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 패션 브랜드도 이토록 쿨하고 모던할 수 있다.

CHOPOVA LOWENA

두아 리파, 마돈나, 엘라 엠호프가 입은 플리츠스커트로 알려진 초포바 로웨나. 2023 봄/여름 런던 패션위크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영국의 신진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불가리아 태생의 엠마 초포바와 영국 출신 로라 로웨나가 지속가능성과 공예 문화를 기반으로 2017년 설립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데드스톡과 재활용 및 천연 소재를 바탕으로, 초포바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불가리아의 민속 문화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을 선보인다. 앞치마 형태의 전통 의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킬트 펑크 룩은 타탄체크 프린트, 커다란 메탈 주얼리, 아이가 그린 듯 알록달록한 그래픽 등 개성 있는 요소를 자유롭게 녹여냈다.

FRANKIE COLLECTIVE

나이키, 할리 데이비슨, 아디다스 등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스트리트 웨어가 새롭게 탄생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한 프랭키 콜렉티브는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여성 스트리트 웨어의 혁신을 꾀한다. 모든 생산 공정의 폐기물 감소를 목표로 매립지에 버려진 빈티지 의류를 소싱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업사이클링한 리워크 제품을 선보인다. 코르셋, 뷔스티에, 패치워크 스웨트 팬츠 등 제품군도 다양하다. 테마 및 소재별 카테고리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재가공한 브라 톱, 수영복 등으로 구성한 리조트 컬렉션과 저지 소재 농구복을 활용한 리워크 저지 컬렉션이 Z세대에게 인기다. 모든 제품을 밴쿠버 현지에서 생산하며 전체 매출의 1%를 기부하는데, 해양 보호, 흑인 단체, 원주민 보호 단체, LGBTQ+ 커뮤니티 등 지원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IYIYA STUDIO

톡톡 튀는 컬러, 키치한 프린트, 스포티한 실루엣. Y2K 트렌드의 모든 요소를 총집합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곳은 이스라엘 출신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이티야 스타우스키가 전개하는 런던 기반의 디자이너 브랜드, 이티야 스튜디오다. 장난기 어린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이스라엘에서의 강제 징집 경험과 디아스포라를 겪으며, 그가 겪어온 정체성의 혼란을 컬렉션에 담았다. 시그너처 아이템은 가슴 윗부분을 과감히 드러내고 셔츠의 양옆을 조이는 실루엣의 아머 코르셋. 온라인에서 빈티지 제품을 소싱하고 이를 업사이클링해 현지 스튜디오에서 수작업하는데, 지속가능한 생산에 초점을 맞춰 디자이너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품에 따라 2~4주일 정도 소요된다. 특정 제품으로 원하는 디자인이 있을 경우, 스튜디오로 제품을 보내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티야 스튜디오의 색이 담긴 나만의 셔츠를 만들 수 있다.

1 / OFF

데님 재킷에 달린 버버리의 시그너처 체크 패턴, 샤넬 트위드에 더한 랄프 로렌의 칼라. 예상치 못한 제품의 조합은 2019년 르네 판 빙가르덴이 설립한 파리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1/OFF(원오프)의 컬렉션이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근무할 당시, 창고 가득 쌓인 하이엔드 재고 제품을 지켜보며 버려진 옷의 수명 연장에 관해 고민했다. 구찌, 생 로랑 등 하우스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실루엣을 크게 해치지 않는 기법을 적용한다. 덕분에 브랜드의 시그너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모던하고 섹시한 무드의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탄생한다. 재킷 2개를 혼합한 리이매진 블레이저, 스카프 여러 개를 재가공한 리워크 스카프 컬렉션 등 기존 하이엔드 제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것도 원오프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COLVILLE

전 마르니 디자인 디렉터 몰리 몰로이와 전 영국 <보그> 패션 디렉터 루신다 챔버스가 2018년 뜻을 합쳐 만든 콜빌은 현대 여성을 위한 날렵하고 유려한 드레이핑을 업사이클링 카테고리로 전개한다. 각기 다른 플로럴 프린팅 빈티지 제품으로 만든 스커트, 4가지 이상의 다운 재킷을 분해해 만든 푸퍼 재킷 등 다채로운 컬러와 추상적인 패턴을 세련된 실루엣으로 조화롭게 풀어낸다. 물 사용량이 적은 삼베와 리넨을 혼합한 천연 소재를 더해 완성한 재미있는 패턴의 롱 드레스는 콜빌의 시그너처 아이템. 여기에 콜빌의 지속가능한 홈 웨어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터키의 전통 방식으로 직조한 유기농 울 소재 러그, 멕시코의 고대 직조 기술을 고수한 쿠션과 담요 등 각 지역의 공예 기술을 존중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무해한 식물성 착색제를 넣은 염색 기술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적 방식으로 접근한 고심이 느껴진다.

BETHANY WILLIAMS

LVMH 프라이즈, 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디자인 어워드, 영국패션협회(BFC)/보그 디자이너 패션 펀드 기금 수상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런던의 남성복 브랜드 베타니 윌리엄스. 업사이클링을 기반으로 사회적·환경적 이슈를 탐구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전념한다. 다양한 컬러와 패치워크를 정제된 실루엣에 모던하게 풀어내는 컬렉션은 지역의 폐기물을 소싱해 개발했다. 책 커버를 만들고 남은 데드스톡으로 만든 책가방이 인상적이다. 인체에 무해한 염색제를 사용한 핸드 스크린 아트워크 등 재활용 재료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 또 업사이클링의 개념을 확장하며 매 시즌 컬렉션 수익의 20%를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과 아동을 지원하고, 여성 재소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쿨한 면모를 보여주는 베타니 윌리엄스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