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강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힘.

| MOVIE |

NUREONGI

<프렌즈>의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가 포착한 한국의 개고기 산업을 추적한다. 그가 4년간 쫓은 산업의 민낯은 호소가 아닌 보도에 가깝다. 개 농장주와 판매업자, 수의사와 동물보호 운동가, 유기견 입양자, 영양학과 교수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70분에 이르는 다큐멘터리는 파편적 정보만 가지고 있던 개고기 산업에 사회적 재점화를 촉구한다.

SURA

수라는 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갯벌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시작되며 세계 최대 철새 서식지가 사라졌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찬란한 삶이 일렁인다. 황윤 감독은 새만금 생태 조사 단장 오동필과 함께 그 현장을 맹렬히 추적했다. 영화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7년에 걸친 기록이다. 날개를 쫙 펴고 날아오른 잿빛개구리매, 붉은 달이 물들인 갯벌 풍경은 자연만이 도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경지다.

ZERO WASTE

영화는 플라스틱 감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천가 6인의 업사이클링 방법을 공유한다. 개인의 변화와 실천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며 재활용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어떻게 낭비되는지까지 낱낱이 공개한다. 영화 내내 반성과 깨달음이 몰아친다. 한 번쯤 다짐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제로웨이스트에 창의적인 시선에서 보다 유용한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LIFETIME OF COAL

녹색연합이 기획, 제작한 환경 다큐멘터리다. 이들의 시선은 ‘기후악당’ 석탄으로 향했다. 석탄과 탄광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했지만, 오늘날 기후위기의 주범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석탄은 까맣게 타오른다. 채굴과 운송, 연소와 폐기에 이르는 석탄의 일생을 환경문제를 넘어 지역 불균형 등의 문제와 함께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NUCLEAR NOW 

올리버 스톤 감독이 원자력을 쫓는다. 어느 때보다 노골적이고 선명한 그의 메시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빈곤에 최선의 답이 될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영화는 과학자와 원자력 전문가를 비롯해 다양한 현장을 촘촘히 담았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는 원자력(Nuclear)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지만 사안의 시급성 환기를 위해 지금(Now)을 덧붙였다.

POETRY ON  LAND

영화의 주인공 정영선 할머니(82세)는 국내 1세대 조경가다. 선유도공원,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경춘선 숲길,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등 우리가 누려온 도심 속 자연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개발과 발전을 위해 파헤쳐진 경관을 다시 초록으로 덮고 사람과 자연을 이었다. 영화는 정영선 조경가의 삶과 철학과 전승되어야 할 인간적 감수성을 써 내려간다. 국내 작품 최초로 <EBS 국제다큐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

 

| DOCUMENTARY |

EARTHSTORM

수시로 발생하는 재난과 재해의 원인은 모두 인간에게 향한다.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아이슬란드와 이탈리아 등의 화산, 로스앤젤레스와 일본의 참혹한 지진, 허리케인을 겪은 재난 생존자와 구조원의 참혹한 경험담을 담았다.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재해의 참혹함은 어떤 범죄 영화보다 큰 공포심이 압도한다.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같은 단어의 실체는 무섭고 잔인한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류준열과 교복 입은 사진가들

고등학생 6명과 배우 류준열이 제주 곳곳을 누빈다. SNS에 숱하게 올라오는 제주도 풍경이지만 이들이 포착한 장면은 생경하다. 제주의 곶(숲), 바당(바다), 오름을 주제로 경이로움과 처참함을 동시에 품은 자연이 펼쳐진다. 고작 스마트폰일 뿐이지만 이들이 땀 흘려 담아낸 풍경은 깊은 울림을 주는 어엿한 작품이 됐다. 티빙에 담긴 50분에 걸친 이야기는 자연을 지켜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