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 키즈가 쏘아 올린 넥스트 ‘잘파 뷰티’ 세대

뷰티 패러다임의 넥스트 챕터, 잘파세대의 등장.

Close up portrait of actress and singer Lan Xiya with glittery makeup and eye makeup

세포라 키즈가 쏘아 올린 뷰티

최근 뷰티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세대교체다. 지난 몇 년간 시장을 주도한 ‘젠지’의 뒤를 이어 젠지와 알파(Alpha)세대를 아우르는 이른바 ‘잘파(Zalpha)’세대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급부상했다. 반항기 다분한 10대 소녀가 엄마의 화장대에서 붉은 립스틱을 훔쳐 바르고는 거울 앞에서 씩 웃는 흔한 할리우드 영화 속 클리셰. 이제껏 ‘어린 것들의 뷰티’에 대한 상상이 이토록 귀엽게만 머물러 있다면,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요즘 10대는 엄마의 화장대를 탐내지 않는다. 화장품 뒷면의 펩타이드와 세라마이드의 궁합을 따져 묻고, 글로벌 뷰티 편집 숍을 순례하며 에코 프렌들리를 논한다. 그저 ‘화장품 놀이’만 즐길 것 같던 세포라 키즈들이 10여 년간 굳건하던 뷰티산업의 플레이북 룰을 새로 쓰며 거대한 물줄기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유스(Youth)를 향한 마켓 시그널

거대한 지각변동은 이미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하이엔드 패션 매거진 <W>가 인스타그램 계정(@wyouth)을 오픈하고, 올 9월호를 목표로 새로운 세대를 위해 세심하게 재해석한 10대를 위한 새 매거진 <WYouth> 창간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글로벌 미디어와 뷰티업계가 잘파세대의 막강한 파급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향해 레이더를 가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흥미로운 점은 타게팅 전환을 넘어선 주체의 변화다. 화장품을 단순한 놀잇감으로 여기던 아이들이 이제는 직접 본인의 니즈와 미학을 담은 브랜드를 론칭하며 뷰티 신의 파운더로 나서고 있다. 16세 인플루언서 샐리시 매터(Salish Matter)의 ‘신시어리 유어즈(Sincerely Yours)’, 13세 크리에이터 코코 그랜더슨(Coco Granderson)의 ‘예스데이(Yes Day)’, 여기에 올여름 공식 론칭을 예고한 베컴 가문의 막내인 하퍼의 ‘히쿠(Hiku)’까지. 잘파세대가 직접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키즈용은 너무 유치하고, 성인용 화장품은 너무 자극적이라는 것!

이들이 전개하는 제품은 ‘큐티 뷰티(Cutie Beauty)’의 정수를 보여준다. 끈적임 없는 워터 젤, 몽글몽글한 클라우드 크림, 팝한 컬러의 글리터 등 시각과 촉각 등 오감을 즐겁게 자극하면서도 성분은 철저히 안전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레볼루션 뷰티(Revolution Beauty)의 창립자 애덤 민토(Adam Minto)가 ‘트러블 메이커 메이크업(Trouble Maker Make Up)’을 론칭해 팝콘 향이 나는 플럼핑 립글로스와 버튼 푸셔 에어 쿠션 파운데이션 등 재미있는 메이크업 아이템을 만들고, 심플한 포뮬러를 세련된 패키지에 담아 화장대를 꾸미는 맛을 살려주는 스킨케어 브랜드 ‘얼리(ERLY)’나 ‘크림 인 버블’처럼 기존 제형이나 구조의 단점을 보완한 혁신적 제품을 선보이는 ‘버블(Bubble)’ 같은 브랜드가 글로벌 마켓에서 약진하는 이유도 이 감각적 교집합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명확한 틈새시장이 열리자 흥미롭게도 기성세대의 든든한 뒷배가 더해진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출신 등 유명 피부과 전문의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론칭했다는 ‘에버이든(Evereden)’, 아빠가 아이를 위해 안전한 성분을 담아 만든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킵미(KeepMe)’가 대표적 예. 이처럼 부모 세대의 막강한 자본과 전문성이 투입되며, 뷰티시장은 이제 MZ세대를 넘어 틴앤트윈(Teen&Tween)으로 타겟을 확장하고,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뷰티 리터러시 역량을 갖춘 세대

