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
충분한 재충전을 위해 필요한 수면 시간은 8시간. 하지만 당신의 수면 시간은 어떤가? 아무리 자는 시간을 챙기려 해도 고작 5~6시간밖에 확보할 수 없다면 좀 더 제대로, 푹 자는 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여기 몸속 호르몬에 의해, 생각의 전환을 통해, 또는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숙면에 가까워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성공적, 로맨틱, 꿀잠
지난 3월,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연구자들이 무작위로 선정한 7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르가슴과 수면의 질에 관한 설문이었는데, 조사 대상 남녀의 대다수가 오르가슴이 수면의 질과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대답했다. 또, 절반은 마스터베이션이 숙면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 주변의 의견은 좀 달랐다. 한 친구는 성관계를 마치 6마일을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에 비유하며 격한 운동을 한 직후 같아 바로 잠들기 힘들다고 했다. 섹스가 숙면이 아닌 불면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성문제 연구소 리베로스의 설립자 니콜 프로즈는 이렇게 설명한다. “오르가슴 동안 분비되는 호르몬 중 바소프레신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반드시 숙면에 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여성은 생리학자들이 분석하지 않은 다른 반응을 오르가슴이라 부르곤 하거든요.” 설령 생리학자들이 말하는 진짜 오르가슴을 느꼈다 할지라도 반드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매일 잠드는 공간이 아니거나, 평소와 다른 루틴이라면 숙면이 어려울 수 있다. 의사들은 숙면 습관을 위해서 위생적인 환경에서, 매일 똑같은 시간대에 잠자리에 드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잠들기 직전, 혹은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 성관계가 모든 사람의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잠드는 것은 섹스 경험이나 방식만큼 개인적이고 다양하며 신비롭기 때문에, 각자 최적의 숙면 루틴을 찾는 수밖에 없다.
– 로렌 라슨(Lauren Larson)
스마트폰을 침대 옆 테이블에 두거나 손에 쥔 채로 잠드는 사람의 비율 71%.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로 많은 사람이 밤잠을 잊고 산다. 스마트폰을 침실에서 추방한다면 수면의 질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가는 건 어떨까?
NO TECH
벌처럼 호흡하기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위해 몰디브의 원 앤 온리 리시 라(One & Only Reethi Rah) 리조트의 수면전문가 앨리슨 아난디 프랜시스(Alison Anandi Francis)의 수면을 돕는 호흡법을 소개한다. 매일 밤 10~15분간 침대에 누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 입을 다문 채 벌처럼 소리를 내는 것이다. ‘흠~음~음~음~음~’ 이때는 숨을 길게 내뱉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호흡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 박동을 늦추고 심신을 이완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양이나 별을 세는 것보다 간단해 최근 스트레스 방지 수면 보조법으로 가장 주목받는 방법이다. ‘꿀벌 호흡법’이라 말하기도 하며, 요가나 명상 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잠이 잘 들게 할 뿐 아니라 걱정과 불안을 없애는 호흡으로도 알려져 있다.
LOW TECH
아날로그와의 재회
나는 바보였다. 숙면에 좋다는 주스 레시피를 보느라 밤을 새웠고, 휴대폰과 연동되는 각종 알람시계를 침대에 들여놓으면서 수면 패턴을 더 산만하게 만들었으니까.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담은 알람 기기도 잔뜩 사들였다. 스마트폰 속 수면 관련 앱과 ASMR 알람은 내게 수면 진정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디지털 기기들이 되려 내 숙면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걸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아날로그 방식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건전지로 작동되는 알람시계와 라벤더꽃 한 다발, 리넨 시트를 구매했다.
나는 잠이 참 좋다. 잠든 동안엔 골치 아픈 결정이나 생활비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꽃집에서 라벤더 한 다발을 사면서 주인에게 “아무런 기술적 도움 없이 완벽한 잠을 자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 주인은 “저도 꿈을 꿀 때가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땐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내 말은 꿈과 무관하게 푹 자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침 이른 시간 반려견이 침대로 달려들어 밥을 달라고 나를 핥아댈 때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이 앞서고 싶고, 알람을 들었을 때 상쾌함을 느끼고 싶다. 언젠간 그런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날로그 알람시계를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고, 휴대폰은 저쪽 구석 책상 책 더미 위에 올려놓은 채 잠자리에 누웠다. 밤 10시, 은은한 솔트 향의 향초를 켜고, 잠옷을 입은 후 아로마 오일을 귀 뒤에 바르고 실크 안대를 착용했다. 이런 노력에도 자정이 훌쩍 지나 1시 45분까지 잠들지 못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소프트 사운드에서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은 채 스르륵 잠이 들었다.
