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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쌀롱⑮ 구 청룡, 현 마마, 올 타임 레전드 김혜수의 90년대

2025.12.09김가혜

김혜수김혜수

김혜수 언니의 40년이 80년대 생에게 주는 의미.

Since 1993, 청룡은 김혜수

김혜수
인스타그램@hs_kim_95

3년 전, ‘청룡은 김혜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문소리에겐 청룡영화제란?”이란 질문에 문소리는 이렇게 답했다. “청룡은 김혜수 아닌가요? 우리 모두에게 청룡은 김혜수 선배님.” 1993년부터 30년간 청룡영화상을 진행한 김혜수의 드레스 사진들을 모으는 데만 한세월이 걸렸다.

모으고 보니 새삼 놀라웠다. 세월을 빗겨간 뱀파이어 미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응답하라 1988>에도 등장하는 80년대 하이틴 스타와 21세기에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어딘가 모르게 뭉클했다.

열여섯 살에 데뷔한 후 언제나 톱스타였지만, 영화제에 초대되는 일은 없었다는 김혜수. 청룡영화상 MC를 맡은 건 영화 잡지와 매니저를 통해 구한 시나리오를 읽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영화계의 현주소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였다.

1993년,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으로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가 스물셋.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최연소 수상 기록이다. 다음해 <닥터봉>으로 2년 연속 여우주연상 수상. 우리는 언제나 김혜수의 화려한 시절만 본 것 같지만, 사실 그는 한동안 작품으로 초대 받은 배우가 아닌 진행자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타짜>로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일이란 건 대부분 공부와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천재도 아니고 1등을 한 적도 없지만, 공부하고 많이 준비하면 모든 상황이 나한테 죽을 때까지 불리하지만은 않거든.”

90년대, 연예인들의 연예인 김혜수

1회 게스트는 신동엽, 고소영, 차승원. 기억 나니, <김혜수 플러스 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100회 방송을 하며 그 시절 스타들은 모두 출연했던 토크쇼. 1999년 크리스마스 특집엔 핑클이 출연해 캐롤을 불렀는데, 옥주현은 김혜수의 사진을 스크랩 한다며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꼬리칸인 내게 김혜수는, 유년기의 흐린 기억부터 TV를 틀면 나오는 스타였다. 시어머니를 “엄마”라 부르며 끌어안던 <한지붕 세가족>의 신세대 새댁. 1991년 대우 자동차 ‘티코’ 광고는 결혼 로망을 심어주었다. 실속 있는 경차로 남편을 바래다 주고 “차비”로 뽀뽀를 받던 김혜수.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고 남편은 내 볼에 뽀뽀하고 출근하는 결혼 생활을 꿈꾼 건, 20000% 김혜수 ‘언니’ 때문이다.

그 시절 일요일 아침잠을 줄여가며 봤던 <짝>(1994~1998)은 어땠나? 20대에 <섹스 앤 더 시티>를 만나기 전, 이 드라마로 연애와 패션을 배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혜수 언니의 갈매기 눈썹과 오버립, 콜라병 몸매가 돋보이던 청바지 패션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대, 내 곁에 빈 자리 보이나요?’로 시작하는 OST는 자동 재생 중.

2025, 안녕 MAMA!

김혜수 MAMA
인스타그램@cjenm

홍콩 화재 참사를 애도하는 이틀로 채운 2025 MAMA 어워즈. 2016년 청룡처럼 팬츠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김혜수는 깊고 단단한 목소리로 올해의 슬로건 ‘어흥’을 외쳤다.

엠넷 30주년을 맞은 MAMA와 데뷔 40주년 김혜수의 만남은 40대가 된 뒤 “우리의 시절은 갔다”며 슬퍼하던 나와 친구들을 각성시켰다. 언니의 40년을 동력으로 존버를 다짐했다. 10년 만에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는 <두 번째 시그널>처럼, 우리의 두 번째 시절도 오리라 기대하면서. 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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