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시대를 맞은 라이프스타일, 패션, 뷰티 업계의 노력은 치열하고 눈부시다. 탄소제로를 향한 각자의 행보를 <얼루어>가 직접 들어보았다.

탄소중립을 향한 궁극의 드라이빙

BMW 그룹 지속가능성 & 모빌리티 총괄 | Dr. 토마스 베커

BMW 그룹은 탄소중립 시대를 전망하고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프리미엄도 없다는 것. BMW 그룹의 지속가능성과 모빌리티를 총괄하는 닥터 토마스 베커에게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최근 BMW가 글로벌 판매량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많은 고객과 잠재 고객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전 세계 많은 개인 고객뿐 아니라 기업체 역시 법인 차량이나 공공 서비스 차량을 대량 주문할 때 휘발유 소비량 같은 요소를 고려하고, 환경 및 사회적 기준을 어떻게 지키는지 알고 싶어 한다.

BMW는 앞서 2001년 유엔 환경 프로그램, ‘국제청정생산선언’에 서명한 바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말한다면?
51년 전인 1973년에 이미 최초의 환경보호 담당자를 임명했다. 훨씬 오래전부터 오늘날 ‘지속가능성’으로 요약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웃음) 차량의 원료 공급, 생산, 에너지 소비, 재활용에 대해 단계별 최적화를 구현했는데, 이에 관한 내용만 어림잡아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거다. 에너지와 물 소비, 차량의 전동화와 탄소배출량 감소, 재활용 및 재사용 가능한 신소재 개발 등 모든 면에서 개선되었다.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차량 한 대당 에너지 소비량은 2001년 3.08MWh에서 2022년 2.13MWh로, 탄소배출량은 2001년 0.99톤에서 2022년 0.32톤으로 줄었다. 차량 한 대당 폐기물은 2001년 354kg에서 현재 2.74kg으로 급감했다. BMW 320i의 예를 들면, 2001년 이전 모델보다 더 크고 무겁지만, 100km당 연료 소비량은 35% 이상 줄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즉 풍력·태양광·수력에너지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페인트 공장의 폐열을 다른 공정의 난방에 사용하고, 공정용수 대부분을 재사용하는 식이다. 공장의 모든 에너지 소비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가능한 한 에너지 소비를 계속 줄이는 것이 목표다.

BMW 그룹의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은 현대적이고 지속가능한 자동차 생산 현장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 비결은?
라이프치히 공장은 처음부터 친환경 방식으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공장을 가동한 첫날부터 짧은 운송 거리, 풍차를 이용한 친환경에너지, 공정용수 90% 이상 재사용, 첨단 장비 사용 같은 지속가능성 방식을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 자동차 생산 방식과 비교하면 공장 건물 배치가 상당히 다르다. 또 라이프치히가 있는 독일 작센주는 200년 이상의 혁신과 산업화의 역사가 깃든 곳으로,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를 소유한 오너는 다음 차를 내연기관차, 전기차 중 고민하기 마련이다. 결정에 도움을 준다면?
실제로 자신에게 어떤 차량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분석해야 한다. 많은 자동차 소유자가 하루에 100km 이상 운전하지 않는다. 특히 도시에 거주한다면 대부분 50km 미만의 단거리만 다닌다. 이런 운전자에게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가 적합하다. 반면 내연기관차가 적합한 고객도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 순수 전기차로 갈아탈 수 있다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좋을 뿐 아니라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 제공하는 특별한, 그리고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거다.(웃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주에서는 몇 년 새 대부분의 렌터카가 전기차로 바뀌었다. 현재 전기차에 대한 목표는?
우리는 다양한 전기차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몇 년 안에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할 것이다. 고객의 필요에 가장 적합한 자동차 유형과 드라이브트레인 기술은 시장 수요가 결정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주도 같은 섬에서 전기차를 운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전기차 산업에서 코발트는 중요 자원이다. ‘지속가능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프로젝트(Cobalt for Development)’는 무엇인가?
지속가능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프로젝트(C4D)는 독일 국제협력공사(GIZ)가 시행하는 개발 프로젝트로, BMW 그룹, 삼성전자, 삼성SDI 등이 산업 간 파트너십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C4D의 목표는 숙련된 코발트 광산 광부와 지역사회의 생활 및 노동 수준을 개선하는 것이며, 현지 협동조합, 정부 당국, 시민 사회를 통해 광부들과 직접 협력하고 있다.

