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긴긴 낮을 채우는 4곳의 전시.

회장님의 컬렉션

강요배, ‘억새꽃’, 2005,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97.5cm.

이건희컬렉션이 제주를 찾았다.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은 이건희컬렉션 50점을 중심으로 격동의 한국 근현대 역사와 시대 속에서 탄생한 작가 40명의 작품 82점을 선보인다. 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박수근, 전쟁으로 멀어진 이산가족의 정서를 표현한 이중섭, 맑고 투명한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장욱진 등 인지도 높은 작가의 작품으로 꾸렸다. 이번 전시는 ‘시대의 풍경’ ‘전통과 혁신’ ‘사유 그리고 확장’ ‘시대와의 조우’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한편,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특별전>이 6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7월 21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불안의 이미지 

알렉스 프레거, ‘Hollywood (Day)’, 2024, Archival Pigment Print, 106.7×148cm(Print).

영화, 사진, 조각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작업을 이어온 알렉스 프레거가 개인전 <웨스턴 메카닉스>에서 그의 신작을 공개한다. 선형적 서사보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집중한 이번 작품은 다양한 감정과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화면에 일상적 사물을 병치하고 그 위에 유머와 알레고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정체성, 기술과 사회의 관계 같은 심도 있는 주제에 접근한다. 오래된 벽돌 건물 앞으로 한 여자가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Hollywood (Day)’(2024)도 그렇게 탄생했다. 고요함 속에서 포착된 하나의 극적인 움직임은 예측 불가한 불안감을 고조시켜 조작된 기억이나 꿈처럼 보인다. 6월 22일까지, 리만머핀 서울.

ANALOGUE LOVE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Rhein’, 2024, Compression-molded Records, Acrylic, Metal Bar, Marble Plinth, 218×31×31cm. 사진 Roman Marz.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두루미.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개인전 <스쳐가는 두루미>는 두루미를 바라보는 젊은 남녀의 변치 않는 사랑을 그린 영화 <학은 날아간다>(1957)에서 영감 받았다. 2016년 페로탕 서울에서 개최한 첫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내한한 작가는 두 남녀처럼 예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준다.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음악 저장 매체를 이용한 작가의 대표 연작 중 하나인 ‘Donna’(2024)와 다채로운 색감의 바이닐로 만든 조각 작품, 캔버스 위에 비디오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로 아크릴 물감을 쌓아 올린 회화 작품까지. 음악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는 작가는 관람자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6월 29일까지, 페로탕 서울.

MINIMALISM

아그네스 마틴, ‘무제’, 1955, 캔버스에 유채, 금속 페인트, 118.1×168.3cm, 페이스 갤러리 소장.

아그네스 마틴, ‘아기들이 오는 곳(순수한 사랑 시리즈)’, 1999, 캔버스에 아크릴, 연필, 152.4×152.4cm, 디아파운데이션 소장.

아그네스 마틴, ‘무제 #9’, 1990, 캔버스에 아크릴, 연필, 182.6×182.6cm, 휘트니 미술관 소장.

지난 2월 문을 연 강릉 솔올미술관이 미국 여성 미술가 아그네스 마틴의 개인전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을 두 번째 전시로 이어간다. 리움미술관,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 뉴욕 휘트니미술관을 비롯한 해외 소장자와 협력해 모은 주요 작품 54점을 공개한다. 실험적이고 명상적인 그의 작품을 통해 구상 회화에서 벗어나 순수 추상을 추구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명한다. 원형, 삼각형, 사각형 같은 형식적이고 기하학적인 언어와 차분한 색상에서 시작해 점차 선과 격자의 단순한 형태로 나아가며 혁신적인 작품을 제작했다. ‘나무(The Tree)’(1964)는 무한히 반복하고 변주하는 요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8월 25일까지, 솔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