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 잘된 블랙 코트의 장점은 거듭 말해도 모자람이 없다.

소소한 물건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지만, 그럴수록 좋아하는 몇몇에 대해 깊고 진한 애정을 쌓는다. 내게는 특히 재단이 잘된 블랙 롱 코트에 품은 마음이 그렇다. 내가 입었을 때뿐 아니라, 길을 걷다가 유려한 실루엣의 코트를 입은 사람만 봐도 눈길이 가고, 가끔은 믿거나 말거나 길을 걷다 테일러드 숍의 쇼윈도에 걸린 날 선 코트를 보고도 심장이 두근거릴 때가 있다. 블랙 롱 코트는 무난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컬러와 덩어리감이 주는 오라가 있어 코트에 압도되지 않도록 헤어스타일이나 슈즈, 그것도 아니라면 걸음걸이 같은 태도 등을 점검해야 한다. 블랙 롱 코트를 즐겨 입는 사람은 디테일이 다른 것으로 여러 벌 장만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흔한 블랙 코트가 단 한 벌도 없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두 부류 모두에게 즐거운 시즌이 될 전망이다.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한 탐스러운 블랙 코트가 많고도 많기에.

누군가 “올겨울에 단 하나의 코트를 사야 한다면 무엇을 살까요?”라고 질문한다 해도, “잘 재단된 블랙 롱 코트부터 장만하세요”라고 답할 것이다. “약간 도톰한 스웨터를 입고도 충분히 낙낙하게 걸칠 수 있는 사이즈로요. 블랙이 지닌 미니멀함과 에지를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각진 어깨로, 블랙의 너그러움과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면 코쿤 라인을 선택하세요”라고도 덧붙일 셈이다. 런웨이에서는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되짚어 테일러드에 집중한 지방시가 블랙 코트를 대거 선보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는 남성 컬렉션과의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블랙 코트를 첫 번째 룩으로 소개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에 언밸런스한 커팅, 소재의 믹스매치를 더해 한때 스트리트 패션 트렌드를 이끈 만큼 매력적인 연출을 보여주었다. 가장 엄격한 테일러링을 선보인 컬렉션은 빅토리아 베컴이다. 각진 어깨와 넓은 칼라, 사각 포켓과 길게 휘날리는 코트 자락까지. 포머드 헤어와 품에 안은 클러치 백의 조화로 당당함보다는 신중하고 세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대로 가장 유연한 실루엣을 완성한 컬렉션은 알라이아다. 넓은 숄 칼라의 코쿤 숄더로 도톰한 소재감까지 더해 푸근한 느낌을 주는 코트는 안락함 그 자체. 돌체앤가바나와 스텔라 매카트니는 위로 솟은 칼라와 잘록한 허리로 날렵한 이브닝 룩을, 프라다와 스포트막스는 캐주얼한 스타일링과 함께 영한 애티튜드를 소개했다. 그 밖에 손끝이 안 보일 정도로 팔을 길게 디자인한 발렌시아가의 오버사이즈 코트와 막스마라의 한쪽에 걸친 언밸런스 스타일링도 눈에 띈다.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생겼다면 반드시 기억해두기를. 잘 고른 블랙 롱 코트 하나가 당신 평생의 시그너처 스타일이 되어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