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립 메이크업에 대한 욕구는 근본적인 입술 관리로 이어졌다. K-뷰티의 신흥 주자로 떠오른 립 마스크부터 이를 뛰어넘을 3세대 기능성 립 케어의 등장까지. 오직 입술만을 위한 스킨케어가 또 다른 루틴을 만들어내고 있다.

결정적 입술 

반짝반짝 영롱한 빛을 머금은 탕후루 립, 부드러운 벨벳 천을 한 겹 씌운 듯 포근한 스머징 립 등 온갖 입술 인증샷이 SNS를 도배하고 있다. 지독한 팬데믹이 지나고 마스크 없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감췄던 입술 치장에 온갖 공을 들이는 거다. 럭셔리 브랜드, 인디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글로시, 매트 가릴 것 없이 다양한 립 메이크업 제품이 각광받았다. 그리고 지금, 그 기세를 몰아 립 케어 시장까지 혁신적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금 전 세계는 립 케어 홀릭 

깔끔한 베이스를 완성하려면 건강한 피부가 밑바탕되어야 하듯, 다채로운 립 메이크업을 원한다면 입술부터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똑똑한 소비자 역시 이를 알기에 립 메이크업 제품 구매와 동시에 립 케어에도 관심을 보인다. “젠지 세대는 개성 있는 메이크업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그걸 가장 간편하게 충족시키는 게 립 메이크업이죠. 그리고 립 메이크업을 위해 필요한 게 건강한 입술이고요. 자연스럽게 립밤, 립 마스크 등 립 케어 제품의 매출이 상승했어요.” 라네즈 BPI팀 김형일의 말처럼 국내 립 케어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244억원이며, 전년 대비 4.2% 신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립 케어 제품의 무서운 성장세는 전 세계를 강타해 K-뷰티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재작년, 라네즈가 미국에서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립 슬리핑 마스크 EX’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전개하면서부터 열풍이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웰니스 등 본연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섬세하게 관리하는 것에 집중하던 시기였고, 마침 한국에서 온 ‘입술에 사용하는 크림 마스크’는 혁신적인 웰니스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해당 제품이 스킨케어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시했다며 모두가 극찬했고 켄달 제너, 브룩 실즈, 케이트 허드슨 등 수많은 셀럽이 애정템으로 소개해 폭발적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라네즈는 미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바닐라, 거미베어 등 달콤한 시즌별 리미티드 향까지 선보이며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 소비자는 립 케어에 진심이에요. 낮에 수시로 바르는 립밤은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미약해서 더 적극적인 입술 전용 관리를 원한 것 같아요. ‘립 슬리핑 마스크 EX’는 풍부한 보습감에 나이트 케어를 접목해 자는 동안 각질까지 잠재우니 반응이 좋았죠. 단단해 보이지만 입술에 바르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텍스처의 신선함도 한몫했고요.” 덕분에 전 세계 통틀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고, 그 매출이 매년 2배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고.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의 수치 역시 립 케어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걸 방증한다, 작년 기준, 전 세계 립 케어 시장 규모는 약 28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8.8% 늘어났고, 2025년에는 32억8000만 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립 케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가마다 성장 배경이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미국은 웰니스, 웰에이징의 영향으로 본연의 건강한 입술을 위해 립 케어 제품을 찾는다. 중국도 올해 상반기 타오바오, 티몰과 틱톡 등에서 립 케어 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섰는데, 주로 입술 노화 방지에 관심이 많아 보습감, 주름 개선, 미백 등의 효과를 주는 립 케어 제품을 선택한다.
일본, 동남아시아에서도 립 케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고발색 틴트와 잦은 립스틱 사용으로 건조해진 입술을 해결하려는 니즈가 크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앞서 말한 것처럼 립 메이크업 시 컬러를 마음껏 표현하고, 주름 없이 매끈한 광택을 내고자 입술을 관리하는 거다.

