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면역력을 위한 영양제,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그저 먹는 것에 집착해 쫓기듯 입안으로 털어 넣게 된다. 하지만 영양제도 각 특성에 맞춰 복용 시간을 적절히 구분했을 때 흡수율이 배가되는 법. 내게 필요한 영양제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

잠잠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서서히 늘면서 북적이는 대중교통도, 열린 하늘길도 다시금 불안해졌다. 또 다른 인수 공통 감염병까지 등장해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높이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영양제가 떠올랐다. 아이허브 통계에 따르면,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이 논의될 만큼 팬데믹이 한창이던 작년의 영양제 판매 실적이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36%가량 증가했다. 그중에는 비타민 D, 비타민 B, 홍삼 등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영양제의 수요가 많았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질병을 이기는 첫 번째 단계는 예방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영양제는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몸속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완벽한 영양 균형 상태를 이뤘을 때 면역력도 높아지기 때문. “근본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이 음식만으로 영양소를 채우기는 상당히 어렵죠. 이럴 때 부족한 영양 성분을 영양제로 보충한다면 영양 불균형을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옵티마평안약국 반현권 약사의 설명이다. 영양제를 통해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때 꾸준히 챙겨 먹으면, 건강한 삶을 지탱해줄 또 다른 조력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양제마다 먹어야 할 시간이 따로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무려 4조원이 넘으며, 국민의 약 40%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다”고 발표했다. 10명 중 4명이 영양제를 먹는 셈. 심지어 영양제는 한번 발을 들이면 먹는 개수와 종류가 점점 늘어나므로, 1인당 최소 두세 가지를 먹고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런데 이런 영양제의 정확한 복용 시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날 때, 또는 편한 시간에 아무 때나 영양제를 먹는다.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다가 잊어버리고 자기 전에 갑자기 모든 영양제를 한꺼번에 복용하기도 하는데, 이러면 영양제 효과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고 한다. “영양제별로 공복에 흡수가 잘되는 성분이 있고 식후에 흡수가 잘되는 성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철분은 공복에 먹으면 위산과 상호작용을 통해 흡수가 더 잘됩니다. 그래서 위산 분비가 원활하지 못한 사람에게 오렌지 주스 같은 신맛 나는 음료와 함께 먹으라고도 해요.” 우리동네30분의원 정혜진 원장의 말처럼 영양제는 종류에 따라 ‘골든타임’이 따로 있는 만큼 영양제별 맞춤 복용 시간대를 미리 알고 복용하는 게 좋다.

 


약 ‘잘’ 먹을 시간

▶아침 식사 전 – 비타민 B, 유산균
비타민 B는 몸의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어깨 결림이나 눈 피로 해소를 돕는다. 체내에 들어온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 30분 전에 비타민 B를 먹으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도 이때 복용하는 걸 권장하나, 위장 장애가 있다면 식사 후에 복용한다. 장내 유산균의 균형을 정상화하고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역시 위산에 약해 아침 식전에 복용하길 추천한다.

▶아침 식사 중 – 비타민 C
비타민 C는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지킨다. 아침에 비타민 C를 복용하면 자는 동안 몸속에 쌓인 각종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빈속에 먹으면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식사와 함께 복용할 것을 권한다. 식전에 비타민 C를 먹을 시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아침 식사 후 – 루테인
루테인은 눈 속 황반 구성 성분 중 하나로, 시각 기능을 유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노화에 따라 루테인이 감소하면 눈이 침침하거나 망막 건강이 나빠지기도 한다.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영양소기 때문에 식사 직후 복용했을 때 흡수가 잘된다. 아침 식사 후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점심이나 저녁 식사 후에 먹는다.