전기차의 숙제로 배터리를 들 수 있는데.
강력하고 혁신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배터리 셀은 개인용 전기 모빌리티의 핵심 성공 요소다. BMW 그룹은 노이어 클라세(Neue Klasse)를 통해 2025년부터 새로운 e-모빌리티 시대로 접어들고, 새롭게 개발한 원형 배터리 셀을 처음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6세대 리튬이온 셀을 사용하면 이전 세대에 비해 엄청난 기술적 도약을 이루게 된다.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증가하고, 충전 속도는 최대 30% 빨라지며, 주행거리는 약 30% 늘어난다. 셀 생산 시 탄소배출량은 60%까지 감소한다. 특히 순수 전기차는 주로 상류 가치 사슬(Upstream Value Chain)에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배터리 셀의 원료 구매와 이산화탄소 집약적인 배터리 생산이 큰 영향을 미친다.

용도를 다한 배터리는 어떻게 되나?
마지막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재사용한다. 순수 전기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고전압 배터리를 재활용, 재사용하는 것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또 다른 접근법이다. BMW 그룹은 이미 모든 순수 자동차 고객에게 고전압 배터리 무상 반납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수한 배터리는 고정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에 재사용된다.

지속가능성 측면에 관한 유럽의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규제는 또 어떤 챌린지가 되고 있나?
도전인 것은 맞지만, 잘 대처하고 있다. 규제가 엄격해지면 모든 기술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매일 노력해야 하니까. 이를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고객은 프리미엄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프리미엄도 없다.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공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지속가능성이 중심이어야 하고 이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BMW 그룹은 늦어도 2050년에 원료 공급, 생산, 사용 단계, 재활용에 이르는 차량의 전체 수명 주기에 걸쳐 탄소중립 기업이 될 것이다. 어려운 점은, 기업은 항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분야의 상황에 따르는 부분도 있다.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를 예로 들어보자. 미래 차량에 재생 원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정한다고 해도, 실제로 구할 수 있는 재생 원료에 의존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사회 전체와 우리 모두를 위한 프로젝트다.

<얼루어> 오디언스가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듯 급가속을 삼가고 트렁크를 비워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다. 전기차를 운전한다면, 친환경 전기를 자주 충전하기를 권장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BMW의 흥미로운 마케팅이 있다면?
슈퍼볼 결승전에 나온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크리스토퍼 워컨의 최근 광고를 보았나? 최신 기술과 전동화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에디터 | 허윤선

 


 

