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즈 뷰티 시장이 다각도로 변화하고 있다. 요즘 남성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데 스스럼이 없다. 

GROOMING EMPIRE

남성 뷰티 시장이 다시금 호황을 누리며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세계 남성 그루밍 시장 가치가 2022년 기준 약 800억 달러에서 2028년엔 115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유로모니터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이런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확실한 건 처음 남성 그루밍 시장이 붐을 일으켰을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거다. ‘짙은 남성적인 향’ ‘블랙 패키지’ ‘올인원 기능’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제품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여성적인 관점으로 치부되던 ‘자기 관리’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고, ‘사용이 편리한’ 제품보다는 ‘기능성이 뛰어난’ 제품이 더 중요해졌다는 거다. 무슈제이 나상훈 홍보 담당자는 “외모 관리도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미용과 패션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이 늘고 있어요. 본인이 사용할 화장품을 직접 구매하는 남성도 많아졌고요”라며 그루밍 시장의 제품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VOLUTION OF SKIN CARE

전 세계 남성 뷰티 시장의 약 45.6%를 차지하는 스킨케어. 피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한 남성은 클렌저, 보습제와 안티에이징 제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화장품에 대한 남성의 이해도가 높아지자 브랜드도 제품의 유효 성분과 그 효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방식을 바꿨다. 코스맥스 홍보팀 이성웅 대리는 “기본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피부 장벽이 두껍고 피지 분비가 많아 유분 조절 성분 배합에 더욱 신경 씁니다. 아울러 여러 단계의 스킨케어를 번거롭게 생각하는 남성을 위해 보습,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등 다중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라며 화장품 개발에 앞서 남성의 피부 특성과 소비 성향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남성이 편리한 올인원 제품을 택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고객 조사 인사이트에 따르면, 20대 고객의 올인원 제품 사용 비율이 3040세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피부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사용할 만한 제품으로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올인원 제품이 피부 관리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실제로 이들은 제품을 한 브랜드의 라인별 세트로 구매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토너 패드, 세럼, 크림을 각기 다른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랜드는 이렇듯 연령대별 특성과 소비 성향이 다른 남성 화장품 시장을 두고 다각도로 분석, 접근하고 있다. 한편 럭셔리 뷰티는 독자적 기술력을 적용한 항노화 전문 제품을 선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스위스퍼펙션팀 김소연 담당자는 “아시아 시장의 맨즈 케어는 타 국가 대비 더 촘촘하고 전문적인 편입니다. 이미 여성 기초 라인의 베스트셀러를 사용하는 남성분도 많아요. 이런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남성 안티에이징 시장은 향후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죠”라고 전했다. 최근 한섬은 안티에이징을 강조한 오에라 옴므 컬렉션을 론칭하기도 했다.

패션 시장의 ‘젠더 뉴트럴’ 트렌드도 뷰티 시장에서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녀 구분 없이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하는 곳이 많아진 것. 성별 구분 없는 포장, 저렴한 단일 재료의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오디너리의 성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모회사인 데시엠은 2021년 기준 4억6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웹사이트 방문자의 약 36.68%가 남성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도 닥터지와 파이코어에서 젠더리스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닥터지는 군납 제품으로 브랜드 이용 경험이 있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매출이 높은 편.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971억원을 기록하며 해마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MAKEUP FOR MEN

