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VEGAS BEAT

2025.10.15이재윤

감각적인 휴가지를 찾는다면 라스베이거스를 순위에 올리자. 상상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는 액티비티가 깊은 몰입감으로 한순간 무더위를 잊게 할 테니.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가 된 구형 공연장 스피어(Sphere) 스크린을 채운 사이니지.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플라자 전경.
‘미스티어 쇼’에서 퍼포먼스 중인 배우들. 
아유 클럽을 가득 채운 인파.

7년 전 여름, 캐니언 투어를 마치고 늦은 새벽에 잠시 들른 라스베이거스의 차가운 공기를 기억한다. 거리를 청소하는 미화원의 분주한 움직임 외에는 고요하기만 했던 이 도시는 지난 6월, 온몸을 타고 흐르는 강렬한 햇살과 함께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관광객의 활기로 가득한 낮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밤이 공존하는 곳. 이제야 알아챈 라스베이거스의 진면모는 사진으로나마 어렴풋이 회상하는 20년 전 가족여행도, 7년 전 배낭여행도 채우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것이었다.

수많은 호텔이 즐비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리조트 월드 힐튼(Las Vegas Hilton at Resorts World)에서 건너편 월그린(Walgreens) 마트로 향하는 길, 단 한 번의 들숨과 날숨만으로 심상치 않은 사막의 기운을 감지했다. 미국 네바다주 남부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곳은 1년 중 약 360일이 맑다. 즉,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것. 특히 6월에서 8월까지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건조한 날씨를 자랑한다. 현지인은 바삭거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헤어 오일을 달고 산다고. 하지만 여행을 망설이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시 곳곳에 즐비한 볼거리들은 여름에 더욱 빛을 발하니까. 라스베이거스에만 있는 카지노의 황홀경을 만끽해도 좋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티비티는 자극제가 되어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국내에서 100만 관객 이상을 돌파한 영화 <F1 더 무비>로 ‘F1(Formula1)’에 입문했다면 올해 3월 문을 연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플라자(LV Grand Prix Plaza)가 좋은 선택지다. 카트를 타고 실제 경기에 사용되는 서킷 일부를 달려봄은 물론, 촌각을 다투는 피트에서의 타이어 교체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가라앉지 않는 흥분은 트레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 호텔의 ‘미스티어 쇼(Mystere Show)’로 이어가자. “우리 쇼는 사막에 핀 꽃 같아요(Our Show is called flower of desert).” 쇼 관계자의 말처럼, 90분간 펼쳐지는 웅장한 서커스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아트 컴퍼니 미오 울프(Meow Wolf)의 인터랙티브 프로젝트 오메가 마트(Omega Mart)에는 발칙한 상상이 가득하다.

매일이 유쾌한 이 도시의 감각은 혀끝까지 이어진다.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의 스탠턴 소셜 프라임(Stanton Social Prime)은 미국 미식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오이스터와 랍스터, 스테이크를 즐기고 나서 홀케이크와 맞먹는 크기의 조각 케이크로 달달하게 마무리하면 된다. 지나가는 밤이 아쉽다면 아리아(Aria) 호텔의 스피크이지 바 이지스 라운지(Esay’s Lounge)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를 위한 헌정 칵테일 더 타이티니(The Tay-Tini)를 맛보길. 새콤한 레몬과 달큼한 크랜베리, 복숭아가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최근 오픈한 퐁텐블로(Fontainebleau) 호텔에서는 유명 요리 컨설턴트 앨런 야우(Alan Yau)의 차이나 클럽(Chyna Club)을 추천한다. 패킹덕 샐러드에 시원한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면 더위로 잃은 입맛을 되찾을 수도 있다. 먹기만 하는 게 지루하다면 패리스(Paris) 호텔에 위치한 더 베드포드 바이 마사 스튜어트(The Bedford by Martha Stewart, 이하 ‘더 베드포드’) 레스토랑의 쿠킹 클래스에서 ‘살림의 여왕’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자. 직접 빚은 동유럽식 만두 피에로기(Pierogi)의 부드러운 식감은 짭짤한 버터 소스와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끌어낸다.

오메가 마트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공연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차이나 클럽에서 맛볼 수 있는 칵테일 ‘블러디 차이나(Bloody Chyna)’. 

THINGS TO ENJOY

LV Grand Prix Plaza
41년 만에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온 ‘F1’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4층 규모의 그랑프리 플라자에는 실제 레이싱 서킷 일부를 달려볼 수 있는 ‘F1 드라이브’와 4D 기술을 중심으로 꾸린 전시가 펼쳐지는 ‘F1X’, 경기를 시뮬레이션 형태로 체험하는 ‘F1 허브’ 등으로 마련한 체험 센터가 자리한다.

Cooking Class
미국 라이프스타일계의 거장 마사 스튜어트의 어머니가 전수한 피에로기 레시피를 온전히 배워볼 기회! 최대 10명까지 수용하는 그룹 클래스에서 더 베드포드의 총괄 셰프 빈첸초(Vincenzo)의 지휘 아래 각종 재료를 섞고, 반죽을 잘라 동그랗고 어여쁜 피에로기를 완성해보자.

Omega Mart
오메가 마트에서는 문고리 하나도 유심히 살펴볼 것. 미오 울프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로컬 작가 325명을 섭외했다. 마트 콘셉트에 맞게 배치된 식료품들은 전부 그들의 작품. 준비 기간만 3년이 소요될 정도다. 내년에는 LA와 뉴욕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전시가 순차 공개될 예정.

Lip Smaking Foodie Tour
다양한 미식 경험을 원하지만 알아볼 체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 투어에 주목할 것. 테마별로 엄선한 레스토랑에서 테이스팅 코스를 즐길 수 있다. MGM 그룹 소속 호텔의 레스토랑만 모아 돌아보거나 다운타운 속 숨은 맛집을 둘러보는 등 취향껏 고르는 재미가 있다.

Mystere Show
태양의서커스에서 1993년 처음 선보인 정기 공연. 30년이 지난 지금도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서 한 주에 10회의 공연을 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 64명과 스태프 65명이 알차게 준비한 이 쇼의 VIP 투어를 신청하면 백스테이지 투어는 물론, 배우들과 직접 대화도 나눌 수 있다.

Flamingo Go Pool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오래된 플라밍고(Flamingo) 호텔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풀 파티가 한창이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와 함께해도 자연스레 분위기에 심취하게 될 것. 체리가 동동 떠 있는 핑크빛 칵테일 ‘핑크 플라밍고(Pink Flamingo)’를 한 잔 들고!

Ayu Day Club
아유 데이클럽 앞은 길게 늘어선 사람들로 붐볐다. 철저한 짐 검사 끝에 입장한 클럽에는 유명 DJ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넓고 쾌적한 풀에 몸을 푹 담근 채 취향에 맞는 시원한 음료를 한 모금 넘기면 무더위가 싹 사라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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