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3대 조건 중 하나인 ‘잘 자기’ 위해 영양제를 먹는다? 입면 시간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는 수면 영양제에 대하여.

잘 자게 해주세요

퇴근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샤워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포근한 침실에 들어서면 밤 10시 남짓. 서서히 노곤노곤해지지만 나를 위한 시간은 지금부터다.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며 밀렸던 OTT를 몰아서 보고 감기는 눈을 붙잡고 유튜브 지옥에 갇혀 꿋꿋이 버틴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를 위한 보상이니까. 도저히 이 소중한 시간에 잠을 잘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깜깜한 방에서 블루라이트를 벗 삼아 할 일을 마치고 만족감이 들면 패드를 내려놓지만, 한번 떠난 잠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다시 말똥말똥한 상태로 밤을 새다시피 한 채 아침을 맞는다.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피곤할 수밖에 없는 이 괴상한 루틴 때문에 온종일 하품을 달고 사는 거다. 긴 악순환에 괴로움을 느낄 때쯤에는 보상이고 뭐고 잠이나 편히 자게 해달라는 맘으로 패드를 못 본 척하고. 스마트폰을 멀리하며 잠들기만을 기다리지만 쉽지 않다. 이렇게 잠이 간절할 줄이야. 200년 내 없을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를 보며 ‘꿀잠’을 소원으로 빌 줄이야!

꿀잠 돕는 건기식

미국 국립수면재단에 따르면 수면장애가 있는 이들의 95%는 나와 같은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수면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취침 직전 패드, 스마트폰, TV 같은 전자기기 사용이며, 이는 수면 유도를 방해하는 뉴런의 활동을 증가시킨다고. 최근에는 다시 숨통을 조여오는 코로나와 정신적 피해를 주는 사건들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국민건강보험은 올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7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다양한 제약 회사에서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수면 영양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수면제보다 안전하게 수면을 돕는 보조제 역할을 하며, 의사의 처방 없이도 구매 가능한 ‘건강기능식품’이라 진입 장벽이 낮은 게 특징이다. 신사 가나안 약국 김정은 약사는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가는 일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 보니 의약품 대신 영양제로 수면장애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온라인 쇼핑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요”라며 수면 영양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혼돈의 수면 영양제

수면장애 환자가 증가하고 수면 개선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쏟아진 수면 영양제, 과연 효과는 괜찮을까? 한 포털사이트에 ‘수면 영양제’를 검색했더니 2만 개가 넘는 제품들이 꿀잠을 내세우며 두 눈을 어지럽게 했다. 자세히 보니 각각의 성분은 쌀겨에서 추출한 미강주정추출물, 우유에서 유래한 락티움, 타트체리추출물, 테아닌 등을 포함해 수십 가지나 된다. 도대체 어떤 제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식약처에서 수면과 관련한 기능성을 인정한 성분은 제한적입니다. 몇몇 성분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 연구가 공식적으로 인정될 만큼 잘 설계되지는 않은 거죠. 그 때문에 수면과 관련한 효능, 효과를 약학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성분도 있어요.” 김정은 약사의 말처럼 식약처는 “올해 수면 기능성 영양제 관련 민원 접수 및 조치가 전년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고, 과대광고 및 허위광고 적발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수면 영양제를 선택할 때 소비자의 꼼꼼하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좋은 건 약사나 의사 같은 전문가와 상담해 믿을 수 있는 수면 영양제, 자신에게 맞는 수면 기능성 성분을 추천받는 것이다.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 제품 중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는지, 식약처에서 수면 관련 기능성을 인정한 성분인지 확인해야 한다.

의약품이 아닌 보조제다

수면 영양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그저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제이자 영양제, 식품임을 간과하지 말자. 치료 목적의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수면제 같은 즉각적인 기능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복용했을 때 수면의 질을 높이는 보조제로 접근하기 바란다. 식약처에서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 기능성 인정 성분을 함유해 수면 효율을 높이거나 수면 지속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소 2주에서 길게는 몇 달간 복용하면서 천천히 효과를 볼 수 있고 장기 복용해도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 반면 의약품인 수면제는 중추신경계에서 신경억제물질의 분비를 증가시켜 곧바로 수면에 빠지게 하는 약이니 수면제와 수면 영양제는 엄연히 다르다. 수면제는 남용하거나 과용할 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의존성과 내성이 높아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한다. 아래 항목을 참고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도우미는 무엇인지 판단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 불면증이나 심한 수면장애는 단순히 재우는 것이 해결 방법이 아니라 원인이 되는 여러 요소를 치료해야 한다는 거다.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통증으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 등은 수면 센터나 약국에서 전체적인 생활 패턴 및 건강 전반에 대한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받길 권한다. 


건강기능식품인 수면 영양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

☐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다.
☐ 잠을 잔 뒤 개운하게 일어나지 못한다.
☐ 자는 동안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다.
☐ 수면의 질이 낮다.

의학품인 수면제가 필요한 사람

☐ 침대에 누운 후 잠드는 데 1시간 이상 걸린다.
☐ 안정적인 수면 유지가 힘들다.
☐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깨고 다시 잠들기 어렵다.
☐ 수면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다.
>> 이같은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단기 불면증,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한다.

| 식약처에서 인증한 수면 기능성 성분 |

미강주정추출물 쌀겨에서 추출한 물질로, 자율신경계 조절을 돕고 입면 시간이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항히스타민제와 유사한 역할을 하므로 알레르기 약을 복용 중이라면 피해야 한다.
그린스토어의 수면엔 | 물에 녹는 파우더 타입이라 알약을 넘기기 힘든 이에게 추천한다. 14포 3만3천원대. 

감태추출물 | 가바수용체를 활성화해 긴장을 완화하고 깨어 있는 시간 감소, 수면 지속 시간 증가 등의 결과를 보고했다. 해조류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요오드에 민감한 갑상선 질환자는 주의한다.
하루수면연구소의 하루수면 | 테아닌, 마그네슘 등 심신을 안정시키는 부원료를 함께 담았다. 30정 8만원. 

락티움(유단백가수분해물) |신경을 안정시켜 입면 시간 감소, 입면 후 깨는 각성 시간 감소, 총 수면 시간 증가 등의 효과를 보였다, 우유에서 유래한 성분이라 유제품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섭취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에스더포뮬러의 닥터에스더 락티움 플러스 | L-트립토판 등 6개 부원료가 수면 효율을 높인다. 30포 6만8천원.

L-글루탐산발효 가바 분말 | 수면 관여 물질인 가바를 보충해 정서적 안정과 수면 유도 효과를 나타낸다. 혈압약이나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이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바이탈뷰티의 굿슬립가바 365 | L-글루탐산발효가바분말에 나이아신을 더해 수면 시간, 각성 시간 등을 개선한다. 60정 3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