끝없이 순환하는 패션 원더랜드

코오롱FnC ESG임팩트PU장 겸 서큘러 패션 솔루션 컴퍼니케이오에이 대표 | 유동주

우리나라 패션 회사 중 가장 앞서가는 행보를 보이는 코오롱FnC의 꿈은 무엇도 버려지지 않고 순환하는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의류 폐기물이 지구를 뒤덮는 현실에서 순환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직함이 많다.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코오롱FnC ESG임팩트PU장과 자회사인 서큘러 패션 솔루션 컴퍼니 케이오에이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코오롱FnC에서는 ESG 가치가 중점이 되는 임팩트 비즈니스를 발굴, 수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서큘러 패션 솔루션 전문 기업 케이오에이에서는 코오롱FnC의 순환 패션을 완성하는 리제너레이션 소재 공급 사업과 솔루션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엔(UN) 산하 기구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유엔 등 세계 기구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되었는데.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용어지만,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면서 유엔뿐 아니라 세계 기구, 여러 국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게 되었다. 모든 국가가 인류의 번영을 위해 힘씀과 동시에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속가능 발전에서 패션산업의 고민은 무엇인가?
패션산업도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옷 대부분은 원료와 완제품 생산을 개발도상국가에서 하고 있다. 수명을 다하기도 전에 버려진 의류 폐기물은 땅속에 파묻히거나 소각 과정에서 대기 중에 유해 물질을 방출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를 현세대와 미래 세대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유엔에서 얻은 가장 값진 인사이트는 무엇인가?
‘단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No one will be left behind).’ 앞서 말한 UN-SDGs의 슬로건이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며 개발도상국, 그중에서도BOP(Bottom of Pyramid Class)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회 활동과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지속가능한 캐시미어 브랜드 ‘르캐시미어’가 그 시작이었다. 르캐시미어는 몽골의 BOP에 해당하는 유목민이 초원에서 자연 방목으로 저절로 빠진 털만 채취해 생산한 친환경적·동물친화적 원료를 사용한다. 또 유목민의 안정적 수입 확보를 위해 교육 등을 지원한다. 생산과정에서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는 게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몽골에서 수년간 거주했는데, 그 생활은 어땠나.
저녁 6시면 전기가 끊기는 몽골의 사막에 살면서 수많은 별을 보았다. 다음 세대 아이들이 내가 그런 것처럼 수많은 별을 보며 다양한 행복을 꿈꾸면 좋겠다. 몽골에 폐의류를 다시 재생하는 솔루션을 구현하는 공장 ‘서큘러 팩토리(Circular Factory)’도 준비하고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현재 생각과 목표는 무엇인가?
코오롱FnC는 ‘패션산업의 재고 문제 해결’이라는 경영 이념으로 ‘순환 패션’의 선두 주자가 되고자 한다. 2022년 ESG임팩트PU가 신설되었고, 현재 순환 패션을 비즈니스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3개 팀이 합심해 임팩트 신사업 발굴, 기획, 그리고 마케팅까지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ESG적 지표에 대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신사업을 강화하는 목표다. 또 패션산업의 재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과 ‘순환 패션’ 하면 코오롱FnC를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말이다.

코오롱FnC는 ‘<얼루어> 그린 캠페인’과도 인연이 깊다. 오래전부터 토종 꿀벌, 독수리, 펭귄 등 멸종위기종과 관련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요즘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나?
<얼루어>와 함께한 캠페인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요즘은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마케팅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크게는 코오롱FnC의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것과 영 제너레이션과 함께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있었나?
지난해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애벗키니 지역에 글로벌 순환 패션 스토어 ‘서큘러 라이브러리(Circular Library)’를 오픈했다. 지속가능한 캐시미어 브랜드 ‘르캐시미어’와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입점해 현지 고객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곳을 ‘글로벌 순환 패션 컬래버레이션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패션업계 최초로 ESG 패션 토론 대회 ‘코오롱 패션 임팩트 챌린지’를 개최했는데, 영 제너레이션이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었다.

현재 패션산업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패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연간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 중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탄소 발생과 환경오염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다만 패션 기업이 기존 관행으로는 쉽게 나서기 어려운 면이 있다. 회사가 나를 영입한 이유에는, 이런 부분을 과감하게 해결해보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코오롱FnC 주도의 순환 패션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입고 버려지는 폐의류, 기업에서 팔지 못한 재고까지 기업이 수거해 재생 소재화하여 옷을 만드는 C2C(Clothes to Clothes) 방식을 도입하는 거다. 폐캐시미어 옷을 수거하는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몽골에서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캐시미어 옷을 기부받고, 목표량이 달성될 때마다 몽골 유목민 가정에 코오롱스포츠 텐트나 타프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몽골 초원에서 게르에 거주하는 유목민 어린아이에게 그늘을 선물하고 쉼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한국의 기후 특성상 겨울에는 다운재킷(패딩)이 필수다. 지속가능한 다운재킷을 추천해줄 수 있나?
지속가능함과 보온성, 그리고 스타일 모두 충족하는 르캐시미어의 ‘LE C Puffer’를 추천한다. 리사이클링 구스다운을 사용한 푸퍼로, 뛰어난 보온성과 가벼운 착용감, 겹쳐 입어도 무너지지 않는 핏을 자랑한다.