뭔가 더 강력한 것이 필요한 듯해 사회학 박사인 동료에게 내가 읽을 수 있는 가장 어렵고 지루한 책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애매함의 도덕에 관하여>를 추천했다. 도대체 애매함의 도덕이 뭘까? 제목은 흥미로웠지만 더 깊게 고민하고 싶지 않았고, 누운 자세에서는 2분의 독서도 힘들었다. 뭐 다른 건 없을까? 베개와 시트에 뿌릴 숙면 유도 스프레이까지 찾기에 이르렀다.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적당히 잔 후 알람이 울려서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 그뿐이다. 하지만 내 손과 귀에 착 붙는 아날로그 알람시계를 찾기까지도 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라디오 알람시계는 매력적이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애써 맞춰놓은 광고나 음악 알람은 마치 또 다른 자장가처럼 들렸으니 말이다. 비교적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담은 자동차 광고나 앙칼진 아주머니의 수다스러운 목소리도 역시 나의 아침을 열기엔 별 소용이 없었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잠을 깨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알람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 알람은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울려야 한다. 내 두 번째 알람이 그랬다. 점점 볼륨이 커지고 속도가 빨라지는 알람.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없는 그런 알람이었지만, 내가 바랐던 개운한 아침을 열어주진 못했다.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알람은 세 번째로 만난 작은 피킵(Peakeep) 시계다. 디자인이 간결하고 숫자 표시도 깔끔하다. 게다가 알람 송도 마음에 들었다. 적당히 경쾌하고 평화롭지만 시끄럽진 않은 소리! 요란하지 않게, 모험을 떠나듯 기분 좋게 잠을 깨워준다.
나는 계속 아날로그 방식의 잠들기와 깨기를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멀리한 채, 알람을 맞추고 침대에 누우면 다음 날 날씨와 저녁 사이 일어난 일들이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주방이나 다른 방까지 걸어갈 수고로움을 무릅쓸 만큼은 아니다. 다행히도!
– 랜지 마거렛(Lange Margaret)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전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 10시간.
1세기 후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 6.8시간.
HIGH TECH
최악의 수면 파트너는 스마트폰이다. 그렇다면 누에고치처럼 생긴 수면 로봇은 어떨까? 숙면을 위한 최첨단 아이템들.
솜녹스(Somnox)의 슬립 로봇
부드러운 누에고치처럼 생긴 이 로봇을 품에 안으면 잔잔한 음악, 파도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이 흘러나온다. 통통한 강아지를 안고 자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사용자의 심장 박동에 반응해 움직여 숙면을 돕고, 진동으로 잠을 깨워주기도 한다.
플루토 필로우(Pluto Pillow)
주문 시 설문 조사를 통해 사용자의 키, 수면 방식, 현재 베개에 대한 만족도 등을 파악한 후 소비자 맞춤형 베개를 제공한다. 머리가 항상 시원하길 원한다면 베갯닛을 쿨 소재로 변경할 수도 있다.
캐스퍼(Casper)의 더 글로우 라이트 (The Glow Light)
잠에 들고 깨기 쉽도록 설계된 조명이다. 부드럽고 자연적인 빛을 발산해 일반 조명과 달리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게 돕는다. 침대 옆에 둔 부드러운 빛의 이 조명은 사용자가 잠들면 45분 안에 일몰처럼 천천히 점등되고, 앱 조작을 통해 일어날 시간이 되면 저절로 밝아지게 만들 수 있다.
에잇 슬립(Eight Sleep)의 더 포드(The Pod)
인공지능 로봇처럼 똑똑한 매트리스. 사용자의 수면 사이클을 파악해 잠든 동안 사용자가 이상적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체온을 조절해주고,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채 연동된 다른 기기, 예를 들면 커피머신 등을 작동시킨다
-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ALICE ROSATI/TRUNK ARCHIVE, AMANDA FRIEDMAN/TRUNK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