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강타하는 중이다. 건강한 K-허브 성분과 독보적인 인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진격의 K-뷰티

K-뷰티의 명성이 되살아났다. 팬데믹 탓에 한산하던 명동은 ‘K-뷰티의 성지’라는 타이틀을 넘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고, 올리브영 글로벌 몰을 포함한 아마존, 아이허브 등 다채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K-뷰티가 다시금 저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체의 수출액은 10조2751억원으로,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했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국가별 화장품 수출 실적 전 세계 4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한 것. K-뷰티가 세계 무대로의 발을 내딛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시장 다각화와 인디 브랜드의 성장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주춤하던 때를 발판으로 삼았다. 잠깐의 외출조차 꺼리던 당시 많은 이들의 소비 형태가 이커머스로 전환되었고, 방구석 호황기를 누린 OTT 플랫폼 덕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K-문화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K-팝의 위상도 날로 높아졌다. 이런 관심은 뷰티와 패션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되며 ‘나만 아는 한국 브랜드’ ‘트렌디하고 힙한 한국 브랜드’가 급부상했다. 인디 뷰티 브랜드가 성장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마침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역경이 겹치기도 했다. 팬데믹 이전까지 K-뷰티는 대기업, 럭셔리 브랜드 위주의 중국 시장 경쟁이 주를 이뤘는데, 중국 정부의 화장품 규제 강화와 자국 제품 선호 추세 등으로 수출 난항이 이어졌기 때문. 이렇게 럭셔리 브랜드가 가장 큰 수출국 봉쇄로 고난을 겪을 때, 우리의 인디 브랜드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호주, 캐나다 등으로 시장 다각화를 꾀한 거다. 인디 브랜드의 제품력은 브랜드 파워보다 성분과 기능을 중시하고, 개인의 피부 타입이나 취향에 맞는 세분화한 케어를 원하는 글로벌 소비자를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제품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 K-뷰티 브랜드들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상품군도 스킨케어와 선케어, 색조 등으로 다양화됐죠.” 올리브영 글로벌플랫폼사업팀 한솔 MD의 말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프랑스를 꺾고 화장품 수입국 1위로 등극했다. 샤넬, 랑콤 등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운 프랑스가 30년간 일본에서 최다 수입국 자리를 차지했으나 K-뷰티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혔다. 일본의 대표 멀티 스토어 로프트는 “올해 3~6월 K-뷰티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1.6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외에 인디 브랜드의 활약으로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을 수출한 국가 수가 2021년 153개에서 지난해 163개로 상승, 필리핀이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했고, 이어 캐나다, 베트남, 대만 등도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중국과 럭셔리 브랜드에 기대던 K-뷰티 시장의 판도가 바뀐 것이다.

 

K-허브 성분의 활약

인디 뷰티 브랜드가 전 세계를 매료시킨 데는 K-허브 성분의 힘이 컸다. 쌀, 어성초 등 해외에서는 흔치 않은 한국적인 성분의 스킨케어 제품이 호황을 누린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K-허브 성분을 신선하게 받아들여 ‘한국의 화장품은 차별화된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됐고, 동남아에서는 K-허브 성분의 탁월한 진정 효능에 관심을 갖는다. 호주 역시 유기농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한 우려로 건강한 K-허브 성분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조선미녀의 ‘맑은쌀 선크림’도 K-허브인 쌀과 곡물발효 추출물을 활용했다. 조선미녀 브랜딩사업부 이수민 본부장은 “주로 과학 기반의 스킨케어 제품이 많은 서구권 시장에서 자연주의 콘셉트를 가진 K-허브 성분의 존재감이 유독 컸던 것 같아요”라며 K-허브의 부상 배경을 말했고, 해외에서 입소문 난 K-허브 제품을 생산하는 ODM 기업인 코스맥스 홍보팀 권이윤은 “세계적인 K-문화의 인기와 팬데믹 기간 예민해진 피부 탓에 떠오른 클린뷰티 트렌드가 K-허브 성분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올해 해외 수출량이 급증한 브랜드 라운드랩은 K-허브 성분을 담은 자작나무 라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햇빛이 강한 유럽과 건조한 기후의 카자흐스탄에서 자작나무의 풍부한 수분감에 빠져들었고, 습한 동남아에서는 산뜻한 마무리감 때문에 꾸준히 찾고 있다. 전체 매출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브랜드 마녀공장도 콩을 포함한 식물성 오일 성분의 ‘퓨어 클렌징 오일’로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과 라쿠텐에서 한국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아누아의 ‘허브릴리프 77% 수딩 토너’는 어성초 성분을 담아 일본 편집숍 아토코스메 하라주쿠점 오프라인 판매 1위, 큐텐 화장수 카테고리 1위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인디 브랜드가 K-허브 성분으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또 다른 비결은 마케팅이다. 그간 K-뷰티는 비싸고 노숙한 이미지의 ‘한방 화장품’이 주를 이뤘으나, K-허브 성분을 이용해 고정관념을 깨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젠지세대에 친숙한 SNS 마케팅을 전개한 것. 조선미녀는 틱톡을 통해 뷰티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면서 해외 시장에 침투한 케이스고, 마녀공장은 K-드라마에 노출된 후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결국 K-뷰티의 부상은 K-허브 성분과 인디 브랜드의 SNS 마케팅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지금 K-뷰티는 차근차근 우리만의 세계관을 구축해가고 있다. K-문화를 발판 삼아 착하고 안전한 성분, 독보적인 콘셉트로 무장해 더 넓은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 거센 도약의 바람을 타고 한층 면밀하게, 보다 활발하게 우리의 영향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K-뷰티의 미래는 선명하니까.