패션을 사랑하는 <얼루어> 오디언스가 패션을 즐기면서도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하려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Change Ideas, Keep Your Taste’. 지난해 코오롱FnC에서 개최한 패션 임팩트 챌린지의 슬로건이다. 소비자가 취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려면 소비자의 관심과 동참도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가 옷을 선택할 때 자연에서 분해되거나 기술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인지, 원료부터 생산·공급의 최종 단계까지 윤리적으로 생산한 제품인지, 제품의 안정성과 윤리경영을 보장하는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인지 등을 고려한다면 기업도 그런 방향으로 점차 변화해가지 않을까. 옷을 오래 수선해서 입고, 중고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등 옷의 생애주기를 늘리는 것도 지속가능한 소비에 동참하는 방법 중 하나다. 패스트 패션보다는 가격이 높더라도 내구성 좋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친환경 습관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휴대폰에 배달 앱을 깐 적이 없다. 쓰레기를 줄이고자 함인데, 사실 배달 용기를 재활용하는 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다.

에디터 | 허윤선

 


 

지속가능성과 함께 호텔에 머물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 | 니라지 고빌

전 세계 139개국 및 지역에 걸쳐 30개 브랜드의 8800여 개 호텔을 운영하는 세계적 호텔 리조트 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역시 전 세계 여행자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

현재 메리어트의 규모는 어떤가. 이들 호텔에서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중요한가?
매우 중요하다. 메리어트는 전 세계 139개국 및 지역에 걸쳐 30개 브랜드의 8800여 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영향 플랫폼 ‘서브360(Serve 360: Doing Good in Every Direction)’을 만든 이유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호텔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지를 담았다.

서브 360의 목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크게 ‘더 나은 세상으로의 발전(Nurture Our World)’ ‘책임 있는 운영 지속(Sustain Responsible Operations)’ ‘모두를 향한 환영과 기회를 통한 권한 부여(Empower Through Opportunity and Welcome All)’ 그리고 ‘인권 증진(Advance Human Rights)’이다.

호텔은 많은 사람이 머물며, 청결과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텔에서 탄소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파트는?
전 세계 탄소배출을 보면 전력 및 열 생산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다음이 교통, 농업 순이다. 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8% 정도다. 여행은 지속될 것이기에 호텔 업계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건 에너지 사용량이다. 빛, 난방, 냉방, 청소 등을 생각하면 쉽다. 이 에너지 사용량이 총 탄소배출 중 69%를, 그 뒤를 이어 음식과 음료 부문이 13%를 차지한다.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지속가능성 목표는 2016년을 기준으로 탄소배출 강도 30% 및 총 전력의 30%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것이다. 또 ‘물 사용 강도(WUI)’를15% 감소시키고, 폐기물을 45% 줄이며, 식품 폐기물을 50% 감소시키는 목표도 있다.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제출한 상태로, 현재 심사 중이다.

8000여 개에 달하는 호텔을 운영하며 공통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어떻게 노력하는가?
그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우리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매년 핵심 영역에서 구체적이고 실행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지속가능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호텔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년에는 호텔 폐기물 추적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 제거,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에 중점을 두었다. 올해에는 지속가능성 인증 획득, 에너지 사용 평가, 책임 있는 자원 확보, 수자원 및 폐기물 축소와 에너지 감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각 호텔에 지속가능성 담당자(Sustainability Champion)를 지정하고 있다.

호텔의 지속가능성 담당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
각자의 상황을 잘 아는만큼, 그에 맞는 지속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호텔별 탄소, 에너지 감축 목표를 세우고, 내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모든 의사결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문화를 만든다.

지속가능성 롤 모델이 될 만한 호텔을 추천한다면?
호텔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하나의 롤 모델을 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자원 순환과 폐기물 감축은 모두의 관심사다. 방콕의 더 아테네 호텔 럭셔리 컬렉션은 순환 경제를 잘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데 ISO 20121 인증을 획득한 세계 최초의 호텔 중 하나다. 오래된 가구를 아트워크로 재활용하고 사용한 꽃다발을 포푸리로 만드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기적으로 모색하고 있다.싱가포르 에디션(Singapore Edition) 호텔의 피시(Fysh) 레스토랑은 제로 웨이스트를 잘 보여주는데,  지느러미를 포함해 생선의 모든 부위를 요리에 사용하는 친환경 요리법 ‘핀-투-스케일(Fin-to-Scale)’ 콘셉트다. 이곳에서는 생선 뼈를 가루로 빻아 밀가루와 섞어 면을 만들고 대구의 지방을 마티니에 활용한다. 생선의 95%를 사용하는데 사실상 거의 버리는 음식이 없는 셈이다.

