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료 정보들이 난무하는 시대, 올바른 웰니스 대처법은?
무엇이든 알고자 하면 금세 알 수 있는 세상. 하지만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TMI의 시대’가 오히려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TMI’라는 용어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1988년, <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한 기자가 최초로 사용했지만, 대중적 어휘로 자리 잡고 폭발적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약 10년이 걸렸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의 줄임말로, 원래는 사적 성격의 지나친 정보를 뜻한다. 예를 들어, 남자 친구나 남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점심시간에 대장내시경을 받은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모두 주변 사람과 이런 TMI를 공유하고 있는데, 건강관리도 예외는 아니다. 종합 건강진단 테스트나 관련 기기 시장의 성장은 정보 과잉 현상의 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진단 서비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건강 정보에 대한 갈증을 일으켰습니다.” ‘통합 의료 시스템’ 허드슨 헬스(Hudson Health)의 수명 연장 사업부 뉴욕 익스텐션 헬스(Extension Health)의 공동 창립자 리처드 창(Richard Chang)은 말한다. 이런 지식에 대한 갈증은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부터 전신 MRI 스캔, 자세 교정검사 등 더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한 다양한 진단 서비스의 홍수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기술의 발전 덕분에 애플 워치, 오우라 링(Oura Ring)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일상 속에서도 건강 데이터를 손쉽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웨어러블 기기는 이전에는 얻기 어려웠던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피부 속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건강관리 플랫폼 펑션 헬스(Function Health)의 공동 창업자 마크 하이먼(Mark Hyman) 박사는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에버리웰(Everlywell)과 같은 혈액 및 소변 자가 검사 브랜드나 상위 1%를 겨냥한 2500달러짜리 전신 MRI 스캔 서비스 프레누보(Prenuvo)처럼 보다 정밀한 건강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검사를 넘어 보다 세밀한 진단을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으려는 기업의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NAD IV 정맥주사나 펩타이드 요법(Peptide Therapy) 같은 맞춤형 치료 옵션을 제안하는 방식은 기존의 일반 주치의가 제공하던 전통 처방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가 실제로 더 유익할까?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브리검 여성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과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오셔 통합 건강센터(Osher Center for Integrative Health) 연구원 앤드루 안(Andrew Ahn) 박사는 이런 종합 바이오마커 패널 효과에 다소 회의적 입장을 보인다. 그는 혈액에서 얻은 바이오마커 수치가 반드시 조직이나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생물학적·분석적으로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청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근육이나 뇌 조직에서의 활동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또 코르티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나 렙틴 같은 호르몬은 24시간 주기리듬(Circadian Rhythm)과 초주기 리듬(Ultradian Rhythm)에 따라 하루 동안 수치가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측정으로 얻은 결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동일한 바이오마커라도 검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분석적 한계도 있다. 한 예로, 면역측정법(Immunoassay)으로 측정한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으로 측정한 수치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런 회의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건강관리 비즈니스는 다양한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리처드 창은 익스텐션 헬스의 서비스 이용자가 다양한 인구통계를 아우른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특정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의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이제는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원하는 사람들, 열성적인 생명공학 마니아 그리고 라임병과 만성 코로나, 자가면역 질환 등 전통 의료 시스템이 간과하거나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문제를 가진 이들이 포함된다. 또 장수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으로 이제 막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입문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인물로 잘 알려진 홀푸드(Whole Foods) 마켓의 공동 창립자 존 맥키(John Mackey)는 최근 LA 외곽의 한 유명 쇼핑몰에 수명 연장 센터 ‘러브 라이프(Love.Life)’를 오픈했다. 라임병을 앓았던 나는 장수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앞서 언급한 생명공학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주말마다 자발적으로 채혈하고 각종 검사를 받았다. 펑션 헬스와 함께 2주 간격으로 아침 공복 상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장기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이 검사는 현지 퀘스트 다이아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에서 이루어졌으며, 여러 개의 혈액 샘플을 통해 호르몬, 대사, 갑상샘, 면역 조절 등과 관련된 바이오마커 100여 개를 분석했다.
몇 주 후, 의사들로 구성된 임상 치료팀이 작성한 포괄적이고 상세한 진단 결과가 내 메일함에 도착했다. 회전대 위에서 사진 여러 장을 촬영해 신체의 불균형 상태를 분석해주는 첨단 영상 기술인 3D 자세 정렬 스캔(3D Postural-alignment Scan)을 통해 왼쪽 엉덩이가 틀어져 있다는 분석 결과도 받았다. 6년 전 임신하고 아이를 한쪽 팔로만 안았을 때부터 느낀 증상으로, 근육 치료사와 트레이너가 반복해서 지적한 문제였다. 또 나는 뉴욕과 LA에 지점을 둔 세련된 소셜 웰니스 클럽 레미디 플레이스(Remedy Place)를 방문했다.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는 경향이 있으며, 그 대신 대안적 웰니스 활동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이 클럽에서는 크라이오테라피(Cryotherapy, 저온요법), 맞춤형 비타민 정맥주사, 그리고 호흡운동을 겸한 얼음 목욕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레미디 플레이스에서 나는 생애 첫 콜드 플런지(냉수욕)를 경험했다. 미리 녹음된 안내에 따라 간단한 호흡 훈련을 진행한 다음 4℃의 물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최적의 효과를 위해 가슴까지 몸을 담가야 한다. 첫 1분 정도는 힘겨웠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에 집중하자 순식간에 6분이 지났다. 그 후에는 기압을 높여 신체 회복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고압 산소 체임버에서 홀로 1시간을 버텨야 했다. 40대가 되면서 사람이 많은 곳은 물론, 좁고 밀폐된 공간에 대한 내성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에 관 모양의 고압 산소 체임버가 반갑지 않았다. 다행히 패닉에 빠지면 즉시 직원을 호출하는 버튼이 있고, 과잉 활동하는 뇌를 달래줄 책 한 권도 챙겨 갈 수 있었다.
