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젊은 당뇨가 더 위험한 이유.

국내 당뇨병 환자 중 2030세대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와 비교하면 발병률이 약 2배 이상 빠른 수준이라고. ‘1일 1탕후루’ ‘먹방’ ‘맵단짠’ ‘오픈런’ ‘줄 서기’. 요즘 젊은 층의 식문화를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키워드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터. 고당류 음식, 자극적인 식습관에 매몰되었다면 한 번쯤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나도 혹시 ‘젊은 당뇨’가 아닐까? 

 

‘젊은 당뇨’가 뭡니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9세 당뇨병 환자는 2017년 12만8729명, 2019년 15만2292명, 2021년 17만945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기준 30대 당뇨병 환자는 12만1568명으로 4년 전보다 2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당뇨병 유병률은 무려 47%나 늘었다. 학계에서는 40세 미만을 ‘젊은 당뇨’로 따로 분류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실정. 만성질환이기에 평생 관리해야 하며, 젊은 시절 병을 얻었을 때는 합병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어떻게 진단 내릴까? 정상인 기준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로 분류한다. 고혈당 상태를 지칭하는 전형적인 생활 습관 질환인 셈. 원인은 다양하지만, 유전적 결함 외에 췌장의 인슐린 분비 결함으로 생기는 1형 당뇨병과 생활 습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2형 당뇨병으로 구분한다. 국내의 경우 1형 당뇨병은 3% 이내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2형 당뇨병에 속한다. 차움 내분비대사내과 김진우 교수는 “특별히 2030세대의 당뇨병 발생률 증가는 2형 당뇨병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당뇨병 발생의 주된 원인은 인슐린 저항성이며, 스트레스와 섭취 열량 과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증으로 요약할 수 있죠”라고 답했다. 

 

탕후루와 상관관계 

달콤 상큼 탕후루! 과일 표면에 설탕 옷을 입혀 만든 과자가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젊은 세대의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탕후루를 탓하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영 틀린 소리는 아니다. 김진우 교수는 “다량의 단순당이 포함된 식품은 인슐린 저항성을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단순당의 함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서서히 당뇨의 늪에 빠져들게 되죠”라며 단순당 섭취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그는 젊은 당뇨의 원인으로 “변화된 사회 환경과 나쁜 생활 습관”을 지적한다.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근세 이전에는 일부 귀족이나 왕족 외에는 생존을 위해 열심히 노동해야 했습니다. 우리 몸은 최소한의 음식물 섭취와 최대의 운동량에 맞도록 진화된 DNA가 세팅되었죠. 하지만 급격한 경제적 풍요를 이루면서 궁핍에 적응하고 생존하도록 설계된 몸에 필요 이상의 열량이 공급되었어요. 몸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의 과다한 열량을 섭취하게 된 거죠. 게다가 열량이 적절하게 소비되지 않았으니 과체중과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이런 비만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낳고 결국 당뇨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젊은 당뇨’ 자가 진단 

다음, 다식, 다뇨! 모두 당뇨병 의심 증상이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물을 많이 마시거나 식사량이 폭증하고, 소변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찾는다. 심각한 경우 체중이 줄고, 당뇨병 합병증으로 병원에 내원하게 된다. 하지만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나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 없이 피로감이나 무기력증 정도만 나타난다. 따라서 증상에만 의존하면 조기 진단을 놓칠 수 있으니 적극적인 의심과 정기적인 혈당 측정이 중요하다. 또 당뇨병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기보다, 당뇨병 전단계를 거쳐 서서히 진행된다.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5~17배 높지만, 이 단계에서는 생활 습관만 교정해도 당뇨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 자신의 표준체중을 기억하고 늘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해 비만증을 예방한다. 만약 당뇨병 의심 증상을 포착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당뇨병이 합병되기 쉬운 질환(고혈압, 췌장염, 담석증, 내분비 질환 등)을 앓는 경우, 당뇨병 발병을 촉진하는 약물(스테로이드, 디아자이드계 혈압약)을 복용한다면 반드시 혈당검사를 한다. 

 

무서운 ‘젊은 당뇨’ 

40세 이후 뒤늦게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여러 당뇨병성 합병증을 앓거나 고혈압과 고지혈증 같은 심혈관 위험 요소를 동반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젊은 당뇨는 어떨까? 김진우 교수는 “2030세대라면 상대적으로 유병 기간이 길지 않아 안심할 수 있으나, 반대로 잔여 생존 기간이 길므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라며 조기 진단 및 엄격한 관리를 당부한다. 하지만 당뇨병이 원체 흔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 보니 쉽게 생각하고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합병증을 부르는 끔찍한 지름길이다. 젊은 날의 당뇨병은 심혈관 위험도를 4배 이상 증가시키고, 암 발병 등 중년 이후에는 심각한 건강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만성혈관 합병증은 눈, 신장, 심장, 뇌 등 인체 모든 혈관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당뇨병성 신증이 생겨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세대가 이런 질병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당뇨병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세대의 60%는 자신의 혈당 수치를 모른다고 답했다.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 ‘당뇨병 전단계’ 같은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절반 이상이다. 심지어 당뇨병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자신의 혈당 수치를 아는 사람은 겨우 40% 정도였다. 이처럼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 중 절반만 질병을 인지하거나 치료를 받는다고. 게다가 젊은 환자일수록 치료 순응도가 떨어져 오히려 합병증 발병 빈도와 정도가 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젊은 연령대의 당뇨병 환자에 대한 집중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하에 합병증 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 치료의 목적은 다름 아닌 합병증 예방에 있기 때문이다. 유병장수하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기억하길! 2030세대에게는 살아온 날보다 아직 살 날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표준체중 측정법 

남자 표준체중(kg)=키(m)의 제곱×22
여자 표준체중(kg)=키(m)의 제곱×21 

 

당뇨 관련 용어 정리 

공복혈당 최소 8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
식후혈당 식사 후 2시간 정도 뒤에 측정.
당화혈색소 당뇨병의 진단 기준 중 하나로, 지난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조절 상태를 알려주는 수치.
당뇨병 전단계 혈당치가 정상 범위보다 높지만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낮은 상태로, 공복혈당이 100~125mg/dL이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141~200mg/dL인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