한국에는 어떤 흥미로운 사례가 있나?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지역 농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충주의 알마스 캐비어 팜에서 캐비어를 구매하고, 전남 강진에서 생산한 유기농 쌀을 활용한다.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는 해녀와 지역 어부들과 협력하고 있다. 리조트 형태의 호텔은 물리적 공간이 더 많으므로 자체적으로 물병을 생산하거나 해수 담수화 시설을 도입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재생 가능한 전력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호텔은 더 쉽게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지만, 도시 호텔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탄소중립을 향해 기울이는 노력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재생에너지의 전환, 교통 시스템의 전기화, 지역사회 중심 및 책임감 있게 소싱된 농산물 지원, 음식물 폐기물 감소 등이다. 현재 아·태 지역 100여 개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이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원천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또 2025년 말까지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태 지역 호텔에 400개 이상의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호텔을 선택할 때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질까?
물론이다. 기업 고객 중 지속가능성 기준을 요구하는 일이 늘고 있으며 개인 고객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익스피디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APAC소비자는 보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최대 41%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나왔다. 특히 비즈니스 여행객은 출장의 배출량을 체크하고, 그 영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추적 기능을 제공하고 출장자들이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해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얼루어> 오디언스가 호텔에 머문다면, 어떤 방법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나?
머무는 동안 탄소배출을 고민하지 않도록 각 호텔이 미리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행하는 동안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려는 고객의 니즈가 늘고 있기에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는 ‘메리어트 본보이와 함께하는 좋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호 번식부터 맹그로브 심기, 야생동물 보호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조식 뷔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뷔페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뷔페는 특히 아·태 지역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다. 이를 위해 한국의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처럼 스마트 음식 폐기물 추적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셰프들이 낭비 없이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핵심은 이러한 뷔페 디자인 및 배치로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메리어트 사무실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모든 직원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보와 활동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재미있는 워크숍을 자주 열고 있다. 특히 줄이기, 재활용하기 및 재사용하기를 중점으로 한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당신이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친환경 행동이 있다면?
과도한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적게 구입하고 오래 쓰는 것이다.

에디터 | 허윤선

 


 

탄소 무게 없이 더욱 가볍게 날아오르는 법

싱가포르항공 한국지사 | 마케팅 · 홍보 상무 이혜원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를 베이스로 하는 세계적 항공사다.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불리는 싱가포르항공이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와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비행에 박차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을 수식하는 말 중 ‘세계 최고의 항공사’라는 게 빠지지 않는데, 세계 최고의 항공사가 되는 데에 지속가능성 항목도 평가 대상일까?
영국 항공사 평가 기관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세계 항공 대상에서 2023년 ‘세계 최고 항공사’에 선정되었다.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그 역시 포함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속가능성은 싱가포르항공(SIA) 그룹 경영의 최우선순위인데, 고객도 마찬가지 아닐까.

현재 싱가포르항공의 목표는 무엇인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 운영 전반에 걸쳐 폐기물 감소,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 민간 항공청(CAAS), 젠제로(GenZero)와 함께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이하 SAF)를 구입해 정제된 제트 연료에 혼합 후 싱가포르항공 그룹 항공편에 실어 운항하는 시범 사업을 20개월간 운영했다. SAF를 탐색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비행 및 지상 운영 전반에 걸쳐 연료 생산성 및 비용을 계획하고 개선함은 물론이고, 운영 효율성 향상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항공 산업에서 탄소를 감소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은 SAF다. 2030년까지 총 연료량의 5%를 SAF로 교체할 예정이고, 싱가포르 정부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사실 준비는 되어 있지만, SAF 채택 및 상용화를 가속화하려면 현실적으로 여러 협조가 필요하다.

연료(SAF)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과정이 남아 있지만 SAF는 장기적으로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20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약 25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탄소배출 제로를 향해 기울이는 많은 노력 중 가장 효과적인 건 뭐였나?
노후한 항공기를 연료 효율성이 높은 신기종 항공기로 교체하는 것. 항공사가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우리가 보유한 에어버스의 A350 및 보잉 787 같은 차세대 항공기는 다른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성이 평균적으로 25% 더 높다.

