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감에 물음을 멈추지 말아요, 배우 김모아 영화감독 허남훈
꾸준히 여행하는 동안에도 자주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이들. 배우 김모아와 뮤직비디오 감독 허남훈을 만났다.
요즘 북 콘서트 때문에 바쁘시죠.
맞아요. 내일 또 있어요.
어제 두 분의 세 번째 책 <아 무샹(A Mouchamps,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보낸 45일)>을 읽었어요. 프랑스의 햇빛을 담은 사진이 참 좋더라고요.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여행하는 동안은 어땠나요?
김모아(이하 모아) 코로나19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느꼈어요. 계획과 다르게 45일을 온전히 한곳에서 머물렀어요.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으니까 집에서 조금 더 우리 자신에 대해, 우리 삶에 대해 더 나은 질문을 한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번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겠어요. 그로 인해서 얻은 것과 잃은 게 있을까요? 두 분의 성향이 달라서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아요.
허남훈(이하 남훈) 안타까운 일이지만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나쁘진 않았어요. 프랑스 사람들과 언제 이렇게 격리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경험이 굉장히 값졌어요. 뭐니 뭐니 해도 돌아와서 자가격리 시간이 제일 힘들었네요.(웃음)
모아 사실은 45일 동안 여행 후에 한국에서 전시 일정이 있었는데, 여행하는 동안 코로나19가 심각해지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여차하면 프랑스에서 더 머물며 책을 만들어도 되겠다 생각도 했어요. 한국보다 프랑스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져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무샹에 있는 동안 친구 세실과 세실의 가족들과 더욱 가족처럼 지내게 된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남아요. 더 돌아봐야 할 프랑스 일정과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는데 가지 못한 건 너무 아쉬워요.
<커플의 소리 인 유럽>, <여행하는 집, 벤 라이프>에 이어 계속 움직이는 삶을 선택해왔어요. 흔히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를 실천하고 버킷리스트를 체크리스트로 바꾸면서 살고 있는 분들이죠. 여행하는 삶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남훈 우리에겐 사는 것 자체를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우리가 유럽을 가고 밴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무샹에 가는 건 그 일부이고 과정이에요. 거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현재를 여행처럼 살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누구나 갖는 로망일 수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남훈 우리는 서로가 집이에요. 둘이 같이 있으면 그곳이 그냥 집인 것 같아요. 그때 우리는 밴으로 이사를 간 거고, 우리 것을 비우는 디톡스를 한 계기가 되었죠.
미니멀리스트인가 봐요?
모아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고, 진짜 간결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다 버리고 살 수 있을까? 체험해보는 과정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요즘은 집에서 살고 있는 거죠?
모아 (웃음) 네 요즘은 집에서 살아요. 불광동. 북한산 앞이요. 한남동 쪽에 쭉 살았었는데, 이사를 갔어요. 그것도 약간 실험 중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서울의 중심에만 있다 보면 계속 같은 풍경만 보고 같은 것만 느끼는 것 같아서요. 생활 반경이 달라지면 보는 것, 만나는 사람 모두가 달라져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정착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우리는 유난히 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남훈 저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글쎄 정착하고 싶은 곳을 찾고는 있는데, 그게 서울 같은 도시일까? 무샹 같은 시골일까 고민 중인 것 같아요.
그 모든 게 계획적인 건가요? 즉흥적인 건가요?
모아 남편은 사전에 해야 할 것들을 촘촘하게 짜두고, 실전에는 유연한 편이죠. 그에 반해 저는 실전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고요. 서로의 사각지대를 잘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모든 일을 함께해내고 있는 거고요.
두 분의 밸런스가 아주 좋네요.
남훈 이 정도면 만족하죠. 함께할 수 있는 짝이 있는 것. 그게 무엇이든 동행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결혼은 꼭 하세요.(웃음)
모아 꼭 결혼이 아니라도 동거도 추천해요.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은 관계 속에 있어야 성장해요. 제가 글을 쓰게 된 것도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거든요.
안 그래도 궁금했어요. 배우에서 작가가 된 이유.
모아 저한테는 글을 쓰는 게 굉장히 모험이었어요. 혼자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돈 버는 거 생각하지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더라고요.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더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후 에세이집을 내보자고 권유했어요. 덕분에 몇 년 안에 첫 책을 내게 됐고요.
정말 잘 맞네요. 둘이 같이 일하면 나쁜 점도 있나요?
모아 서로 계속 노력해야 된다는 거?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옆에서 계속 서로 일 얘기를 해야 하는 사이죠. 너무 너무 가까운 사이지만 예민한 부분은 서로 조심해야 하는 사이. 결혼은 거의 나노 단위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이혼하지 않는 모든 부부는 정말 대단한 거예요.(웃음)
그럼 각자의 균형은 어때요?
남훈 잘 맞는 것 같아요. 밸런스라는 건 결국 스스로에게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뮤직비디오 감독 일을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엔 커플의 소리 프로젝트 일을 하거든요. 그게 저에게는 쉬는 거예요. 온전히 내가 주체가 되어 꾸려나가는 휴식 같은 일이죠. 꼭 여가시간을 가져야만 ‘잘 쉬었다’는 아닌 것 같아요.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뉘앙스네요.
남훈 포인트는 ‘바쁘게’가 아니라 ‘의미 있게’예요. 나에게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인정!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내가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모아 밖을 향해 있던 관심을 안으로 돌리면 좀 더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바깥 세상을 위해 열심히 달리던 것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보는 거죠.
몸은 여행하지만 마음은 자주 멈춰 있겠네요. 나를 돌보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모아 질문을 많이 해요. 저도 남편 덕에 생긴 버릇이에요. 남편 컴퓨터 옆에 항상 써 있어요. ‘정확한 질문을 던져라’. 질문은 철학을 하는 과정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살아가는 과정 중에 하나인데, 많이들 그렇게 못 하고 있어요.
남훈 이거 정말 쉬운 방법인데, 메모장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써보세요. 그냥 단어, 향기, 좋아하는 음식, 문장 할 것 없이 모든 좋아요.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적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을 계획하다 보면 그게 내 세상을 만드는 작은 부분이 되거든요.
쉬운 것 같은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거네요. 저조차도 어느 순간 이게 왜 좋은지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오늘 꼭 해봐야겠어요. 그 다음 버킷리스트는 뭐예요?
남훈 원래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무샹으로 돌아가 친구들도 만나고 전시도 열 계획이었어요. 지금은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행선지를 제주도로 바꿨어요. 가서 한 달을 살며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해야죠.
그 여행도 어떤 아카이브로 남길 여지가 있나요?
모아 제주도에서 한 달을 살며 여러 가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지금의 계획이자 일이에요.
그것도 기대가 되네요.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중 하나를 우리 <얼루어> 독자들에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모아 자신에게 충실히 마음을 쓰고 있나요?
남훈 왜 살아?
왜 사냐니, 너무 무섭네요.
남훈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질문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본인이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거든요. 본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질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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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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