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투 어스의 새로운 파도

웨이브 투 어스는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달려볼 생각이다. 때마침 밖은 봄이다.

레더 재킷은 살바토레 산토로(Salvatore Santoro). 셔츠는 골든구스(Golden Goose).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링은 아크바인(Acbine). 팬츠와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페도라는 본인 소장품.

니트 톱은 가니(Ganni). 링은 은일(Eunil).

(동규) 레더 재킷과 이너, 데님 팬츠, 벨트는 모두 돌체앤가바나 (Dolce & Gabbana). 링은 아크바인. 슈즈는 바트라초토신. (다니엘) 재킷과 이너, 팬츠, 슈즈, 네크리스, 링은 모두 돌체앤가바나.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순종) 니트 톱과 이너, 슈즈는 모두 돌체앤가바나. 팬츠는 지용킴(JiyongKim). 네크리스는 아스파라거스(Asparagus).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셔츠는 최재원(Choijaewon). 팬츠는 뉴인(Nue_In). 슈즈는 바트라초토신(Batrachotoxin). 카디건과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보컬 겸 기타리스트 김다니엘, 드럼 치는 신동규, 베이시스트 차순종. 같고도 다른 세 사람은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는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2019년 밴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를 만들었다. 교복을 입고 처음 만난 이들이 막 20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 2년간 준비한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이 세상에 나온다.

세 분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다면서요?
김다니엘(이하 다니엘) 저랑 동규는 중학생 때 교회 찬양팀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어요. ‘밴드를 만든다면 꼭 쟤랑 해야지’ 싶을 정도로 잘하더라고요. 계속 찾아가서 같이 밴드 하자고 어필했어요.
신동규(이하 동규) 형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을 때 대뜸 “야, 너 나랑 같이 밴드 할래?” 하는 거예요. 한 번이 아니라 꾸준히요. 알고 보니 형은 곡도 쓰고 노래도 하고 웬만한 악기도 다 다룰 줄 알더라고요. ‘저 형 뭘까?’ 싶었어요.
다니엘 순종이는 온라인상에서 유명했어요.(웃음) 중학생 때 기타 커버 영상을 올리는 카페가 있었는데, 순종이가 거기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커버를 자주 올렸거든요.
차순종(이하 순종)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 갔는데 누가 뒤에서 한참을 수근대더니 말을 걸더라고요. “너 ‘멘터’ 아니야?” 하면서. 제 닉네임이 멘터였거든요.(웃음) 시험 끝나고 같이 돈가스 먹고 친해졌어요.

밴드를 만들기로 한 건 언제였어요?
다니엘 실제로 저랑 동규는 중3 때 잠깐 같이 밴드를 했어요. 각자의 길을 걷다 2018년쯤 다시 만났어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막 솟던 때였거든요. 1년 정도 준비해서 2019년 여름에 첫 싱글을 냈어요. 동규의 플레이에 잘 맞는 베이시스트를 찾다가 고등학교 동창인 순종이를 떠올리게 됐고요.
순종 다니엘이 제 앨범 작업을 도와준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2019년 말에 제가 합류했고, 2020년에 첫 번째 EP 앨범 <wave 0.01>을 냈죠.

학창 시절의 인연부터 따지자면 거의 10년이 훌쩍 흘렀네요. 지난 시간을 종종 곱씹어보기도 해요?
다니엘 웨이브 투 어스라는 밴드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너무 천천히 걸어온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 덕에 더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후회는 없어요. 이번 정규 앨범부터가 저희의 본격적 시작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진짜 즐겁게 할 수 있고 잘하는 걸 해보자고 마음먹고 한 달 정도는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준비했어요.

합숙까지 하면서 만든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이 20일 발매되죠.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요?
다니엘 사람은 누구나 결점을 외면하고 숨기기보다 인정할 때 완벽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수록곡을 두 가지 사이드로 나눴는데, 한쪽은 밝고 팝한 분위기라면, 다른 한쪽은 어둡고 우울한 면을 담은 재즈 사운드가 주를 이뤄요. 날것의 우리 음악을 보여주고 싶어 한 곡을 원테이크로 녹음하기도 했어요. 말 그대로 한 곡을 딱 한 번 만에 녹음한 거죠. 실수가 있어도 그냥 그 트랙을 썼어요. 노이즈도 있는 그대로를 살리고. 누군가에겐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뭐, 그게 우리니까요.