▶점심 식사 후 – 오메가-3
오메가-3지방산은 혈관에 쌓인 기름을 배출하고 염증으로부터 혈관을 보호한다. 오메가-3는 지용성이라 체내에 흡수되려면 담즙산이 필요한데, 담즙산은 식사 후 많이 분비된다. 간혹 소화 기능이 약하면 오메가-3 복용 후 메스껍기도 하니 활동량이 많은 점심 식사 후 복용하는 게 좋다. 산책이나 업무를 하는 등 움직임을 늘리다 보면 메스꺼움 증상을 약간 덜어낼 수 있다.

▶저녁 식사 후 – 칼슘, 마그네슘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은 위산이 충분히 있어야 흡수가 용이하다. 위산은 식사 후 많이 분비되므로 칼슘은 식후 복용을 권한다. 더불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이나 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저녁 식사 후 먹으면 휴식과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평소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면 저녁에 칼슘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그네슘도 마찬가지로 근육과 뼈 건강은 물론, 신경계 이완 작용을 해 불면증을 해결하고 숙면을 부른다.

 


함께 먹으면 시너지 UP, 영양제 궁합 TOP 3

▶칼슘 + 마그네슘 + 비타민 D
칼슘은 복용 후 25%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배출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흡수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비타민 D가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며, 이 비타민 D를 활성화하는 것이 마그네슘이다. 칼슘과 마그네슘도 상호작용을 통해 뼈를 튼튼하게 하므로, 3가지를 함께 복용했을 때 효능이 더 높아진다.

▶오메가-3 + 루테인
루테인은 활성산소로부터 시세포와 뇌세포를 보호한다. 여기에 혈류 개선, 심장 질환 등을 예방하는 오메가-3를 함께 먹으면 안구의 모세혈관 혈류까지 원활해진다. 매일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끼고 살아 눈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두 가지 영양제 궁합이 시력 보호 및 각종 안질환을 예방하는 데 좋은 대안이 된다.

▶비타민 C + 철분
비타민 C는 철분의 체내 흡수를 최대 30%까지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 두 가지는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되지 않는 영양소이기에 별도로 보충해야 하며, 함께 복용하면 피로 해소와 면역 기능 강화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영양제 Q&A

복용 시간 외에 영양제를 둘러싼 못다 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영양제, 얼마나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영양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은 영양제 종류에 따라 다르고, 복용하는 사람의 컨디션이나 체질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복용 기간을 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양제 임상 연구 당시에 투여한 기간을 따르는 것이다. 번거롭다면 가장 일반적인 임상 연구 기간이자 단기간 복용의 마지노선인 3개월 정도는 복용해보고 본인에게 맞는지 판단한다.

Q 영양제를 먹을 때 과일주스나 차와 먹어도 될까?
물과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알약을 삼키기 어려울 땐 우유나 요구르트, 과일주스와 같이 먹어도 된다. 다만 유산균은 산에 약하기 때문에 과일주스와 함께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녹차나 홍차, 우롱차 등도 영양제를 먹을 때는 삼가는 게 좋다. 타닌 성분이 있어 영양제 속 철분 등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Q 영양제를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을까?
영양제를 먹을 때 가장 주의할 것이 알레르기다.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영양제에 해당 성분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또 간염이 진행되어 간 기능 수치가 높거나 신장 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고 영양제 복용 여부를 결정한다.

Q 영양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괜찮을까?
대부분의 영양제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으면 장기간 복용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단, 커큐민이나 아슈와간다 같은 허브 성분은 눈에 띄는 효과가 없다면 3개월 이상 복용하지 않기를 권한다. 허브 혼합물은 간 손상을 일으키는 사례가 가장 많고, 여러 허브를 혼합하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원료가 혼입될 가능성이 있어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

Q 영양제 복용 시 속이 불편하다면 그만 먹어야 할까?
합 비타민제에 들어 있는 칼슘제가 탄산칼슘일 때, 산도가 높은 비타민 C를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하고 쓰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탄산칼슘 대신 구연산칼슘을, 비타민 C도 중성 비타민 C를 선택해 복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