현재 보유 항공기의 평균 기령은?
싱가포르항공의 항공기 보유 평균 기령은 5년 10개월이다. 전 세계 항공 업계 평균인 15년보다 훨씬 젊다. 현재 운항기 중 3분의 2는 에어버스 A350-900 및 보잉 787-10 항공기 같은 차세대 항공기로 구성되었는데, 탄소 절감 차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또 A350F 화물기를 처음 들여왔는데, A350F는 자사의 현재 화물기인 보잉 747F보다 최대 40% 적은 연료를 소모해 현재 운영을 기준으로 연간 약 40만 톤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엔지니어링, 비행 및 지상 운영 전반, 최적화한 엔진 세척 및 중량 감소 계획 같은 다양한 연료 생산성 향상과 절약 계획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연적으로 탄소는 발생하는데.
맞다. 항공기 운영에 따른 배출을 완화하는 것 외에 탄소 상쇄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부터 탄소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최초의 글로벌 시장 기반 조치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을 위한 탄소 상쇄 및 감소 계획(CORSIA)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에는 샌프란시스코-싱가포르 노선에 ‘친환경 패키지’ 항공편을 시작했다. ‘친환경 패키지’는 무엇을 말하나?
친환경 패키지는 세계 최초로 SAF, 연료 효율적인 항공기 및 최적화된 비행 경로 관리를 통합한 것을 말한다. 가장 최신 비행기 기종이자 연료 효율이 가장 높은 항공기인 에어버스 A350-900에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고, 연료 소모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최적화된 비행 경로로 운항한다. 업계의 관심은 물론 고객의 호응도 높았다.

항공 여행에서는 탄소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우리의 삶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는 없다. <얼루어> 오디언스가 항공기를 이용할 때, 어떤 방법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나?
우리 회사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는 ‘Every Act Counts’다. 우리의 작은 실천은 지속가능한 하늘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다. 항공기가 무거워지면 탄소배출이 늘어나기에 여행 짐을 쌀 때 무게를 줄이는 것도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이다. 또 최근 승객 중 재사용이 가능한 텀블러 등을 지참하는 승객이 늘고 있다. 그만큼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든다.

현재 얼마나 많은 승객이 여행을 떠날 때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개인 여행, 출장 등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의식이 높아졌다.  고객이 지속가능한 여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발적 탄소 상쇄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승객 및 화물 사업 전반의 고객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다. 고객의 기부금은 인도네시아의 숲을 보호하고, 인도의 재생 가능 태양에너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 등에 쓰인다.

기내식은 항공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기내식에서는 어떤 노력이 있나?
고객의 피드백과 데이터를 통해 긴밀하게 대응한다. 기내식 사전 예약 프로그램인 북더쿡 시스템은 고객에게 미식의 즐거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사전 주문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플라스틱으로 만든 젓가락을 나무젓가락으로, 어린이 장난감의 폴리백을 재활용 가능한 종이 포장으로 교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친환경 종이 소재로 된 용기에 음식을 제공하는데,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낀 고객이 점점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내구성이 좋아 국물이 있는 락사나 죽 등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유지된다. 또 메뉴 카드, 티슈 페이퍼, 휴지 등 항공사의 여러 종이 제품은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조달된 FSC 인증 종이로 만든다. ‘농장에서 비행기까지(From Farm to Plane)’ 콘셉트로 세계 최대의 실내 수직 농장인 에어로팜과 협업해 살충제 없이 재배하는 식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무실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싱가포르항공 본사 사무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있다. 전체 전력의 25%를 이것으로 충당한다. 빗물과 지하수도 재활용한다. 수동 물 내림 밸브와 수도꼭지를 센서 작동식 모델로 교체해 물 효율성을 최대 40%까지 향상시켰다. 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하라판 열대우림 이니셔티브(Harapan Rainforest Initiative)의 파트너로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야생동물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산림 보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친환경 습관이 있다면?
여행이나 출장이 잦은데, 짐을 가볍게 꾸리는 편이다. 또 패스트 패션보다 슬로 패션을 지향한다. 품질과 브랜드의 윤리적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고른다.

에디터 | 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