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빌스그룹을 만든 소호와 모춘의 고민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오늘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을까?”

모빌스그룹 프로듀서 소호와 디자이너 모춘.

(왼쪽부터) 2023년 노동절 행사에 사용한 아트워크. 모베러웍스 사무실 입구를 장식했다.
모베러웍스의 마스코트 ‘모조’. 뒤에 마련된 공간은 집중이 필요한 멤버를 위한 특별 지정석이다.

(왼쪽부터) 모베러웍스 사무실의 풍경. 영감을 위한 서적으로 가득하다.
사무실 곳곳은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포스터가 놓여 있다. 선반 위로는 6~7월의 DJ 리스트를 붙였다.

2019년 11월 론칭한 모빌스그룹은 대표 브랜드 모베러웍스(Mobetterworks)를 통해 일에 대한 유쾌한 메시지를 담은 유무형의 콘텐츠를 만든다. 올 하반기 ‘모빌스그룹 3.0’을 공표해 새로운 시작을 알린 총괄 프로듀서 소호와 디자이너 모춘을 만났다.

지금은 퇴사한 창립 멤버 ‘대오’까지. 라인프렌즈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셋이 모여 모빌스그룹을 만들었다. 어떻게 시작된 일인가?
모춘 퇴사할 무렵 일에 대해 양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좋아하지만 질려버린 거다. 퇴사 후에도 여전히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일이었으니 그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모베러웍스 캐치프레이즈가 된 ‘스몰 워크, 빅 머니(Small Work, Big Money)’ 같은 얘기 말인가?
소호 그렇다. 우리 방식대로, 천천히,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모춘 브랜드 운영 4년 차에 접어든 지금, 돈 되는 건 다한다.(웃음) 우리의 메시지를 담은 옷이나 굿즈를 만들고 타 브랜드와 재미있는 일을 벌이기도 한다. 

소호와 모춘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
모춘 돈에 대한 생각은 계속 바뀐다.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바에는 돈 없이 살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무실 전기 요금을 보면 다시 벼락부자를 꿈꾼다. 돈은 어렵다.
소호 요즘은 애써 관심을 주지 않는다. 돈에게 질척거릴수록 더 멀어질 것 같거든.(웃음) 

브랜드 론칭 6개월 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진행한 오프라인 행사에서 단숨에 1만 명에 가까운 사람을 모았다.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소호 론칭 3~4개월 전부터 유튜브 채널 ‘모티비(MoTV)’에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업로드했다. 우리의 우여곡절을 모두 알고 있는 구독자와 끈끈한 연대가 생겼다. 당시 구독자가 5천 명도 안 됐는데 행사에는 7천 명이 방문했다. 구독자에게 일종의 측은지심이 발동했으리라 짐작한다.(웃음) ‘힘들게 준비하던데. 한번 가서 봐주자!’고 한 거지. 시작을 함께해준 구독자와 팬이 단단한 축이 되어 우리를 열심히 떠벌려줬다.
모춘 그분들과 함께 만들어온 거나 다름없다. 보통 브랜드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 신제품을 보여주거나 대폭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모베러웍스 행사는 그냥 단합회 같다. 서로 사는 얘기 주고받으면서 응원하기 바쁘다. 올해 노동절 행사 때는 오히려 돈을 썼다. 방문한 사람들에게 1인당 6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컸으니 한턱 쐈습니다! 

여전히 모티비를 통해 일하는 모든 과정을 가감 없이 내보인다. 같은 이유인가?
모춘 그렇다. 솔직할수록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선 무언가가 생긴다. 그게 사람들을 더 끌어당기게 되고. 우리도 소비자기 때문에 아는 거다. 요즘 소비자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꾸며내면 다 보이게 되어 있다. 

최근 ‘모빌스그룹 3.0’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소호 퇴사하고 브랜드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내 일을 내 손으로 주무를 수 있는가?’였다. 우리끼리 시작할 때는 충분히 가능했는데 점점 멤버가 늘어나고 일의 규모가 커질수록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됐다.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은데 내 의견보다 여러 이해관계에만 신경을 쏟게 되는 거다.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대오가 퇴사를 함으로써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모춘 3~4년쯤 지나니까 관성에 빠져 있다는 게 느껴진다. ‘쪼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새롭게, 즐겁게 하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만든 시스템 안에만 머물러 있더라. 초기의 각오로 되돌아가 재미있게 일하기 위한 방향을 잡아가는 게 3.0의 시작이다. 다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달라지나?
모춘 아침을 명상이나 체조로 시작하고 있다. 한 명씩 돌아가며 DJ도 맡는다. 지금 나오는 노래는 이번 주 DJ인 멤버 훈택의 선곡이다. 당장의 변화는 이 정도가 전부다. 장기적으로 보면 모베러웍스의 극장 ‘무비랜드(Movieland)’를 개장하는 것. 올 연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호 지금은 눈에 보이는 뚜렷한 결과물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결국 조직은 구성원의 합이다. 이들이 얼마나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지가 좋은 조직을 가늠하는 척도다. 그래서 우리는 멤버들이 많이 웃을 수 있게 노력한다. 일하는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일할 때 즐거워야 하루가 행복해지고 삶이 유쾌해진다. 