또 수면과 신체 활동을 추적하는 웨어러블 기기인 오우라 링도 경험했다. 검지에 새 액세서리를 끼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지만, 매일 내 휴대폰으로 밀려드는 데이터의 홍수에는 약간의 적응이 필요했다. 나는 오우라 인사이트를 강박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정리된 데이터는 수면처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재확인하는 데 유용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고, 자기 전에 마시는 한 잔의 습관도 끊을 필요가 있었다.
울고 웃게 하는 건강 정보들
지식은 힘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정보가 다 필요한 걸까? “지금 우리는 매우 흥미롭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정보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인지 행동 치료 전문 기관 베크(Beck) 연구소의 프로그램 디렉터 소피아 체르노프(Sofia Chernoff) 박사는 말한다. 그는 특히 건강 추적기의 특정 수치를 달성하려는 집착이 섭식 장애나 운동 중독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이런 기기의 사용 역시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건강과 관련해 이미 불안이 있는 사람이, 이런 데이터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불안감이 커질 수 있죠.” 광범위한 실험실 검사도 환자의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프레누보 같은 전신 MRI 검사를 시행하면, 누구나 이상한 점 하나쯤은 발견하기 마련이죠.” 체르노프 박사는 덧붙인다.
나의 경우, 2022년에 받은 건강검사에서 간에 잠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 소식에 나는 패닉 상태로 병원을 찾았고, 방사선 센터에서 추가로 MRI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간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사 결과가 반드시 건강에 실질적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행동 및 정신 건강 디렉터 스티브 오닐(Steve O’Neill)은 이렇게 말한다. 이는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과포화 상태가 될 수 있죠. 대부분의 환자는 정보에 기습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미시간 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의료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더 크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보를 해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노화와 관련된 건강 정보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에서 대사 기능 장애를 만성 질환의 근본 원인으로 연구하는 윌리엄 메어(William Mair) 박사는 노화 연구 이니셔티브의 책임자로서 이 같은 복잡한 데이터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과 해석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한다.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끊임없는 걱정과 높은 불안감은 코르티솔(Cortisol) 분비 수치를 증가시켜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검사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에는 전혀 다른 심리적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검사였다. 연대적 나이는 살아온 연수를 뜻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우리 몸을 보다 깊이 관찰해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실제로 노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 생물학적 노화가 빨라지면 당뇨병, 심혈관 질환, 신부전, 인지 기능 저하, 치매 등 다양한 노화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률도 함께 높아진다.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과도한 당분 섭취,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이 세포에 손상을 주어 이런 노화를 가속하는 것이다. 나는 연대적 나이로 46세지만, 검사 결과에 따른 생물학적 나이는 31세였다. 내가 30대라니! 짜릿함을 느꼈다.
웰니스 산업의 비용
문제는 각종 검사의 장점은 크게 홍보되고, 단점은 가려진다는 것이다. 전신 MRI 스캔, 장내 미생물 분석 등 과잉 진단 또는 오용 가능성이 있는 의료 검사에 대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 약 1000건을 분석한 결과 그중 87%가 이런 검사의 잠재적 이점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15% 미만이 잠재적 위험을 언급했고 약 6%만이 과잉 진단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은 킴 카다시안이 프레누보 스캔을 받은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을 계기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또 이 검사들의 비용은 어떨까? 익스텐션 헬스의 종합 진단 패키지는 999달러, 레미디 플레이스의 콜드 플런지 5회 세트는 250달러, 오우라 링은 229달러부터 시작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다.
이제 우리는 가장 부유한 사람만이 가장 긴 수명을 누리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안 박사는 현재 우리가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전통 의학은 철저한 증거에 기반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웰니스 산업은 혁신, 자기 실험, 소비자 참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두 관점 모두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기준으로 운영되다 보면 상충되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고, 이는 의료 시스템 전반에 또 다른 분열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혈액 샘플만으로도 정밀한 분석이 가능한 수준까지 의학이 발전했다. 이런 정보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할 거라고 소셜미디어는 떠들어댄다. 그러나 확실한 건, 아직 우리가 그런 단계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느린 과정입니다. 반면, 소셜미디어는 지나치게 빠른 매체죠.” 메어 박사가 말했다.
- 글
- FIORELLA VALDESOLO
- 일러스트레이터
- 신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