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나가는 주얼리 디자이너 두 명을 만났다.

얼굴을 감싸는 페이스 실드 헤드피스와 추상적인 형태를 담아낸 네일 팁은 써티투던(32Dawn).

32DAWN

식물의 기묘한 아름다움에 집중한 32DAW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효빈. 오묘한 형상을 실버 주얼리 위에 정교하게 녹여낸다.

32DAWN(이하, 써티투던)은 어떤 브랜드인가?
핸드크래프트 기반의 1인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다. 식물과 자연의 유기적 형태에서 영감 받아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써티투던의 의미가 궁금하다.
3월 2일 새벽, 내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대다. 브랜드 이름에 내 정체성을 녹여내고 싶었다. 

주얼리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금속조형디자인을 공부하며 우연히 왁스 카빙을 접했다. 뭔가를 계속 만들다 보니 언제든 새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매력에 빠졌다. 쌓인 작업물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묶어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나를 만들어가던 중 자연스레 졸업과 동시에 브랜드 론칭을 하게 됐다.

특별한 공정이 있나?
100% 왁스 카빙이다. 3D 프린팅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은 하지 않는다. 세밀하고 복잡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모든 제품을 핸드크래프트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3D 프린터를 이용해 원하는 형태를 구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면서 다양한 실루엣에 시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판타지 스토리의 구상과 설정. 이야기의 방향성이 정확하면 제품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수월하다. 표현하려는 것을 명확히 그려놓고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판타지를 주제로 하는 특별한 이유는?
외계 생명체나 신화처럼 비현실적 이야기를 좋아한다. 현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발칙하고 재미난 것을 시도할 수 있다.

식물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전개하고 있다.
독일의 사진작가 칼 블로스펠트의 식물 클로즈업 사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신비롭게 얽힌 형태가 내가 알고 있는 식물의 형태와는 다른 것 같았다. 이때 느낀 식물의 오묘함을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로 정의해 표현하고자 했다. 

최근 컬렉션 <Desert Flame>에서 주얼리부터 아트피스, 네일 팁까지 다양한 제품에 도전했다. 직접 설명해달라.
영화 <듄>을 보고 ‘사막의 불꽃은 어떤 모양일까?’ 하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캡슐 컬렉션으로 개수가 적지만, 크기와 형태가 더욱 과감해진 제품으로 구성했다. 아트피스로 선보이던 네일 팁을 이번 컬렉션부터 판매했는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네일 팁을 확장할 계획이다.

K-팝 아티스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담한 디자인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 태민 ‘어드바이스’의 네일 아머, 에스파 ‘Savage’의 핸드커프와 레그 피스를 제작할 기회를 가졌다. 이 외에 방탄소년단, 청하, 트와이스 등 여러 아티스트를 위한 아트피스를 진행했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대중성 있는 디자인이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판매를 위해 브랜드의 색을 놓기에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다. 중간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세 번째 컬렉션 <Alter-Earth>의 에일리언 이어커프. 외계 생명체에서 시작된 주제인데, 낯선 생명체의 형상을 우아한 곡선을 지닌 꽃의 형태로 재해석했다. 써티투던이 추구하는 무드인 ‘그로테스크 뷰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계획 중인 프로젝트나 목표가 있나?
현재 가구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등의 친구들과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고 있다. 내년 초에 더 넓은 공간으로 함께 이사해서 사무실 겸 쇼룸으로 꾸미는 것이 목표다. 이 외에 거울이나 헤어핀 같은 소품과 금속 디테일을 가미한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유기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이어커프, 볼드한 체인 네크리스, 펜던트 네크리스는 모두 복초이(Vokchoi).

VOKCHOI

VOKCHO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유영은 주얼리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복초이스러운’ 색을 견고히 한다.

VOKCHOI(이하, 복초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눈에 보이지 않던 비정형 판타지의 세계를 주얼리로 실현하는 아트 및 파인 주얼리 브랜드다. 유럽 전통 세공 방식과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세심하고 정교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브랜드 이름이 독특한데.
행복 ‘복’ 자에 나의 성인 ‘최’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주얼리를 만들면서 스스로가 행복하길, 더불어 우리의 제품을 착용하는 사람들 또한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주얼리에 빠진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처음에는 신발을 공부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가죽과 천을 다루는 일을 좋아하지 않더라. 휴학 후 장래를 고민하다 순수미술과 금속에서 새로운 흥미를 찾았다. 자연스레 두 가지를 함께 배울 수 있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손으로 만드는 습관, 좋아하는 질감과 재료, 선호하는 형태 등 나만의 작업 방식을 찾아가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복초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나만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었다. 우연히 개인 작업이 매거진에 실리면서, 나의 작업이 타인의 시선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전달하려는 작품의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기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구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비정형 판타지를 디자인의 원형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
형태가 없는 것을 현실화하는 작업에서 희열을 느낀다. 주얼리에 담긴 곡선의 아름다움을 판타지 세계에서 끌어와 표현하고 싶었다. 판타지는 비현실적인 세계이지 않나. 그곳에선 무엇이든 창작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료로 다양한 변주를 주되 그 안에 담긴 디테일을 풍성하게 하는 작업을 무수히 거치며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한다.

디자인 및 컬렉션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형태의 균형. 단 0.1mm의 두께나 곡선의 세밀한 차이로도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과해지지 않도록 전반적인 구조를 먼저 구상한 뒤 인체와의 조화를 고려해 디자인한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3D 프린팅으로 제품을 디벨롭한 후 마무리 단계에서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세공한다. 큰 곡선을 필요로 하는 이어커프나 헤드피스는 작은 실수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제품 하나하나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공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고수한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내 경험과 느낀 감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사회적 이슈와 주변의 관심사를 녹이기도 한다. 

아트 주얼리부터 하이 주얼리와 실버 주얼리까지 다양한 라인을 전개하고 있다.
모든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트 주얼리는 말하고 싶은 주제를 과감하게 표현하는 복초이의 정수다. 하이 주얼리는 프레셔스 스톤과 골드를 심도 있게 세공하는 라인으로, 좋은 재료를 활용하는 만큼 우아하고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실버 주얼리는 아트 주얼리를 축소해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에우리알레 이어커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우연히 태연과 함께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녀의 제품 소화력과 앨범의 콘셉트, 제품 이미지의 세 요소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며 엄청난 보람을 느꼈다.

최근 론칭한 프라이빗 어포인트먼트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복초이 오피스에 방문해 원하는 제품을 착용하고 일대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다 보니 실물을 궁금해하는 고객이 많아 준비하게 됐다. 보기에는 어려워 보였는데, 막상 차보니 생각보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계획 중인 프로젝트나 목표가 있나?
올해 하반기는 더 다양한 고객과 만나고 싶어 오프라인 쇼룸을 오픈하려고 한다. 우리가 직접 만날 그날을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