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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쌀롱 25> 내 낡은 서랍 속의 달팽이, 이적과 김진표가 돌아왔다

2026.03.03김가혜

달팽이, 왼손잡이, 그리고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1995년 데뷔한 패닉이 2026년 퇴근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스타그램@jucklee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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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한다. 6시 땡 하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시그널송 들으며 룰루랄라 퇴근하고 싶지만, 현실은 칼퇴도 룰루랄라도 멀다.

혹시 ‘달팽이의 하루’란 동요를 아는지? ‘보슬보슬 비가 와요’로 시작해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담은 귀여운 노래인가 싶지만, ‘마음은 신나서 달려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부터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어 ‘어느새 비 그치고 해가 반짝’한 상황에 ‘마음은 바쁘지만 느릿느릿 달팽이’가 ‘아직도 한 뼘을 못 갔구나’로 마무리 될 때 공포란(!). 우리 집 아이들은 이 노래에 엄마 눈이 촉촉해지는 이유를 알지 못 한다. 이게 다 그 시절 패닉 때문이다.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말하는 ‘달팽이’는 여름날을 꿈꾸는 눈사람 울라프만큼이나 위험한 것이었다. 노래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0년도 더 지났다. 꾸역꾸역 점액질을 남기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노래가 들려 오면? 삭신이 쑤시는 서글픔이 몰려온다.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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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5년. 넌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만 가라던 부모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 가수가 둘이나 등장했다. 한 명은 서울대 달팽이 이적, 다른 한 명은 연세대 비닐바지 박진영. 후자에 비한다면야 적어도 속옷이 비치지 않는 비닐옷을 입었으니 달팽이 헤어는 나름 무난한 출발이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어른들이 쉬지 않고 혀를 쯧쯧쯧 차게 만들었다.

밥상에서 젓가락질이 서툴면 숟가락으로 머리를 맞던 시절에 ‘왼손잡이’는 반드시 교정을 통해 사회화를 시켜야 하는 ‘버릇’. 그런데 서울대씩이나 갔다는 가수가 나와서 왼손잡이를 독려하는 노래를 부르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색소폰 연주자인가 싶었던 래퍼 김진표는 어땠나? 교포 재질 마스크와 중저음 보이스는 리바이스 ‘난 나야’ 광고에 찰떡이었지만, 어른들 눈에는 그저 ‘싸가지가 너무 바가지, 힙합 바지 입고 나가지’(2집 수록곡 ‘진표생각 1’)였다.

그 어린 날의 웃음을 잃어만 갔던가

2집 이후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간 패닉. 이적이 또 다른 ‘배운 오빠’ 김동률과 ‘전람회’로 활동하며 댄스를 끊은 동안 김진표는 랩곡으로 채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이어 이적이 세기말 감성 폭발하는 잔디 인형 머리로 ‘긱스’로 무대를 휘젓는 동안 김진표는 ‘노바소닉’으로 전설의 펌프 히트곡을 남겼다.

그리고 2026년 4월, 내 낡은 서랍 속의 패닉이 돌아온다. 이적과 김진표가 함께 콘서트를 하는 건 20년 만이라고 한다. 90년대에 반항기 가득했던 두 사람은 이제 손 하트 포즈도 마다 않는 아저씨들이다.

하지만 그 시절 <가요톱10> 무대가 선명한 1인은 콘서트에서 두 사람이 보여줄 솔로 무대를 상상해 본다. 조승우가 영화 <후아유>(2002)로 역주행 시킨 긱스의 ‘짝사랑’을 부를 이적과 그 시절 펌프 고수들만 도전한 노바소닉의 ‘또 다른 진심’을 펌프 기계 위에서 선보일 김진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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