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블로거, 믿어도 좋을까?

뷰티 블로그를 자주 찾게 되는 이유는 실감 나는 후기와 공들인 팁에 있다. 이런 블로그의 인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 와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건, 방문자 수를 등에 업고 후기를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블로거가 환영받는 게 답답하고, 신뢰해도 좋을 블로거의 새로운 포스팅이 묻히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살 때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손쉽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메이크업 제품은 실제 얼굴에 발랐을 때의 컬러를 스타일별로 볼 수 있고, 스킨케어 제품은 테스터의 피부 타입에 따라 바르고 몇 주 후의 경과까지, 그것도 매일매일 새롭게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즉각적이다. 게다가 공짜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어디까지나 정직하게 써본 진짜 소감을 다루는 사용 후기를 접했을 때의 이야기다. 뷰티 블로그가 하나의 홍보 창구로써 가능성을 보이자 화장품브랜드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그들을 활용한 홍보 전선을 구축했다. 시작은 단순히 화장품을 줄 테니 써보고 후기를 올려달라는 것이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후기를 쓰는 입장에선 공을 들이는 시간에 비해, 제품이 알려지는 광고 효과에 비해 제품 협찬이라는 떡밥은 너무나 왜소해 보일 수밖에 없었고, 화장품 원가 얘기가 터질 때마다 스스로의 작업 가치가 그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았으리라. 그리하여 결국엔 포스팅의 대가가 지불되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러한 상황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글 쓰는 걸 업으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반가운 일이다.

설령 포스팅의 대가로 받는 돈 때문에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다거나 실제와 다른 글을 쓴다고 해도 그들의 은밀한 뒷거래를 제재할 수는 없다. 그래봐야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공간에 글을 쓰는 대가로 돈을받는 셈인데, 그게 보기 싫다면 안 보면 그만이니까. 거짓부렁을 끼적거린다며 블로거의 도덕성을 책망할 순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 들르는 게 블로그이기에, 잘 꾸며진 대가성 포스팅에 낚이고 싶지 않다면 이런 건 조심하자. 먼저 한눈에 봐도 성의가 부족해 보이는 포스팅. 화장품이 좋아서, 정보를 주고 싶어서 올리는 후기는 대충 올릴 리가 없다. 귀찮으면 안 하면 그만인 게 블로그니까. 꼭 올려야 하는 압력이 있을 때 올린후기는 하기 싫은 티가 난다. 그런 포스팅은 100% 대가성이다. 또 모든 포스팅이 칭찬 일색인 블로그. 물론 너무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고, 모든 제품이 피부에 딱딱 잘 맞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거나 바르면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사람의 후기를 찾아 다니며 비교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볼 이유도 없다. 마지막으로 짧은 기간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블로그에 올라오는 동일 제품의 후기는 일단 제품이‘ 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협찬받는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장점만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브랜드에 과잉 충성하는 블로거가 의외로 많다. 그런 충성심은 브랜드에서도 반갑지 않아 한다는 걸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텐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화장품 후기 포스팅은 단순히 제품을 써보고 제품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피부 타입에 취향까지 고려해서 글을 쓰면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 느낌을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 여기에 꼬박꼬박‘댓글’을 달아 소통까지 원활하게 하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제품 설명을 위한 사진만 해도 실제 색과 얼마나 유사하게 나왔는지 색 보정을 해야 하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포스팅을 위해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밤새 올린 포스팅에 악플이나 시답잖은 질문이 달리기도 한다. 이런 고난을 이겨내고 뷰티 브랜드에게 인정받고, 소비자한테 신뢰를 얻는 블로거가 되면 그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 물론그런 대우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브랜드에서 대우를 해줄 블로그를 선정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일단 많은 사람이 봐야 하므로 일일 방문자수가 많아야 하고, 블로거가 올린 포스팅의 관심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에 올린 후기의 댓글 수도 확인한다. 여기에 고정적으로 방문할 것으로 여겨지는 블로그 이웃 수와 이전에 올렸던 후기의 객관성, 심지어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 포스팅에 쏟는 정성, 사진의 퀄리티까지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런 기준을 통과했을 때 대가를 받으면서 후기를 올리는게 서로 어색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실 대가를 받고 포스팅을 한다 해도그 제품의 장점을 제대로 부각해준다면 받는 입장이나 주는 입장, 보는 입장에서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고, 정작 제품을 사용해보는 사람한테 잘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게문제다. 서로 각자의 기준에 부합하는 상대가 아님에도 단순 홍보를 위해 포스팅을 조건으로 대가를 받게 되면 제품에 대한 쓴 소리를 하는 게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가를 지불하는 입장에선 기껏 제품 줬더니 안 좋다고 늘어놓는 포스팅이 마음에 들 리 없다. 그러다 보니 ‘그게 꼭 제품탓은 아닐 수도 있다’, ‘확신할 수 있느냐’, 이런 식의 포스팅은 곤란하다’는 언쟁이 오고 간다. 한때 뷰티 블로거로 이름을 날리다 지금은 브랜드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양쪽 모두를 경험해본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대가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제품을 좋게만 써달라는 뇌물이 아니라 정해진 기한 안에, 제품의 정보를 올바르게 포스팅 해달라는 약속이어야 한다. 책임감을 줄 수는 있지만, 원고의 방향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돈을 요구하면서 원고를 써주는‘리뷰 알바’와 브랜드에서 정당한 원고료를 지불하게끔 하는‘파워 블로거’는 한 끗 차이, 대가의 목적이 다른 것이다. 가끔 둘러보는 입장에 선한 눈에 그 차이를 알아채기가 힘들다. 그래서 오랜 인기에도 변함없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포스팅이 끊이지 않는 블로거들을 준비했다. 이게 바로 파워 블로거의 좋은 예다.

