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소 가득한 식재료가 맛있는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먹거리의 탄소 발자취.

하루 삼시 세끼를 기준으로, 우리는 한 달에 약 90끼, 일 년에 약 1080끼의 식사를 한다. ‘맛집 탐방’ ‘먹방’ ‘쿡방’ 등 ‘식(食)’으로부터 뻗어나간 여러 콘텐츠의 인기는 이렇게 매끼 먹고 마시는 일이 인간에게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지 말해준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식문화를 즐기는 태도를 바꿔놓았다.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려고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이 등장한 것. 

먹거리가 탄소배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9년 분석한 ‘먹거리 온실가스 세부 배출량’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540억 톤 중 먹거리가 170억 톤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를 차지한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음식의 재료는 어디에서 왔는지, 음식을 조리할 때 불필요한 자원을 사용하지는 않는지, 먹고 남은 음식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식생활 속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며 살펴보기로 했다.

저탄소 식생활 실천법을 몇 가지 정리해봤다. 식자재가 생산된 현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한 거리인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고 ‘로컬 식재료 사용하기’, 탄소배출량이 많은 축산업에서 생산되는 육식보다는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블루푸드 섭취’와 ‘채식하기’, 가능한 한 적은 양의 물로 음식을 조리하는 ‘가뭄 친화적 식사하기’, 불필요한 포장재가 사용되는 ‘가공식품 섭취 줄이기’와 ‘저탄소 인증을 획득한 농축산물 소비하기’ 등이다. 평소 육식을 즐기는 터라 저탄소 인증 농축산물 소비가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을 보러 갔다. 수많은 종류의 채소, 과일, 어류, 육류가 있었지만, 저탄소 인증 마크를 달고 있는 건 사과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수량이 몇 개 남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구매했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육류도 있다는 기사를 봤지만, 시장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이 채식 재료로 눈을 돌렸다. 채소를 구매할 때는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에서 수확하고 생산한 것을 찾으려 애썼다. 감자나 당근 같은 기본 식재료는 국내에서도 재배가 가능해 수입산을 판매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시장에서 식재료를 고를 때 원산지보다는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았고, 최근 국내산 농산물값이 폭등한 터라 수입산이 대세를 이뤘다. 애호박 하나에 3500원, 사과 세 알에 1만원이라니. 토마토나 딸기는 먹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저탄소 식생활 실천 중 가장 큰 난관은 저녁 약속이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거나 샐러드 같은 메뉴로 가볍게 때우면 그만이지만, 저녁 약속은 마냥 미룰 수 없었다. 약속 자리에서 저탄소 식생활 중이라고 선언했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탄소 식생활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한편, 비건도 아니고 그런 걸 왜 하느냐는 눈치였다. 하루는 장황한 설명 끝에 수산물 메뉴가 준비된 식당에 갔다. 상대방은 스테이크 솥밥을, 나는 전복 솥밥을 주문했다. 눈앞에 놓인 소고기 스테이크에 군침이 돌았지만, 꾹 참고 전복의 고소함을 느끼려 노력했다.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을 주관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이승효 담당자는 ‘무작정 채식을 하기보다는 작은 동물이나 수산물을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그는 ‘단순히 육류를 없앤 식단을 구성하는 것은 영양학적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수요를 반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수산물의 탄소배출량은 동물성 단백질 식품의 11.9% 수준이기 때문에 섭취했을 때 탄소 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먹을 만큼 구입해 요리하고, 남기지 않는 것이 저탄소 식생활 실천의 핵심이에요. 보통 먹고 남긴 음식만 음식물 쓰레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거든요. 음식물 쓰레기 중 먹고 남긴 음식물 비율은 30%에 불과해요. 57%가 유통 및 조리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이승효 담당자의 말에

탄소배출의 주범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 먹는 양도 조절했다. 평소 이것저것 맛보고 싶은 욕심에 늘 음식을 많이 시켰지만, 이번만큼은 먹을 만큼만 만들고 식당에서도 조금 부족한 듯 주문했다. 주말에는 집에서 실리콘 찜기에 야채를 먹을 만큼만 채워 물 없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요리할 때 꼭 필요한 조리 도구 가동은 탄소로부터 자유로운지 궁금했다. 환경부에서 제시한 탄소중립 요리법에 따르면, 전자 요리 기기 대신 가스레인지를 택할 때 탄소배출량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소량의 식품을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 에너지를 적게 쓸수록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된다.

저탄소 식생활 실천으로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는지 이승효 담당자에게 물었다. “지역 농산물 구매가 활성화되면 유통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저탄소 식재료 소비를 늘리면 생산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데에 효과가 있어요. 또 가공식품을 지양하면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감축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감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탄소중립을 향해가는 거죠.” 바쁜 일정 탓에 가끔은 배달 음식을 먹기도 하며 완벽한 저탄소 식생활을 꾸리지는 못했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명확해졌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이 나에게는 쾌락이지만, 지구에게는 고통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