 

K-허브를 세계로

해외를 접수한 자랑스러운 K-뷰티 브랜드, 차별화된 허브 성분을 활용해 전 세계를 홀린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선미녀

쌀 추출물과 곡물발효 추출물을 담은 ‘맑은쌀 선크림’은 2021년 11월 론칭 후 누적 판매 800만 개를 돌파하며 미국에서 호황을 누렸다. 지난 2020년 1억원에서 2022년 400억원의 매출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틱톡을 통한 SNS 마케팅도 떠올랐어요. 조선미녀가 ‘맑은쌀 선크림’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뷰티 크리에이터와도 좋은 관계를 쌓던 시점이었죠. 덕분에 틱톡 콘텐츠가 많이 바이럴되어 해외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미국은 자외선 차단제가 의약품이라 법적으로 정해진 필터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형이나 사용감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많았는데, 쌀겨수를 모티프로 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우리 제품이 그 부분을 충족시킨 것 같아요. 앞으로도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크리에이터 협업 및 오프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브랜드 콘셉트를 살려서 한국적인 성분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려고 해요.” – 이수민(조선미녀 브랜딩사업부 본부장)

 

마녀공장

돌콩오일, 쌀겨오일 등 식물성 영양 오일 성분 14가지가 들어 있는 ‘퓨어 클렌징 오일’은 지난 7월 일본 아마존 프라임데이 행사에서 클렌징 오일 카테고리 3위를 기록, 국내외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중 일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큐텐에서 한국 브랜드 1위에 오를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죠. 일본 소비자는 가벼운 제형, 저자극·고기능 제품을 선호하는데, 엄선된 식물성 오일 성분을 담은 ‘퓨어 클렌징 오일’이 제격이었던 거예요. 자극 없이 부드럽지만, 세정력은 강하고 마무리감은 산뜻하거든요. 일본에서 영향력이 날로 높아지다 보니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를 앰배서더로 발탁해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에요. 올해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바이럴에도 적극 뛰어들 생각입니다.” – 이지수(마녀공장 마케팅팀 대리)

 

라운드랩

인제 자작나무 수액을 함유한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이 올리브영 글로벌 몰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최근 명동 올리브영 매장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아 올해 해외 수출량이 5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 클린뷰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라운드랩의 자작나무 라인, 소나무 진정 시카 라인 등 식물에서 유래한 한국 로컬 성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특히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은 뻑뻑하고 백탁이 심한 해외 제품의 한계를 넘어 수분 크림처럼 촉촉하고 편한 발림성을 갖춰 평이 좋아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만들 때는 해외 실사용자 리뷰나 바이어의 피드백을 적극 참고하거든요. 앞으로도 출시 속도가 더디더라도 해외 소비자의 니즈와 피부 타입을 꼼꼼히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 예정이에요.” – 오정훈(라운드랩 해외영업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