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유명한 쿨링 생리대 사용해봤니?
‘내돈내산’으로 전하는 쿨링 생리대 후기.

쿨한 생리대의 등장
한때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꼭 사 오는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쿨링 생리대.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일까? 패드에 민트나 멘톨을 첨가해 착용하면 에어컨 바람을 쐰 것처럼 시원함이 느껴진다. 한번 사용하면 쿨링감에 반하고, 꿉꿉한 날씨 속 삶의 질이 높아져 계속 찾게 된다는 쿨링 생리대. 이제는 해외 직구가 아닌 국내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LG생활건강의 쏘피,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시크릿데이, 디어스킨 등 국내 생리대 브랜드에서 ‘쿨링 생리대’를 너도나도 출시하기 때문. 사이즈도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입는 생리대 등 다양한데, 순한 쿨링감을 선사하는 마일드 버전을 선보일 정도로 국내 브랜드는 쿨링 생리대에 진심이다.
왜 ‘핫’해졌을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어느덧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다. 이는 올여름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지난 5월부터 기온이 30℃를 넘는 더운 날이 이어지고, 제주도는 6월부터 이른 장마를 맞이했다. 뉴스를 보니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높아지고 어획량이 급감해, 이젠 제주도로 여행을 가도 국내산이 아닌 수입산 갈치를 먹게 될 판이라고. 역대급 무더위에 대비라도 하라는 듯, 냉감 기능을 가진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쿨링 기능의 자외선 차단제, 패드, 마스크팩, 쿠션 같은 화장품 외에 냉감 패드, 냉감 베개 커버 등 생활용품까지 각양각색. 쿨링 생리대도 그중 하나인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 쿨링 생리대가 정말 도움을 줄까?
한번 사용해봤어요
몇 년 전, 언니가 태국 여행을 다녀와서 쿨링 생리대를 선물로 사 온 적이 있다. 쿨링 생리대는 태국에서 안 사면 아쉬운 아이템 중 하나였는데, 더위에 취약한 동생을 위해 친히 사다 준 것. 얼마나 시원하길래 꼭 사야 한다는 걸까? 그런데 착용하는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세게 받았다. 시원한 게 아니라 너무 매웠다. 그날 이후로 그 생리대는 한동안 화장실 서랍장에서 자리를 지키다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쿨링 생리대의 매운맛을 본 뒤, 다시는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국내에 쿨링 생리대 출시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자 다시금 궁금해졌다. 국내의 쿨링 생리대는 덜 자극적이지 않을까?
쿨링 생리대를 브랜드별로, 그리고 순한 버전과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입는 생리대까지 다양하게 샀다. 본론부터 말하면 일반 생리대와 엄청난 차이는 없었다. 양이 많은 둘째 날까지만 사용 직후 3시간 정도 은은한 쿨링감이 지속됐고, 그 이후에는 통풍이 잘되는 정도였다. 애매하게 시원하다 보니 오히려 찝찝하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쿨링 생리대를 함께 사용한 언니도 태국 생리대는 Y존이 전체적으로 화하다면, 국내 생리대는 패드에 맞닿는 부분만 시원해 쿨링감이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생리대의 쿨링 효과는 패드의 흡수층 부분에 수분이 닿으면 흡수층의 표면 온도가 낮아지며 시작된다. 남들에 비해 생리량이 적고 기간도 짧은 편이라, 쿨링 효과를 크게 느끼지 못한 건 당연할 수도. 국내 쿨링 생리대는 시원한 사용감 말고도 데오드란트 기능과 통풍에도 신경 썼다고 강조한다. 쿨링감에서 큰 만족을 얻지는 못했지만, 소취와 통풍 기능은 인정. 다만, 재구매까지는 글쎄?
Y존 건강에 괜찮나요?
쿨링 생리대에 들어가는 멘톨, 향료, 데오드란트 성분이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을까 걱정은 말 것. 해당 성분은 모두 피부 접촉 제품용으로 일반적인 농도에서는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최상산부인과 엄정민 대표원장은 멘톨이나 일반 데오드란트 성분이 호르몬을 교란하는 가능성은 현재까지 입증된 바가 없다고 한다. “멘톨은 피부에 닿으면 일시적인 냉각감을 유도하는데, 이는 실제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감각신경을 자극하는 효과예요. 다만 자극이 반복되거나 고농도로 사용되면 일부 민감한 피부에는 따가움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본래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는 부위에 화한 자극이 가해져도 괜찮을까? 면역세포가 풍부하고 점막층이 존재하는 외음부는 일정 온도에서 세균 방어 기능이 유지된다. 일반적으로는 체온 수준의 따뜻한 환경이 면역력과 미생물 균형 유지에 유리한데, 쿨링 생리대는 한시적인 냉감만 유발하고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아 무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냉감 자극은 자율신경계 반응을 유도해 혈류량을 감소시키거나, 생리통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예민한 사람일수록 장시간의 반복 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쿨링 생리대의 화한 사용감은 무더운 날씨 속 불쾌지수를 낮추고 피부 자극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땀띠, 가려움증, 질염 등 여름철 생리대 부작용에 있어서는 보조적 완화 수단에 가깝다. 일부 사용자는 시원한 느낌과 동시에 습하다고 호소하는데, 엄정민 원장은 이런 ‘냉감+습기’ 조합에 장기간 노출될 시 접촉성 피부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외음부의 표피 장벽 기능이 약화하면서 자극을 쉽게 받고, 높은 습도에 세균과 곰팡이, 질염을 유발하는 칸디다균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 반드시 생리대를 자주 교체해 장시간 사용을 피하고 통풍이 잘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쓰면 좋을까
쿨링 생리대는 생리량이 많은 사람에게 한 번쯤 사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쿨링 기능이 활성화되어 냉감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품 사용에 앞서, 짧은 시간 동안 먼저 착용한 후 반응을 관찰해보자. 피부가 예민하거나 멘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외음부 피부염 혹은 질염 치료 중인 경우, 피부장벽이 미성숙해 화학 성분 흡수에 민감한 청소년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출산한 지 6주가 채 되지 않는 여성은 상처 회복이 중요한 시기이기에 사용 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쿨한 생리대를 일주일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여름철 꿉꿉함이 싫다면 차라리 탐폰을 사용해볼 것을 조심스레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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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정원영
- 도움말
- 엄정민(최상산부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