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플라스틱의 환생, 서울환경연합 김자연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 생명, 동물권…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환경단체들의 그 프로젝트를 들어봤다.
환경운동연합은 생명, 평화, 생태, 참여의 가치를 향해 풀뿌리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비영리시민단체 이다. 세계적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벗(FOE)의 한국본부이기도 하다. 서울환경연합은 전국 54개 지역 중 서울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튜브짜개를 제작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김자연 | 서울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
서울환경연합이 하는 일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상, 환경보다 경제가 우선시되는 도시 안의 자연에 주목한다. 자전거 활성화 프로젝트, 도시텃밭 활성화 등 시민의 삶 속의 환경을 생각한다. 서울 중심부의 자연인 한강의 신곡수중보, 잠실수중보 철거를 요구하는 활동, 상괭이프로젝트, 용산기지나 태릉의 자연을 복원해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활동, 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의 지난 사업 중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일회용 빨대 사용을 줄이자는 ‘빨대이제는뺄때’라는 캠페인이다. 2018년 진행된 운동으로 2019년 환경부가 구체적인 일회용품 사용 저감 방안을 담은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는 결과를 낳았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신청자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유학시절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이라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접했다. 홍콩, 상하이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당시 서울환경연합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에게 전달했고, 친구가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플라스틱 방앗간’을 기획했다. 나는 참새클럽 캠페인이 시작될 때 합류했다.
현재 플라스틱 문제에서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복합소재 화장품 용기의 9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포장 소재의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4등급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화장품은 예외적으로, 2025년까지 생산된 제품의 10% 이상을 역회수해 재활용하겠다는 협약에 참여만 하면 위의 4등급 표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재활용 책임과 의무의 예외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화장품 기업이 만들어낸 쓰레기는 화장품 기업에서 책임지고 회수해야 합니다. 회수를 해도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라면 더 이상 만들지 마십시오’라는 입장이다.
여러 산업적 이해가 충돌하는 이야기다. 서울환경연합이 가지고 있는 대안이 있나?
리필스테이션이라는 대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도되고 있는 방식이다. 다만 리필스테이션 자체를 대기업에서 일회성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용기를 직접 가져가서 리필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 19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모두 피부로 느끼듯 배달 택배 쓰레기는 말도 못 한다. 매일 쓰는 마스크도 플라스틱이다. 청결과 위생에 신경 쓰기 위해 발생하는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엄청나다.
플라스틱 방앗간이 큰 호응을 받는 것에는 귀여운 튜브짜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일종의 굿즈 마케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맞다. 리워드 제도가 치트키 중 하나다.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의 경우 사회복지 공동모금의 3년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무료로 진행할 수 있었다. 새로 생산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내용을 시민들에게 열심히 알려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다. 플라스틱을 많이 모으는 게 주된 목적은 아닌데 교육시스템으로 쓰기 좋은 시스템이다 보니 입소문을 타면서 학교에서 참여를 많이 한다.
여러 단체 중 MZ 세대와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많이 한다. MZ 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건가?
아니다.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캠페인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모여드는 사람들이 MZ 세대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들의 90%가 25~35세의 여성들이다. 10대, 40~50대까지 대부분 여성이고, 가장 마지막이 남성이다.
협업도 많이 이뤄지는 것 같다. 또 어떤 협업이 진행 중인가?
협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 오는 곳도 주 타깃층이 MZ 세대 여성들인 곳들이다. 지금은 창비 출판사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창비의 계간지를 읽는 클럽과 에코 챌린지를 해서 플라스틱을 모아 보내주면 튜브짜개를 보내주고 있다. ‘비건 페스타’에서도 부스를 제안 받았는데, 역시 20~30대 여성이 타깃층이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결국 모이게 되어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나?
환경 이슈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활동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는 대상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더라. 그에 따라 점점 프로젝트를 발전시켜나갔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지난 3월 2일에 시즌3 신청을 받았다. 보통 시즌당 2000명을 모집하는데 이번엔 6000명을 모집했다.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신청일이 하필 개학식 날이어서 학교에 간 십대 친구들과 학교에 보낸 어머니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2000명에서 6000명이라니 엄청난 흥행이다.
솔직히 무리를 했다. 우리는 모든 걸 수작업으로 한다.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 분류 작업부터 세척, 색 분류, 분쇄까지 모든 작업을 서너 명과 봉사자들이 직접 하고 있다. 재활용에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에게 플라스틱을 보내는 사람들은 본인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실천은 끝났다고 여길까봐 이 생각의 끝에 대한 경계를 항상 하고 있다.
긍정적인 만큼 그 이상을 고민할 것 같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재활용의 해답이 아니다.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은 안 쓰는 것이다. 사지 않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 생산 단계에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게 있어야 결국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다. 참새클럽 참여자들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지난 7월부터 참새클럽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5만 명 정도 만났다.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이 사람들이 다른 쪽으로도 눈길을 돌릴 수 있게 하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플라스틱 일기 챌린지’ 라든지 ‘제비의 삶’이라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의 삶을 실천하는 온라인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리워드도 고민한다. 생활 속에서 직접 쓸 수 있는 용도가 있는 리워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우리가 제품 디자인 전공은 아니지만.(웃음)
시민들의 피드백이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간식이나 마스크, 핫팩, 편지를 같이 보내주는 분들이 있다. 심지어 홍삼까지.(웃음) 신기했다. 가까이 사는 분들은 택배 쓰고 싶지 않다고 직접 가져다주시기도 한다.
이 경험으로 기획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품디자인 공모전을 한다. 병뚜껑으로 만들어진 판재를 중간재로 활용해서 소품이나 소집기, 소가구를 만드는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디자인이 선정되면 개발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상품화를 계획 중이다. 또 ‘오브젝트’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다. 우리 활동가 중 한 명이 유튜브에서 ‘플라스틱 방앗간이 동네마다 생기는 게 꿈이다’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너무 많이 왔다. 한번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서울환경연합에 관심을 갖고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비영리민간단체인 서울환경연합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이 아닌 시민, 후원 회원분들이 모아주시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후원 회원을 위한 활동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여느 시민사회단체가 그렇듯, 함께해주신다는 것을 가장 가까이 느끼고 힘이 되는 것은 후원 회원이 되어주시는 것이다. 한 달에 커피 두 잔을 덜 마시고, 서울의 자연을 지키는 활동에 함께한다 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서울환경연합의 올해 계획은?
크게 기후위기, 쓰레기와 플라스틱, 한강복원 세 가지다. 온오프라인의 시민참여 활동,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기후액션 대행진, 전국 제로웨이스트 네트워크, 플라스틱 방앗간 확산, 신곡수중보 철거 등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크게, 넓게 알리고자 한다. 유튜브 등 온라인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활동 영역으로 조금 더 키울 생각이다. 기후위기는 인류 위기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시민의 목소리로 바꿔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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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KIM MYUNG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