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게 굳은 몸을 풀고 숨을 시원하게 내쉬자 후련한 마음만 남았다. 내면을 고찰하는 명상의 해답은 다름 아닌 몸에 있다.

명상이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로 각광받는 요즘. 유튜브에는 명상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생기고, 명상을 쉽게 접하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명상의 효과는 여전히 내게 미지수였고, 요가를 시작한 후에도 모호함은 떨칠 수 없었다. 요가를 하기 전과 후 짧은 명상이 몸의 이완을 통해 맑은 정신을 찾도록 돕는 것 같다가도 스트레스가 과도한 날에는 아무런 효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움직임을 통해 명상하기 좋은 상태의 몸을 만들어 마음까지 치유한다는 ‘테라무브’에는 어떤 효과가 있는 걸까? 의심 말고 직접 해보기로 했다.

 

건강한 정신으로 향하는 길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부산에 위치한 MFHS(Mindfulness Healing Spirituality) 마음챙김 명상센터 역시 인간의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한다. 센터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테라무브’는 테라피(therapy)와 무브먼트(movement)의 합성어로, 움직임이라는 동적 요소에 치유의 개념을 접목했다. 신체를 움직여 몸에 쌓인 피로와 감정을 덜어낸다는 거다. 몸의 작용인 몸선과 정신의 작용인 감정선, 호흡의 작용인 숨선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삼선요법’과 몸에 흐르는 혈액, 신경, 호르몬, 경락을 하나의 순환으로 여기는 ‘일통법’은 테라무브의 기반이 된다. “우리 몸은 흥분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발현되는 교감신경과 그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휴식과 이완을 돕는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같은 마음의 병이 찾아오는 이유는 제대로 쉬지 못해 고장 난 부교감신경을 스스로 돌볼 수 없기 때문이죠. 몸과 마음은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에 함께 돌봐야 해요. 테라무브는 부교감신경 활성화를 돕는 명상으로 향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8년간 명상을 해왔다는 김규나 강사의 말에 쉬는 날에도 예민함을 감출 수 없는 이유가 불필요한 몸의 긴장 탓에 부교감신경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싶었다.

 

내뱉고 풀어내기

먼저 호흡법부터 배웠다. 센터에서는 크게 3가지 호흡을 다룬다. 가슴으로 쉬는 숨과 옆구리로 쉬는 숨, 엉치뼈라고도 하는 삼각형 모양의 천골로 쉬는 숨이다. 각 부위에 숨을 채우고 한숨 쉬듯 ‘하’ 소리를 내며 크고 힘차게 담은 숨을 내뱉는다. 방법은 간단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길고 느린 들숨과 날숨을 요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 같은 운동과는 달랐다. 마음이 답답할 때나 가끔 내쉬는 한숨을 의식적으로 뱉어야 한다니 부담이 됐지만 몇 번 반복하자 어느새 힘껏 쉬는 숨이 시원했다. 이게 정말 명상하기 좋은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건가? 근육을 키우거나 살을 빼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숨쉬기였지만,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은 맑아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곧이어 몸을 풀었다. 가장 정적인 셰입, 적당한 흐름이 있는 플로어, 큰 움직임으로 구성된 액티브, 춤을 추는 듯한 하모니. 테라무브 기법 4가지 중 가장 기본인 셰입을 택했다. 앞서 익힌 호흡법을 이용해 숨 쉬며 시작했다. 과도한 유연함을 요구하는 동작은 전혀 없었다. 그저 몸에 쌓인 긴장을 털고 또 털어냈다. 하체를 움직일 때는 무릎관절이 아닌 고관절을 썼고, 상체를 움직일 때는 어깨가 아닌 등을 사용했다. 몸 곳곳의 큰 관절을 활용해서인지 무리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힘을 풀 수 있도록 안내한 김규나 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한의학에 기반한 신체 경락 12개를 활성화하도록 구성된 ‘오픈 포인트’ 31개를 알려드리는 거예요. 오픈 포인트의 힘을 빼면 손바닥과 발바닥에서 열감이 느껴질 수도, 냉감이 올라올 수도 있어요. 우리 몸의 불필요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과정이죠. 그걸 느끼는 게 중요해요.”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

잔뜩 이완된 몸으로 15분 좌법 명상에 돌입했다. 시도해본 적 없는 긴 명상이라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수월했다. 요가 수련의 마지막 관문인 ‘사바아사나’를 할 때는 과하게 사용한 근육을 진정시키느라 바빴지만, 이번만큼은 몸의 부담 없이 명상을 차분하게 이어갔다. 특별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손과 발에서 일어나는 저릿함을 있는 그대로 느꼈다.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눈을 떴을 때는 편안하고 맑은 마음만 남았다. 명상 전에 배운 호흡과 움직임은 명상에 집중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부교감신경이 안정되면 교감신경도 함께 안정돼요. 널뛰는 감정과 생각을 배제하고 좀 더 객관적인 선택과 판단이 가능한 상태가 되는 거죠. 우리가 반응하는 표면 의식 뒤에는 객관적 의식이 존재하거든요. 삶의 에너지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마냥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명상이 나를 알아차리고 바라보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냅다 근육을 펌핑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게 능사가 아니었던 거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