 

3세대 기능성 립 케어, ‘립세린’

급격히 성장하는 립 케어 시장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다양한 뷰티 브랜드에서 제품 출시에 힘을 쏟는 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까지 한 번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년간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5만7000명의 입술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노화에 따른 입술 주름의 패턴과 길이 변화, 입술 각질과 볼륨감의 특성을 세분화해 동안 입술 솔루션을 연구한 것. 그 결과 ‘립세린’이라는 혁신적 3세대 기능성 립 케어 카테고리를 개발해 지난달부터 CNP, 비욘드, 빌리프, 수려한, 글린트 등 LG생활건강 내 16개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립세린은 립과 글리세린의 합성어로, 입술의 5대 고민인 각질, 주름, 보습, 탄력, 윤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특징은 립밤과 립 마스크를 하나로 결합했다는 거다.

LG생활건강 The Color Lab 부문장 김세라는 “립밤은 휴대성이 용이하고 선택의 폭도 넓지만, 입술을 집중 케어하기에는 기능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죠. 반면 립 마스크는 영양감은 뛰어나나 끈적임이 심해 사용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 2가지의 장점만 가져와서 어디든 갖고 다니기 편하고, 각 입술 고민에 특화된 브랜드별 제품으로 종류도 다양하고, 기능적으로나 사용감에서도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든 거예요”라며 립세린을 소개했다. 위생 문제도 해결했다. 그간 립밤은 입술에 바로 갖다 대거나, 손가락으로 덜어 써야 하는 등 오염에 취약한 제품이 많았으나, 립세린은 1회 사용 적정량만 토출되는 ‘에어-핏’ 용기를 적용했다. 다이얼 회전 구조로, 제품 윗부분을 돌리면 내용물이 나와 변질을 방지하는 동시에 유효 성분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립 케어 제품 준비에 열심인 건 LG생활건강뿐만이 아니다.

버츠비는 스위트민트, 레몬소르베 등 3가지 향의 립 트리트먼트에 이어 입술 각질을 제거하는 립 스크럽까지 공개했고, 눅스는 프로방스산 라벤더 허니를 담은 립 오일을 선보였다. 에뛰드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내놓은 립밤 ‘진저슈가 멜팅 밤’을 정식 출시했으며, 프레쉬는 홀리데이 에디션에 ‘슈가 립 마스크’를 포함하기도 했다.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립 케어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효자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이마트24는 이달부터 립 케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키링 립밤, 스틱 립밤, 캐릭터 립밤 등 15종을 들여왔고, 최근 3일간 매출이 판매 초기 대비 51% 증가했다. 세븐일레븐도 55% 높아진 립 케어 제품 판매량에 힘입어 립 케어 브랜드 ‘블리스텍스’를 론칭했다. 립 케어 시장의 도약은 보여주기식 관리보다는 본연의 건강과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소비자의 인식과 한층 섬세하고 전문화된 셀프 케어의 진화를 대변한다. 눈, 코, 입 부위별로 저마다의 특징이 있는데도 ‘피부’로 통용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눈가 피부는 아이 케어 제품으로, 입술 피부는 립 케어 제품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게 지금의 뷰티다. 

 

골라쓰는 립케어

립 케어의 인기는 세분화된 제품을 통해서도 체감할 수 있다. ‘립밤’에서 나아가 ‘립 마스크’ ‘립 에센스’ ‘립 세럼’ ‘립 오일’까지 다양한 제형과 기능의 입술 전용 제품이 쏟아졌다. 각 특징을 참고해 나에게 적합한 제품을 골라보자. 입술은 한 개지만 바를 립스틱이 수천 개라면 중요한 건 뭐다? 립 케어다!

LIP BALM
입술에 얇고 촉촉한 코팅막을 형성해 즉각적으로 보습감을 채운다. 보습감이 오래 유지되지는 않지만, 휴대성이 용이해 언제 어디서든 수시로 덧바르기 좋다. 이전에는 왁스를 많이 함유한 제품이 대다수라 텍스처가 단단하고 뻑뻑했다면, 요즘은 스킨케어 성분을 더해 입술에 닿으면 부드럽게 녹아든다.

