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크리벨리의 창립자 티보 크리벨리는 낭만적이지만 허황되지 않은 향수 브랜드를 만들었다. 

(위부터) 우디 프루티 향의 ‘브와 닷챠이 EDP’, 우디 스파이시 머스키 향의 ‘상탈 볼캐니크 EDP’, 아로마틱 머스키 향수 ‘압생트 보레알 EDP’, 플라워 마린 향의 ‘로즈 살티폴리아 EDP’.

Q 인터뷰하기 전 메종 크리벨리의 다섯 향수를 연속해서 맡았는데, 코가 괴롭지 않네요. 보통은 3가지 향수만 시향해도 코의 피로가 느껴졌는데….
칭찬 고마워요. 사람들 대부분이 메종 크리벨리 컬렉션의 여러 향수가 불편함 없이 다가와 좋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향수의 균형 잡힌 성분 함량과 고퀄리티의 천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Q 향이 매우 직관적이네요. 향수의 이름과 향의 설명을 보고 머리를 굴릴 필요 없이 바로 납득되더군요. 빙빙 돌리고 멋 부린 느낌이 아니라 좋습니다. 당신의 성격도 직설적인 편인가요?
직설적이라기보다는 열정적인 사람이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탐험하는 것을 즐겨요. 미학이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확실합니다. 또 향기에 대한 방향성도 매우 명확합니다. 조향사에게 전하는 무드 보드도 매우 상세한 편이고, 그 느낌이 고스란히 향수에 담기죠. 

Q 향 원료에서 영감 받아 향수를 기획한다고 하던데요. 가장 애정하는 향 원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디 노트, 그중에서도 건조된 나무, 파촐리, 샌들우드를 선호합니다. 또 향신료를 좋아하는데, 분홍색 후추, 카다멈, 샤프란, 시나몬을 즐겨 사용하죠. 꽃은 일랑일랑, 가드니아, 위스테리아를 좋아하고 가죽 노트와 베르가모트, 통카빈, 담뱃잎 향도 아끼죠. 너무 다양하네요. 아! 싫어하는 것도 있어요. 클래식하지 않은 과일향은 꺼려요. 

Q 향수 12종 모두를 사랑하겠지만, 그중 본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향수가 궁금해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매일 뿌렸으면 하는 향수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자주 입는 향수는 ‘히비스커스 마하자드 엑스뜨레’예요. 이 향은 매우 우아하죠. 반짝이면서도 깊고 기운을 북돋워주기도, 안심시켜주기도 해요. 환희를 느끼게도 해주죠.

Q 저는 ‘로즈 살티폴리아’가 가장 인상 깊어요. ‘해변의 장미 꽃밭’으로 향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향의 조합이 특기인 것 같네요. 이렇게 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는 타고난 건가요?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향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목적으로 메종 크리벨리를 만들었어요. ‘로즈 살티폴리아 EDP’는 이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완벽한 예입니다. 장미 들판 옆, 바닷가를 걸었던 기억에서 출발했어요. 해 질 녘이었고, 썰물 시간이었습니다. 저 멀리 플라밍고들이 있었고, 그 순간 풍성한 장미 꽃향과 바다의 향을 동시에 맡을 수 있었죠. 로즈 살티폴리아는 현대적이고 짭짤한 장미꽃 향수예요. 장미 향이지만 남녀 공용이기도 하죠. 

Q 재활용 가능한 유리, 생분해 포장재 사용뿐 아니라 비영리 환경보호 단체와 제휴를 맺어 인도네시아의 척박한 땅에 파촐리를 심는 데도 기여하고 있어요. 이 밖에 다른 친환경 활동 계획이 있나요? 그리고 왜 인도네시아이며, 파촐리였는지도 궁금해요.
당분간 인도네시아에서 파촐리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지원하는 자선단체를 도울 생각입니다. 이 단체는 농부들에게 비료 사용법, 땅을 훼손하지 않고 파촐리를 생산 및 수확하는 전통 방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농부들이 어려운 전통적인 생산과정을 포기하고 팜유 같은 환경에 해가 되는 선택을 할까 봐 두려웠거든요. 파촐리는 제가 아끼는 향 원료기도 하고요. 

Q 한국인의 향수 사랑은 놀라울 정도죠. 한국 여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향수가 특별히 있나요?
브랜드 론칭에 앞서 아시아에 10년 정도 거주하면서 여러 번 내한했습니다. 제가 가장 애정하는 ‘히비커스 마하자드 엑스뜨레’ ‘로즈 살티폴리아 EDP’ ‘압생트 보레알 EDP’를 추천하고 싶네요. 압생트 보레알은 신선하고 편안한 향이에요. 솔직히 제 추천과 상관없이 메종 크리벨리 컬렉션의 12가지를 모두 시향한 후 선택하는 걸 더 추천해요. 향수 선택에서는 개인적인 취향이 가장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