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남자들

때로는 이성적이고 때로는 감성적이며 논리적이기까지 하다. 품격을 갖춘 남자 김도진이 부럽지 않은 집 짓는 7명의 남자를 만났다.

이응주 | AI 건축사사무소 대리
건축가를 결심한 계기 학부 때 수학 전공을 하던 중 에티오피아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봉사를 하는 의사, 약사, 교육자들을 보고 나도 나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걸 계기로 예전부터 좋아하던 건축가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건축가로서의 장점과 단점 보기와 다르게 깔끔한 성격이다. 정리 정돈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데 그런 성격이 건축을 할 때 나타난다. 어긋나 있는 것을 보면 못 참고 곡선보다는 직선을 좋아해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직선이 과하게 등장해 곤란할 때가 있다. 건축가의 고충 매력적이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밤을 새우는 건 다반사고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집이 바로 지어지는 것도 아니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 중 하나다. 스트레스 해소법 예전에는 운동을 했는데 요즘은 많이 먹는다. 다시 운동해야지 하면서도 못하는 건 진심으로 시간이 부족해서다. 그리고 먹으면 거짓말같이 스트레스가 풀린다. 자꾸 살이 쪄서 큰일이다. 우리 사무소의 건축물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유명한 회사인 만큼 클럽하우스 설계를 계속 하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나인브릿지, 샌드 파인, 파인 비치, 그리고 메이플 비치 클럽 하우스가 우리 회사의 건축물이다. 최근에는 두산 아트센터를 리노베이션했다. 얼마 전에 완공되어 방문했는데 생각한 대로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건축하는 여자 남자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데 여자들이 그걸 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엄청난 끈기가 있고, 자기 주장도 강해야 하고, 고집도 세야 한다. 그래서 친구로는 매력적이지만 여자로서의 매력은 못 느끼는 편이다. 건축가의 매력 대부분의 업무가 반복되기 마련이지만 건축은 다르다. 같은 시설을 지어도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하게 된다. 그것이 건축이 지닌 최고의 매력인인 것 같다. 건축가로서의 비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그들에게 비를 피할 수 있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안영창 | 디자인 인사이트 소장
개업 과정 한 건축사무소에서 3년 동안 실무를 보다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느껴 회사를 나와 카페를 차렸다. 하지만 건축을 포기할 수 없었고 1년 후, 카페를 접고 설계사무소를 차렸다. 건축 이외에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했던 회사 시절과는 달리,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나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지금이행복하다. 건축 소장으로서의 포부 고생을 하더라도 건축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일하고 싶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조금 영악해져야겠지만 건축만 바라보며 뜨겁게 살고 싶다. 그런 모습을 이해해주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더없이 기쁘다. 건축가를 결심한 계기 중학교 때 혼자 종묘에 간 적이 있다. 정전에 들어서자 압도하는 스케일과 엄숙함이 내 마음을 강하게 내리쳤다. 건축의 아름다움이란 걸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건축가로서의 장점과 단점 생각한 즉시 실천한다. ‘그거 해도 괜찮을까? 어렵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행동이 앞서다 보니 준비가 미흡할 때가 있다. 건축소에서 하는 일 혼자 모든 걸 다 한다.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나를 파는 것이 시작이다. 그 후 건축주에게 보여줄 도면을 그리고, 도면을 바탕으로 3D 모델링을 해서 투시도 작업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시공 스케줄을 짜고, 협력업체 조율하고, 시공에 들어간다. 현장에 나가서 시공팀을 감리하고,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완공이 될 때까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건축하는 남자 원래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어느 자리든 건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여자친구는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하더라.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스타일도 좋은 편이고, 잘 노는 것 같다. 문제는 야근을 많이 해서 놀 시간이 없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고집이 세다는 거다.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남들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작품이 곧 자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김동휘 | 고기웅 사무소 디자이너
건축가를 결심한 계기 신입생 때 학부생 80명을 모아놓고 교수님이 말했다. “지금 수업 듣고 있는 80명중, 후에 건축가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나오면 많이 나오는 거다.” 그걸 듣고 생각했다. ‘그래? 그럼 내가 되어야겠다’라고. 건축가에 대한 편견 훌륭한 건축가는 멋있는 건물을 많이 지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멋있는 건축물을 만든다고 다 훌륭한 건축가가 되는건 아니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위해 애쓰고 공부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건축하는 남자들이 멋있고 근사하게 비춰지지만 실제로는 어렵고 힘든 일이 더 많다. 스트레스 해소법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탄다. 건축가의 고충 대부분 그렇듯 마감할 때가 가장 힘들다. 시간 맞추는 일은 어느 분야나 힘든 것 같다. 우리 사무소의 건축물 수원에 ‘해우재’라는 변기 모양의 건물이 있다. 완공 당시 해외토픽에도 실린 건물이다. 건축주가 한국 화장실 협회장이었고 변기 모양으로 집을 지어줄 별난 건축가를 찾았는데 마침 사무실에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지금은 화장실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건축의 매력 이렇게 힘든데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건축이 좋아서’라는 답밖에 찾지 못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좋아한다. 건축의 매력을 함축하고 있다.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또다시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4학년 2학기 건축설계 스튜디오 첫 시간이었는데 “지금까지 설계 수업을 듣는다는 건 건축에 발을 깊이 담갔다는 뜻이니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건축가가 되어야지’라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너무 힘을 주고 덤비는 바람에 제 풀에 지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건축 이외의 관심 날씨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신기하게 단 하루도 같은 날씨가 없다. 순간 순간 변해가는 날씨를 보는 게 재미있다. 축복이라 생각한다.

이용훈 |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사원
건축가를 결심한 계기 원래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니라서 무료한 학교 생활을 하던 차에 친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인생의 목표를 위해 늦었지만, 다시 도전하려 한다.” 그 문자를 보고 나도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수능을 준비해 원하는 건축과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건 내 운명을 바꾼 그 문자가 만우절 날 보낸 장난 문자였다는 거다. 건축가로서의 장점과 단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한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감이 넘치고 남 앞에 나서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다. 감성적이고 섬세한 성향은 디자인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반면 인내와 끈기가 좀 부족한 편이다. 건축소에서 맡고 있는 일 기획이나 디자인 계획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막내라 건축 이외의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선배들을 도와 최대한 멋있고 근사한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건축하는 남자 어느 날 여자친구가 <신사의 품격>의 김도진을 보며 내게 물었다. 너도 저런 건축가가 되는 거냐고. 그래서 당당하게 대답했다. 내가 김도진보다 더 성공할 거고 집도 지어주겠다고 말이다.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더 열심히 일하는 걸로! 건축가들은 대체로 감성적이고 언변에 능해서 인기가 좋은 편인 것 같다. 주변 선후배들이 바쁜 와중에 시간 내서 연애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해소법 땀을 흘리면서 운동한다. 축구도 하고, 수영도 하고, 헬스도 한다. 건축가의 고충 자기 만족과 일에 대한 성취감이 큰 직업이지만 돈과 명예라는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건축 초년생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실과 자기만족과의 괴리감이 큰 만큼 정말 좋아해야 끝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건축의 매력 머릿속에 있던 생각과 이미지들이 결과물로 나타났을 때 짜릿함을 느낀다.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건축과 관련된 일뿐 아니라 뭐든 즐겼으면 좋겠다. 밤샘 작업도, 연애도, 친구들과의 관계도 말이다.

    에디터
    조소영
    포토그래퍼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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