(왼쪽부터) 율립의 립 올마이티 얼티밋 립 트리트먼트 밤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시카 성분을 담아 입술 각질을 잠재우고 보습감을 전한다. 3.5g 2만5천원.
아우구스티누스 바더의 더 립밤 시어버터, 비타민 E 등 풍부한 영양 성분이 건조한 입술을 촉촉하게 가꾼다. 4g 4만5천원대.
닥터 바바라 스텀의 립밤 비타민 E 성분이 입술에 항산화 효과를 주고, 윤기와 수분을 충천한다. 12g 7만3천원.
탈리다쿰의 립큐어 밤 아르간, 호호바씨, 올리브 열매 등 식물성 발효 오일 7가지가 입술에 꽉 찬 영양감을 불어넣는다. 6g 2만5천원.

 

LIP MASK 
영양감과 보습감이 탁월하고, ‘수분 차폐 능력’도 뛰어나 촉촉한 입술이 오래 지속된다. 영양감이 농축되어 있는 만큼 끈적임이 남아 답답하고 흡수가 더딜 수 있으나, 집중 케어가 필요할 때 요긴하다. 자기 전 입술에 듬뿍 바르면 밤사이 지저분한 각질을 잠재운다.

(왼쪽부터) 라부르켓의 리커버리 립 마스크 앨지/로즈힙 오일 해조 복합물과 로즈힙 열매 오일이 건조한 입술을 건강하게 회복시킨다. 15g 4만9천원.
토코보의 비타 글레이즈드 립 마스크 비타민 E 유도체와 올리브오일, 석류나무 꽃 추출물이 입술에 즉각적인 영양감을 준다. 20ml 2만원.
라네즈의 립 슬리핑 마스크 EX 애플라임 비타민 C의 항산화 효과로 자는 동안 날아간 입술 수분을 보충하고 각질을 케어한다. 20g 2만2천원.
에뛰드의 진저슈가 오버나이트 립 마스크 시어 버터, 슈가, 비즈왁스, 무루무루 버터가 입술에 강력한 보습막을 형성한다. 23g 9천원.

 

LIPCARE + @
꾸덕한 제형 탓에 입술 위에서 겉도는 느낌이 있는 립밤과 립 마스크의 단점을 보완했다. 립 세럼, 립 에센스, 립 오일 등은 점도가 낮고 흡수가 빨라 입술 주름 사이사이에 효과적으로 침투한다. 히알루론산, PHA 등 피부에 쓰인 스킨케어 성분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왼쪽부터) 발몽의 프라임 립 리페어 가볍게 스며드는 에멀션 타입으로, 입술 결을 유연하게 하고 탄력을 끌어올린다. 15ml 22만5천원.
눅스의 레브드미엘 허니 립 케어 프로방스산 라벤더 허니와 유기농 카멜리나 오일이 입술에 끈적임 없는 보습감과 윤기를 입힌다. 10ml 3만1천원.
비욘드의 엔젤 아쿠아 모이스처 플럼핑 립세린 글리세린의 풍부한 수분감이 플럼핑 효과를 줘 입술에 자연스러운 볼륨감을 더한다.
CNP의 프로폴리스 립세린 단백질 분해 요소, PHA 등 스킨케어링 성분을 담아 입술의 주름, 탄력, 보습, 윤기를 책임진다. 15ml 1만8천원.

 

TAKING CARE OF LIPS

입술도 스킨케어처럼 단계별 관리가 필요하다. 각질이나 주름 없이 촉촉한 입술을 만드는 립 케어 노하우. 

1 일주일에 한두 번, 립 스크럽 제품을 이용해 묵은 입술 각질을 제거한다.
2 립 세럼, 립 에센스 등 흡수가 빠른 저점도 제형을 입술에 충분히 바른다.
3 완전히 스며들면 립밤을 덧발라 보습감이 날아가지 않도록 코팅한다.
4 잠들기 전에는 입술 위에 영양감이 농축된 립 마스크를 도톰하게 얹는다. 밤 사이 각질을 부드럽게 녹이고 보습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립 메이크업을 한다면 세 번째 단계에서 립 컬러를 바르고, 광택 있는 립 오일을 더해 마무리한다. 보습감과 생기를 함께 챙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