다를 각각 어떤 이에게 추천하나요?
현재 삭센다는 만 12세 소아청소년에게도 허가 승인되었지만, 위고비는 성인에게만 허가 승인되었으므로, 청소년에게는 삭센다를 추천합니다. 반면 삭센다는 1일 1회 맞아야 하기에 주삿바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가 훨씬 편리해요. 오로지 효과만 생각한다면 체중 감량률이 더 높은 위고비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