유독 마음이 더 가는 곡도 있어요?
순종 셋이 녹음한 거 듣다가 오열한 곡이 있기는 해요. ‘home sick’인데. 모든 곡이 그랬지만 이 곡을 녹음할 때는 저희 셋 다 영혼을 제대로 담으려는 게 느껴졌어요. 치열하게 녹음하고 다 같이 들어보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북받쳤어요. 제가 울기 시작하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오열을….
동규 악기는 보컬에 비해 감정을 전달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연주자가 진심을 담아 쏟아붓는다면 들릴 거라고 생각하면서 녹음했어요. 모두가 그렇게 임한 곡을 듣고 있자니 그 진심이 다 느껴져서 눈물이 난 것 같아요.

다들 눈물이 많은 편인가 봐요?
다니엘 어우 아니요? 1년에 한 번 울까 말까예요. ‘home sick’이 그리움과 실패에 대한 곡인데요. 멤버들한테 제가 생각한 곡의 방향을 잘 전달하고 싶어 데모도 진짜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원래 데모 사운드를 만들 때 보컬 녹음까지 하지는 않는데, 이 곡은 보컬 녹음만 너덧 번씩 할 정도로요. 제 노력이 빛을 발한 거죠.(웃음)

음악이라는 공통 기반을 제외해도 통하는 게 많아요?
다니엘 셋 다 인테리어, 가구 쪽에 관심이 많아요. 해를 거듭할수록 접점이 더 많아져요. 진짜 한 몸이 되어가는 것도 같고. 실리카겔이라는 밴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몸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요. 공감해요.

반면 겉으로 드러나는 세 분의 캐릭터는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밴드로서는 최고의 궁합이라고 봐도 되겠죠?

순종 맞아요. 각자가 색이 다르기 때문에 보고 듣는 입장에서는 훨씬 재미있을 테니까요. 마치 밴드계의 뉴진스 같은 느낌? (다니엘과 동규의 야유) 아니 진정해봐. 아주 잘 기획된 팀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웨이브 투 어스가 계속 음악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힘은 뭐예요?
순종 다니엘과 동규. 이거 진짜 빈말 아니에요.
다니엘 저희는 한국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고 말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돈이 있든 없든 우리는 역사에 남을 사람이야!’ 하면서 계속하는 거예요. 하나의 큰 목표를 갖고 달리다 보니 이제는 순종이 말처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면서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된 것 같고요.

일말의 쑥스러움도 없이 이런 얘기를 하네요?
다니엘 매일 하니까요.
순종 저희 셋은 운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인 것 같아요. 신이 맺어준 인연.

본격적인 축제의 시즌인 5월, 각종 페스티벌 라인업에 웨이브 투 어스의 이름이 등장해요.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처음 서는 무대인데 어때요?
순종 일단 5월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The Other Festival>이랑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있어요. 6월에는 태국 단독 공연도 하고요. 규모가 커진 만큼 확실히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느껴요. 가보면 알겠죠. 시작하기 전엔 되게 막막한데 막상 할 때는 무아지경의 상태로 할 때가 많더라고요. 큰 일일수록 그래요.
다니엘 어떤 무대든 우리가 즐기는 곳으로 만드는 게 먼저예요. 그래야 관객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달될 테니까요. 일단 지금은 정규 앨범 작업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해서 여기에 올인하고 있어요. 작업실만 갔다 하면 하루가 그냥 끝나요. 1시쯤 작업실에 출근하면 아침 7시쯤 퇴근하거든요. 거의 3주째 이 패턴으로 살고 있네요.
순종 벌써 무아지경이네.

이번 앨범 작업이 끝나면 공연 준비 시작이겠죠? 언제 쉴 수 있어요?
다니엘 발매 전에 작업이 마무리되면 바로 여행 가려고요. 3박 4일간 경주로요. 또 저희 셋이 갈 거긴 한데.(웃음)

짬을 내서 만든 귀한 시간인데, 계획은 좀 세웠어요?
다니엘 저는 플레이스테이션5를 사서 갈 거예요. 해리포터 게임을 꼭 해야겠어요.
동규 자연만 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저희에게는 초록이 필요해요.

    에디터
    고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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