여전히 아름다운 뷰티 블로거들

필리스 리 www.makeupforlife.net
위아래가 다른 입술 컬러, 검은 립스틱 등 국내 블로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메이크업을 볼 수 있다. 구구절절한 대화체 대신, 정확히 단계를 짚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미셸 판 www.youtube.com/user/michellephan
브랜드와 블로거가 함께 했을 때의 가장 좋은 예. 최근 랑콤의 레드 립 컬러를 가지고 만든 영상은 1주일 만에 14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으며, 소리를 듣지 않고 영상만 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제시카 할로 www.youtube.com/user/missjessicaharlow
최신 힙합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메이크업 동영상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 블로그다.

일본아줌마 http://blog.daum.net/japaneselady
위트 있는 말투로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제품 리뷰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과 협찬받은 제품에 대해 구분한 게 눈에 띈다. 상황별 메이크업처럼 자신만의 기획을 보여주는 블로거다.

하얀 냐옹이 http://blog.naver.com/wkd03188
메이크업을 시작하려고 생각 중인 대학교 신입생이 즐겨 찾을 만한 블로그. 일상생활에 적용 가능한 메이크 업 기술을 쉽게 설명했다.

지나 http://blog.naver.com/jina1997
일본식 메이크업, 특히 속눈썹을 강조하는 갸루 메이크업의 일인자.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메이크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메이크업을 많이 보여준다. 신기한 드럭 스토어 제품 소개는 덤이다.

발칙한 루루 http://blog.naver.com/rudelulu
일본 최신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 정보가 듬뿍 담긴 블로그. 사용 제품 후기를 만족도별로 나눠놓은 게 참신하다.

포니 http://www.cyworld.com/jpshop01
메이크업 강좌라는 카테고리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자세하고 체계적인 설명을 보여준다. 블로거의 예쁜 외모 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 단단히 한몫한다.

미우 http://blog.naver.com/haruna85
운영자의 피부 톤이 까무잡잡한 웜톤이라, 원래 피부가 뽀얀 뷰티 블로거들의 리뷰가 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블로그.

    에디터
    뷰티 에디터 / 황민영
    포토그래퍼
    안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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