 

1 모춘의 자리 옆은 각종 아젠다와 직접 제작한 무드 보드로 꾸몄다.
2 오피스를 벗어난 새로운 영역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 굿즈.
3 모빌스그룹 3.0 기념 워크숍에서 만든 기와. 웃음이 가득한 그룹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4 모베러웍스의 멤버들이 꼽은 추천 영화 리스트.

매일 웃으며 일하기는 쉽지 않다. 모베러웍스가 찾은 방법은 뭔가?
모춘 회의 자료 하나를 만들 때도 어떤 포인트에서 멤버를 웃길지 고민한다.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의 아웃풋을 떠올릴 때 ‘걔네 진짜 실없잖아’라는 얘기가 나오면 좋겠다. 그러려면 만드는 사람도 같은 태도여야 한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절대 유쾌할 수 없다. 어떻게든 티가 난다. 

돈 되는 건 다 한다는 모베러웍스가 극장 사업을 선택했다는 게 의외였다. 팬데믹을 거치며 극장의 위기를 숱하게 목도하지 않았나?
모춘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이 떴다는 이유로 극장을 사양산업 취급하는데 사실 툴만 바뀌었을 뿐이지 결국 사람들은 이야기를 소비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요체는 이야기다. 그 집합체인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브랜드의 콘텐츠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모베러웍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한 거다.
소호 비단 모베러웍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가 극장 안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쳐놓는 상상을 한다. 브랜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든 거다. 거창하게 말하면 브랜드 플랫폼이랄까? 3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한 브랜드만을 위해 상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소호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성수동의 작고 오래된 주택이 있던 자리에 3층 규모의 무비랜드가 들어선다.
모춘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팀을 만나고, 영화 리스트를 선정하고, F&B도 개발 중이다. 건드릴 건 다 건드렸다. 이제 진도만 나가면 된다. 

브랜드의 몸집이 커간다는 건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소호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건 세금이다’라고 되뇐다.(웃음) 세금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당연히 따라오는 일임을 주입하는 거다. 

모베러웍스 팀의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
소호 10시 반에 출근하면 체육 부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모든 멤버를 소환해 10분 정도 체조를 한다. 때로는 명상을 하기도 하고. 이후 일정은 여느 회사와 비슷하다.
모춘 원래 출근 시간은 11시였는데, 모빌스그룹 3.0을 시작하면서 30분 당겼다. 여유를 갖고자 11시로 정했더니 출근해서 커피 한잔하면 오전이 금세 사라져버리더라. 오전에 소득이 없으면 야근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잦아진다. 다행히 멤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좀 더 지속해보고 괜찮다면 10분씩 당길 생각이다. 

워라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춘 최근 내 삶에 일이 끼어들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브랜드의 색을 뚜렷하게 구축하는 거다. 우리 스타일대로 만든 콘텐츠가 제대로 인정받고 자리 잡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놀 듯이 일할 수 있다.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즐기면서 하면 되니까. 그야말로 ‘스몰 워크, 빅 머니’를 실천할 수 있는 셈이다.
소호 사무실을 쭉 둘러보면 알겠지만 모베러웍스의 디자인은 어딘지 엉성한 맛이 있다. 정제된 디자인을 못하는 건 아니다. 모베러웍스의 색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 않을 뿐이다. 마음껏 놀며 일하는 그날을 위해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 

모빌스그룹만의 특별한 복지가 있다면?
소호 한 달에 5만원씩 마니또의 선물을 살 수 있는 쇼핑 지원금을 제공한다.
모춘 2가지 목표가 있다. 동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소비 실패를 경험하는 것. 브랜드는 결국 소비하는 일이다. 우리도 쇼핑에 실패하면서 브랜드를 배운다. 선물 사보는 감각이 브랜드를 보는 눈을 높여줄 거라는 기대가 있다.
소호 주 4.5일 근무도 복지라면 복지다. 둘째, 넷째 주 금요일을 워크오프데이로 지정했다. 무의미한 야근이 늘어나지 않도록 주 4일제를 향한 과도기를 지나는 중이다. 

지금 모베러웍스의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모춘 올 연말 무비랜드를 무탈히 오픈하고 싶다. 아참, <얼루어> 창간 20주년 축하한다. 21주년 행사는 무비랜드에서 어떨까?(웃음) 20년간의 아카이빙을 3층 규모의 무비랜드 라운지에서 전시하고, 촬영할 수 있는 장소도 세팅해보는 거다. 이 모든 과정을 모티비에 업로드! 벌써 그림이 나왔다.
소호 연말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무비랜드와 관련된 일은 인스타그램 @movieland.archive 계정에 차곡차곡 업로드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웃음) 

어떤 일을 해도 모베러웍스가 변함없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모춘 웃음. 유머.
소호 아침에 출근할 때 모춘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모춘 꼭 육성으로 외쳐야 한다. “오늘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 해보시길 추천한다.(웃음) 힘이 나서든 어이가 없어서든 한 번은 피식하게 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