남성 화장품은 더 이상 스킨, 로션 같은 전통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고 색조 제품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메이크업 제품 중 남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바로 베이스다. 코스맥스 이성웅 대리는 “메이크업 제품은 ‘티 나지’ 않게 피부 결과 잡티를 정돈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남성 소비자의 피부 톤에 적합한 조색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남성용 파운데이션이 밝은 톤과 어두운 톤 정도로 나뉘던 것에 비해 현재는 컬러를 세분화해 출시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허도윤 팀장은 “남성이 뷰티 제품에 반응을 해요. 예전엔 남성이 스토어에 방문해 컬러를 보고 구매하는 걸 낯설고 부끄러운 행위로 여겼지만, 이제는 사회문화적 인식이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엔 남성 뷰티 인플루언서의 등장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브랜드도 인플루언서나 유튜버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관리하는 남성의 그루밍 콘텐츠를 통해 친근하고 진정성 있게 남성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한 것. 소비자는 친한 형 혹은 친구가 옆에서 차근차근 제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 매력을 느끼고, 브랜드로서는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잠재적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이득이다. 이런 콘텐츠는 결국 시장 트렌드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톤업 로션, 파운데이션 등 기본 베이스 제품 외에 아이 메이크업 제품이나 컬러 립밤 등 다양한 화장품이 인기를 얻는 배경이 되었다. 남성 메이크업 라인인 보이 드 샤넬을 론칭한 샤넬 뷰티, 남성 전문 색조 브랜드 비레디 등 끊임없이 도전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등장, 그리고 자신을 가꾸는 남성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도 남성 메이크업 시장의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1 무슈제이의 밀크 톤업 올인원 그야말로 꾸안꾸 피부! 티 안 나게 밝아지는 톤업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200ml 2만9천원.
2 스위스퍼펙션의 맨 아이 리차지 크림 남성의 눈가 피부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아이 크림. 15ml 22만원대.
3 파이코어의 스네일퍼펙션 토너 콜라겐 리바이탈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하는 토너. 200ml 3만4천원.
4 비레디의 무드업 음영 아이 팔레트 그윽한 눈매를 만들고 콧대 컨투어링을 돕는 섀도우. 사용이 쉬운 음영 컬러로 구성했다. 7g 2만원.
5 샤넬 뷰티의 보이 드 샤넬 파운데이션 산뜻한 포뮬러가 번들거림을 잡고, 깨끗한 피부 표현을 돕는다. 30ml 10만원. 

 

NOTABLE MEN’S BRAND

남성 뷰티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브랜드.

B.READY
20~34세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 론칭 5년 차 메이크업 브랜드. 파운데이션으로 시작해 쿠션, 트루톤로션까지 남성을 위한 베이스 카테고리를 점차 확대해왔다. 최근 론칭한 트루톤로션은 코렉팅 크림이다. 티 안 나게 피부 결과 톤을 정돈하는 제품으로 반응이 뜨겁다. ‘너 화장했어?’가 아닌 ‘뭐야? 피부 되게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 컬러 립밤, 아이섀도와 브로, 세범 파우더, 헤어 제품까지 맨즈 카테고리를 확장했으며, 곧 스킨케어 제품으로도 소비자와 만날 예정이다. 

FMPROJECT
아티스트 김종국이 디렉터로 참여한 브랜드. 그의 ‘FM Life’ 철학, 즉 정석대로 원리 원칙을 지키는 삶의 방식이 제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헬스장 라커 룸에 넣어두고 사용할 수 있게끔 대용량으로 출시해 전신에 사용해도 부담이 없다. 하이드로 이온 성분을 포함한 포뮬러가 운동 후에도 수분을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MONSIEUR J
배우 정우성이 설립한 브랜드로, 남성의 피부 특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피부 자체가 두껍고 피지 분비가 많아 건조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 또 잦은 면도로 피부 자극과 트러블을 유발하기도. 가벼운 포뮬러, 순한 사용감의 올인원 제품, 선 에센스를 판매 중이다. 올해 상반기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 1250%를 기록했다. 

OERA HOMME
클렌징 폼, 컨센트레이트를 출시하며 남성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오에라 옴므. 스위스 소나무와 브랜드의 피부 과학 기술로 완성한 포뮬러가 주름, 탄력, 모공, 피부 톤, 건조함 등 남성이 고민하는 피부 노화 증상을 관리해준다. 뮤게, 스프루스, 민트를 더한 우디 시트러스 계열의 향으로 산뜻하고 청량한 느낌을 전한다. 

SWISS PERFECTION MEN
럭셔리 안티에이징 브랜드의 맨즈 라인. 아이리스 파우더가 외부로부터 손상된 피부를 보호하고 노화의 징후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밤사이 집중적인 피부 재생을 돕는 ‘나이트 리커버리 마스크’와 눈가 피부를 환하게 개선하는 ‘맨 아이 리차지 크림’이 대표적. 

BIOTHERM HOMME
1958년 탄생한 비오템 옴므는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남성 피부의 니즈에 부합하는 전문적이고 혁신적 솔루션을 제시한다. 지난 8월엔 롯데백화점에서 ‘비오템 옴므’ 팝업 매장을 열고, 남성을 위해 헤어라인과 눈썹을 정리하고, 전문 기기를 활용해 피부를 분석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