잘파세대가 까다로운 뷰티 신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생활한 완벽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데 있다. 잘파세대는 틱톡과 숏폼 콘텐츠를 교과서 삼아 화장품 성분과 효능을 스스로 익혔다. 그 덕에 기성세대보다 성분과 제품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본인 피부에 맞는 뷰티 루틴을 스스로 확립한다. 겉으로는 자극적인 ‘패스트 뷰티’만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이들의 지갑이 열리는 최종 목적지는 결국 ‘귀여움은 기본, 진정성은 필수’인 브랜드다. 단순히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는 게 아니라, 피부를 안전하게 지키고 수분을 공급하는 ‘배리어 프렌들리(Barrier-friendly)’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다. 결점을 가리는 두꺼운 메이크업 대신, 나만의 개성을 투명하게 드러내길 원한다. 이들에게 뷰티는 더 이상 결핍을 가리는 수단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은 뷰티산업의 환경적 책임에 누구보다 예민하다. 버려지는 부산물을 대체하는 친환경 성분, 업사이클링 소재를 적극 활용한 패키징은 물론, 원료의 생산부터 제품 제조, 홍보 캠페인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부조리함을 겪는 사람이 없는지 꼼꼼히 따지는 윤리적 소비의 주체다. 

달라진 마케팅 문법과 막강한 구매력

타겟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마케팅의 문법도 달라졌다. 브랜드들은 이제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에 가상 뷰티 스토어를 열고, 틱톡의 숏폼 챌린지를 통해 이들과 소통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들의 ‘역방향 영향력(Reverse Influence)’이다. 링크드인에 기고된 마켓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10대 초반인 ‘트윈(Tweens)’세대의 73%가 부모에게 스킨케어 지식을 전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화장품 성분을 능숙하게 분석하는 이들은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가정 내 뷰티 제품 구매 과정에서 핵심 결정권자 역할을 하며, 이들이 미치는 직간접적 소비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능동적 소비와 커뮤니티 파급력은 상상 초월 그 자체. 대체로 부모가 사준 제품을 수동적으로 쓰던 과거의 10대가 아니다. 잘파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에 맞는 브랜드를 주도적으로 탐색해 소비하며, 또래 사이에서 즉각적 바이럴을 형성하는 오피니언 리더다.

뷰티의 미래, 잘파를 선점하라

글로벌 뷰티시장이 잘파세대를 향해 새로운 문법을 써 내려가는 지금, K-뷰티는 뛰어난 기술력과 막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 다이슨이나 세포라처럼 럭셔리하면서도 기술적인 백그라운드를 지닌 브랜드들이 이들의 위시리스트에 오르는 현상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단순한 저가형 마케팅을 넘어 투명한 성분,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 그리고 그들의 놀이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각까지 갖춘 ‘K-잘파 뷰티’ 브랜드의 등장이 시급하다.

뷰티의 미래는 이미 잘파세대의 화장대 위에서 조용히, 그리고 강렬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 새로운 권력층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며, 환경과 헤리티지라는 묵직한 가치까지 세련되게 담아내는 브랜드만이 다음 세대의 뷰티 패러다임을 지배할 것이다. 이들에게 뷰티는 건강한 놀이이자 자신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훌륭한 소셜 화폐다. 부모를 가르치고 시장의 룰을 새로 쓰는 당돌한 넥스트 플레이어들이 맑고 투명하게 재편할 뷰티 신의 다음 챕터가 기대된다.

    포토그래퍼
    JIALING HOO
    모델
    LAN XIYA
    스타일리스트
    YANG YI
    헤어
    HE ZHIGUO
    메이크업
    BEATA XU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