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 – 워킹맘으로 산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1년. 세상은 여전히 같아 보이지만 모든 것은 달라졌다. 그럼에도 모두는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그 1년의 기록.
워킹맘으로 산다
주말 오후, 짧은 글을 쓰기 위해 동네 카페로 피신했다. 테이블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60분 안에 글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아이와 아빠가 산책을 하러 간 사이에 홀로 집에서 글을 쓰는 것이 목표였으나, 습관적으로 청소를 하고 말았다. 작년 3월부터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주 3일 출근, 2일 재택. 매주 유치원에서는 ‘긴급 돌봄’ 신청자를 확인하고, 원격 수업에 필요한 꾸러미를 제공한다. ‘원격’이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인데, 온 식구가 하루 종일 부대끼며 원격 출근과 수업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혼자서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야간 수업이 등장했다. 부모가 휴가를 낸 날에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방침이다.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대한 늦게 시작하려고 안간힘을 썼건만, 컴퓨터가 없으면 만 5세 아이도 수업이 불가능해졌다. 엄마표 영어는커녕 하루 두 장 문제집 풀이도 겨우 챙긴다.
국가에서 보장하는 육아휴직, 육아단축근무는 각각 1년.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3개월을 쓴 나에게 남은 기간은 18개월이다. 얼추 2학년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9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퇴사가 정답’이라는 다섯 글자가 남의 일이 아니다.
아이가 신생아이던 시절에 인터뷰를 했던 한 소아과 전문의는 “생각보다 아이에게 엄마의 손이 필요한 시기가 짧다”며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게,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이 말을 마음 깊이 새기고 복직했지만 팬데믹이 찾아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까 봐 무섭다”는 아이를 아침 일찍 채근해서 유치원에 보내는 마음, 누가 알까? “가급적 등원을 자제해달라”는 알림을 받고서도 ‘긴급 돌봄’을 신청해야 하는 워킹맘의 심경, 누가 알까? 얼마 있으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내 아이. 저학년 아이들은 오후 돌봄이 가능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주에도 동료 워킹맘의 퇴사 인사 메일을 받았다. 누구보다 평가가 좋았던, 초등생 두 아이를 키우는 그는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까?
– 엄지혜(채널예스 기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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