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에는 미술관을 유랑하는 것만으로 여행이 된다. 

경주 | 플레이스 씨

경주는 더 이상 올드 시티가 아니다. 유구한 문화재로 수학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던 곳은 어느새 ‘황리단길’이라는 문화 거리로 북적인다. 플레이스 씨는 지난 4월 경주 오릉 주변에 문을 열었다. 약 1980m²(약 6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웅장한 전시관을 비롯해 카페와 한식당, 야외 정원으로 꾸렸다. 문화예술로 국가와 인종을 뛰어넘어 경주를 콘텐츠 커뮤니티의 장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하에 천진하고 유쾌한 로즈 와일리(Rose Wylie)를 개관 전시의 아티스트로 선정했다. 전시와 별개로 야외에는 나카무라 모에의 조형물을 볼 수 있고,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역시 함께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국당2길 2 문의 054-775-5500 

 

대구 | 대구미술관

대구 삼덕동에 위치한 대구미술관의 존재는 확실하다. 3층 높이의 건물에는 전시실 6개와 수장고, 라운지 등이 자리한다. 탁 트인 통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계절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기에 그만이다. 작품을 감상하다 사색에 빠질 즈음 팔공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3층 뷰라운지나 야외 수변 공간으로 향할 것. 대구미술관에서는 올해까지 미니멀리즘의 선구자로 꼽히는 조각가 칼 안드레의 조각과 드로잉을 비롯해 서양화가 이인성 화백의 작품을 기리기 위해 대구시가 제정한 이인성미술상의 수상자 윤석남 화백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개척한 윤석남 화백이 그린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 20여 점을 전시했다. 주소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40 문의 053-803-7900

 

대구 | 리안갤러리

리안갤러리는 대구에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화랑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열린 ‘키아프리즈’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의 개척자 이건용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백남준과 이강소 같은 한국의 거장부터 앤디 워홀, 알렉스 카츠, 프랭크 스텔라 등 해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내 미술 시장을 선도했다. 지난 9월 대봉동에 신관을 세운 리안갤러리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모던한 디자인의 건물은 지역 화랑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지하 1층과 지상 4층 규모로 총 3개의 전시실을 운영한다. 김근태, 김춘수, 김택상 등 리안 전속 작가의 작품이 상설 전시된다.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대구국제아트페어(Diaf)’에 방문하면 더 풍성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주소 대구 중구 이천로 184-31 문의 053-424-2203

 

대전 |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은 청년 작가 발굴과 대전 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한다. 회화, 조각, 설치, 공예를 비롯해 뉴미디어 작품까지 폭넓게 구성되며, 2년 주기로 진행하는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대전의 과학기술과 예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특별한 프로젝트다. 과학도시 대전의 색이 선명한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뇌, 우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묘미 중 하나는 미술관 내외부에 숨겨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으로 작가가 비밀리에 설치를 진행했다. 2009년 설치 이후 최근 <키아프>로 내한한 작가가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대전 곳곳에 정확히 몇 점을 더 설치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소 대전 서구 둔산대로 155  문의 042-270-7378

 

대전 | 대전신세계갤러리 아트앤사이언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에는 문화와 과학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공간이 자리한다. 과학 전시관 넥스페리움 등 쇼핑 이상의 체험을 위한 스폿이다. 대전신세계갤러리 아트앤사이언스는 DYAF(대전유스아트페어) 프로젝트로 청년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작품 판매금을 직접 지불하는 직거래 형태로 작가들을 응원한다. 지역 예술과의 상생에 앞장서는 아트앤사이언스에서는 회화, 사진, 공예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11월 19일까지 권세진, 김춘재, 노현우 등의 작가 7인이 참여한 전시 <그림에 반하다>가 열린다. 익숙한 풍경을 다채로운 재료로 풀어낸 작품을 만나볼 기회다. 주소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 1 문의 042-607-1176

 

광주 |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이름도 길고 낯선 호랑가시나무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식물이다. 뾰족한 잎사귀 품에서 빨간 열매가 피어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활용된다. 양림동에는 수령이 200년 넘은 거대한 호랑가시나무가 자생하며, 선교사의 사택이 즐비하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역시 선교사 원요한의 사택 차고를 전시, 강좌, 아티스트의 작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국적인 선교사의 사택 여러 채를 개조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며 마당과 건물 사이사이 재기 발랄한 창작문들이 자리한다. 초록이 우거진 숲길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주소 광주 남구 양림동 225-25 문의 062-682-0976

 

© JU YEON LEE

부산 | 빌라쥬 드 아난티 

부산 기장에 위치한 빌라쥬 드 아난티는 무려 13만2200m²(약 4만 평)가 훌쩍 넘는 규모다. 탁 트인 바다와 숲을 배경 삼은 파라다이스에는 안락한 숙소와 함께 예술 콘텐츠가 넘쳐 흐른다. 탐미적 여행자라면 국내 최초로 부산을 찾은 세인트 제임스 카페와 공예 작품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갤러리 피노크부터 방문해보자. 피노크는 이토록 넓고 다채로운 공예 세계가 있었나 싶을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 작가를 발굴, 소개한다.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예품을 즐긴 뒤에는 아트북, 팝업북 전문 서점 헤이즐, 전시복합문화 공간 컬처 클럽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주소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267-7 문의 051-662-7000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국내 최초로 수장고형 미술관을 시도했다. 어엿한 공식 명칭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수장센터’. 실제로 건물 2, 3층에는 유리창 너머 소장품의 수장, 보존 상태를 관찰할 수 있다. 수장 공간을 비롯해 보존과학 공간, 기획전시실, 교육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1946년 설립한 담배 공장을 리모델링한 독특한 건물이다. 미술을 즐기는 새로운 문법을 제안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12월 3일까지 <MMCA 이건희컬렉션>의 마지막 시리즈로 백남순, 변관식의 작품을 비롯해 지역 프로젝트의 일환인 <안성석 : 모두의 미래를 위해>가 열리고 있다. 주소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문의 043-261-1400 

 

제주 | 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은 오랜 시간 섬에서 쌓인 도민의 문화 향수권을 보호하는 전시를 비롯해 교육, 수집, 보존, 연구 등의 활동을 펼친다. 산 중턱에 자리한 미술관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 흐드러진 유채꽃과 억새의 물결 등 제주의 비경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11월 26일까지 국제 특별 전시로 기획한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를 개최한다. 이주와 생존에 대한 담론을 풀어낸 전시에는 9개국 20팀이 참여했으며,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등에서 펼쳐진다.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 자체가 특별한 여행이 된다. 주소 제주 제주시 1100로 2894-78  문의 064-710-4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