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크리에이티브 K-POP 프로듀서, 송지수
창작부터 제작까지. 자신만의 웨이브를 만들어가는 90년대생 K-팝 프로듀서 4명.

송지수 1999년생. 버클리 음대 재학생 시절 모교를 찾은 작곡가 켄지(KENZIE)를 처음 만났다. 그가 20년 넘게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2025년 설립한 뮤직 퍼블리싱 회사 ‘KZLAB(케이지랩)’에 합류했다. JSONG이라는 활동명으로 NCT, 제로베이스원, 하츠투하츠 등의 곡에 참여했다. 작곡과 코러스, 보컬 디렉팅 등 K-팝 제작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KZLAB’에 합류했다.
버클리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2023년 봄, 켄지 작가님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강의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보컬 디렉션과 프로덕션 마스터링 클래스도 하고, 피드백도 받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때 나라는 사람을 조금 보여드린 게 인연이 됐다.
세계적인 음대에서 K-팝 작곡가의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BTS와 블랙핑크의 미국에서의 인지도가 커졌다. 학교에서도 K-팝에 주목하는 클래스가 늘어나고 관계자가 오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켄지 작가님은 K-팝 제작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아는 분이니까.
원래 K-팝 프로듀서를 꿈꿨나?
MP&E (Music Production&Engineering)와 EPD(Electronic Production Design)를 복수 전공했다. 톱라인을 만들며, 데모를 차차 쌓고 있었지만, K-팝으로 한정 짓지는 않았다. 그러나 KZLAB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이유는 없었다.
K-팝의 매력을 언제 처음 느꼈나?
초등학교 5학년, 미국 애리조나로 이민을 오며 K-팝이 찾아들어야 하는 음악이 됐다. 그러면서 오히려 애정이 더 커진 것 같다. 주류 미국 팝과는 다른 지점이 새롭고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고.
곡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생 때 엄마가 아이맥을 물려주셨다. 음악 장비는 워낙 비싸다 보니 엄두를 못 냈는데, 처음으로 애플 제품이 생기면서 ‘로직 프로(음향 전문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거다. 아리아나 그란데나 켈라니처럼 당시 인기 있던 R&B 팝의 코드를 따고, 드럼 패턴이나 사운드의 질감을 무작정 따라 했는데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이토록 뭔가에 집중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 K-팝은 분업 시스템이 당연하다. 이런 작업 방식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나?
버클리에서도 학교의 다양한 뮤지션과 음악을 만들고 협업하는 법을 배웠기에 지금 하는 일도 그 확장판으로 느껴진다. 사실 공동 작업이라는 게 딱 나뉘어 떨어지지 않는다. 혼자 했더라면 결코 나오지 않을 라인이 탄생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 자연스레 ‘내 곡’보다는 ‘우리 곡’이라는 생각이 들고, 작업할 때도 온라인 세션보다 대면 세션을 선호하는 편이다.
KZLAB을 소개한다면?
켄지, 앤드류 최, 노이즈캣, 라우노, 그리고 나까지 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부티크다.(웃음)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또렷한 개성이 만나서 생기는 독창적 사운드가 특징이다. 다들 좀 집요한 구석이 있고, ‘이건 잘 나왔다’ ‘이 곡은 더 해볼 만하다’고 느끼는 기준이 비슷하다. 최상의 곡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A&R 분들이 KZLAB에서 곡이 왔다고 하면 믿고 들을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게 가장 잘 반영됐다고 생각하는 결과물은? 다 같이 열심히 만든 거라 모든 곡에 애정이 간다. 그래도 타이틀곡이 되면 좀 더 기쁘긴 하다. NCT WISH의 ‘Color’, NCT DREAM의 ‘Chiller’, 제로베이스원의 ‘Good So Bad’와 ‘BLUE’ 모두 타이틀곡이었다.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 등 시각화 작업이 이뤄지는 걸 보는 기쁨도 있겠다. 곡이 팔리면 보컬 디렉팅부터 시작해서 백그라운드 보컬에 참여하기도 하고, 믹스랑 마스터링 등 음원을 끝까지 모니터링한다. 그러다 영상을 봤을 때 음원적 소스가 비주얼적으로도 부각되거나,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든 파트의 안무나 구도가 맞아떨어지면서 곡의 킬링 파트처럼 되면 정말 기분 좋다.
보컬 디렉팅은 어떻게 이뤄지나?
꼭 우리 곡만 보컬 디렉팅하는 것은 아닌데, 데모와 비슷하게 구현하는 게 기본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무시하고 억지로 할 수는 없기에 그 접점을 치열하게 찾아간다. 곡의 방향성도 얘기하고, 불러야 하는 방식도 설명하고, 아티스트와 A&R 기사님까지 다 있는 현장 분위기도 어느 정도 조율하다 보니 정말 집중해서 해야 하는 현장이다. 아티스트가 잘 따라와줄 때 재미와 보람이 크다.
가창에 뛰어난 프로듀서들이 많다. 그 때의 장점은?
처음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먼저 귀에 꽂히는 건 목소리다. 데모 단계에서도 보컬의 완성도가 곡의 첫인상을 결정한다고 본다. 음 하나를 얼마나 길게 끄느냐, 비브라토를 넣느냐 마느냐, 어디서 힘을 빼느냐 같은 미묘한 차이로 전달되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지니까. 작가가 실력이 되면 원하는 무드를 데모에 정확하게 담을 수 있고, 그게 결국 곡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고 본다.
듣고 ‘정말 좋다’고 처음으로 생각한 K-팝 곡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켄지의 대표곡 아닌가.(웃음)
나는 내가 정말 ‘성덕’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좋아하는 K-팝 앨범도 에프엑스의 <Pink Tape>다.(웃음)
최근 음악적으로 흥미롭다고 느끼는 움직임은?
금융위기를 겪은 2010년도 전후 리세션 팝(Recession Pop) 사운드가 하나둘씩 다시 들리는 게 재밌다. 레이디 가가나 케이티 페리, 케이샤의 노래처럼 리듬이 정직하고, 브라이트한 신스의 누가 들어도 신나는 에너제틱한 댄서블 팝이 인기를 끌지 않았나. 세계경제가 침체기인 요즘, 그때의 사운드 질감이 돌아오는 게 흥미롭다. 올해 K-팝에서 하우스나 테크노가 장르적으로 도드라진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하우스는 시대와 관계없이 항상 있던 장르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서로서 목표는?
맥스 마틴, 테디 라일리, 팀버랜드, 퍼렐의 곡은 듣는 순간 크레딧을 찾기도 전에 누구 곡인지 느껴진다. 이처럼 독창적인 색을 갖고 있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
프로듀서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감각은 무엇일까?
‘처음 듣는 귀’를 계속 유지하는 것. 구조, 사운드 등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감각이 발달할수록 음악을 그냥 느끼는 감각은 흐려질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곡을 자연스럽게 접하지 않나. 내가 좋은 음악과 사람들에게 닿는 음악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지 않도록 기술은 계속 쌓아가되, 그 감각만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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