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 Pony Tales
때로는 편안하게 때로는 품위 있게, 극과 극의 분위기를 넘나드는 낮은 말총머리의 매력.
공기처럼 흰쌀처럼,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던 ‘하나로 묶은 머리’가 2018 봄/여름 시즌 가장 대표적인 헤어 트렌드로 떠올랐다. 사실 포니테일 스타일은 매시즌 등장했지만, 이번 시즌만큼 대거 등장한 적은 드물다. 그것도 약속이라도 한 듯 낮은 높이로 말이다. 로에베, 프라다, 랑방, 프린, 소니아 리키엘 등 포니테일을 선보인 각 쇼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들은 그 한정된 틀 안에서 저마다의 디테일을 더해 모두 다른 분위기의 포니테일을 완성했는데, 틀린 그림 찾기처럼 그 소소한 차이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데일리 스타일로 활용도 높은 순으로 살펴보자. 소녀 감성 포니테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애교머리와 가죽끈으로 포인트를 준 로에베 쇼를 참고하면 된다. 앤드류 지엔의 쇼에서도 여성스러운 포니테일이 등장하는데, 부드럽게 흐트러진 앞머리와 검은색 리본을 더해 보다 성숙한 느낌을 자아낸다. 반면 프라다 쇼의 헤어 키워드는 ‘톰보이’. “애니메이션 속 말괄량이 캐릭터에 주목했죠. 그들의 헤어스타일을 참고해 귀 앞에 구레나룻을 더했습니다.” 담당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의 설명처럼 프라다 쇼의 모델은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속 삐죽삐죽한 앞머리의 주인공 치히로를 떠올리게 한다.
퍼블릭 스쿨 쇼에서도 이와 비슷한 보이시 무드가 이어진다. 그 스타일링 노하우를 아베다 글로벌 헤어 디렉터 알렌 루이즈에게 물었다. “우선 꽤 긴 시간을 들여 다양한 웨이브를 넣고 그것을 망가뜨렸어요. 그리고 무심하게 묶고, 마치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위해 몇 가닥은 뽑아냈죠.” 그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헝클어짐은 원래부터 헝클어짐이 아닌 경우가 많다. 무심해 보이는 이포트리스 시크가 사실은 다른 어떤 스타일보다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것처럼.
뷰티 화보를 진행하다 보면 모델의 얼굴을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헤어스타일리스트에게 포니테일을 요구하는 일이 잦다. 하나로 묶으면 그만인 간단한 과정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여기저기 구부러뜨리고 코르사주를 잔뜩 얹은 웨딩 헤어보다 뒤통수 볼륨이 적당하고 자연스럽게 잔머리를 낸 포니테일을 만드는 시간이 곱절은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아는지? 블로우 드라이, 웨이브, 뒤통수 백콤에 이어 정교한 밴딩 그리고 잔머리 손질까지. 헤어 세럼, 왁스, 스프레이 등 스타일링 제품도 4가지 이상은 기본이다. 물 위의 우아한 백조의 모습이 완성된 포니테일이라면 쉬지 않고 발 차기를 하는 것은 포니테일을 연출하는 과정에 비유하면 되겠다. 한편, 의도적으로 공들여 망가뜨린한 스타일도 있다. 프린 쇼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은 웰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진 슐레이먼은 ‘Mystic Haze’를 주제로 몇 주 동안 씻지 않고, 햇빛, 비, 눈, 바람에 노출된 듯한 거친 포니테일 스타일을 선보였다. 디테일과 무드 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포니테일과 어우러진 뻔하지 않은 헤어 액세서리다. 알베르타 페레티 쇼에 등장한 긴 검정 고무줄과 랑방 쇼의 실크 스카프 그리고 에르뎀 쇼의 곱창밴드(90년대 말 김희선이 유행시킨 그 곱창밴드가 다시 돌아올 모양이다), 샤넬 쇼에 등장한 플라스틱 튜브까지!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이 스타일을 위해 진공청소기를 사용했다고. 거칠거나 정교하거나, 여성스럽거나 보이시하거나, 액세서리를 더하거나 아니거나, 포니테일이라면 모두 좋다. 올봄엔 머리를 낮게 묶고 자신감은 높게 올려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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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 Shim Kyu Bo, Courtesy of Ne-A-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