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 – 더없이 슬픈 영화계

팬데믹이 시작된 후 1년. 세상은 여전히 같아 보이지만 모든 것은 달라졌다. 그럼에도 모두는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그 1년의 기록.

더없이 슬픈 영화

최근 종영된 드라마 <런 온>의 주인공은 영화 번역가다. 그녀는 자신이 번역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 가고 영화가 끝나고 진행되는 GV(Guest Visit, 영화 상영 후 감독과 배우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를 말한다)의 통역도 담당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은 직업인이 아닌 관객이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제의 곳곳을 둘러보기도 한다. 우연히 좋아하는 배우의 방송 현장을 눈앞에서 맞닥뜨리기도 하고 헤어진 남자친구인 영화감독과 거리에서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물론 드라마 속 모든 인물의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매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연례 행사처럼 펼쳐지던 익숙한 영화제의 풍경인데 왠지 반갑고 아득하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랬었지. 그랬었다 우리는.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아니 거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영화제의 GV행사에서 진행자인 모더레이터 일을 맡아왔다. 모더레이터는 창작자와 관객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현장감 넘치는 일이어서 즐겁게 그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거의 모든 영화제의 GV행사는 취소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달뜬 마음과 영화를 막 본 사람들의 벅찬 마음은 떨리는 목소리로 서로에게 전달되기 어려워졌다. 관객들은 침묵한 채 핸드폰의 창을 열어 질문을 문자로 전송했고 감독과 배우들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조심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변경된 방식에서의 순기능도 있었다고 GV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한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특별한 교감 또한 사라짐을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비단 영화계뿐만 아닐 것이나 현재 영화관이라는 영화의 공간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관객이 없어도 너무 없다. 매년 성장하던 영화 산업은 지난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추락했다. 대형 극장 체인은 지점 운영을 축소하고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독립예술관은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동시에 개봉일을 잡지 못한 영화들은 OTT플랫폼을 통해 소개되고 전 세계 관객들을 같은 날 만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동시에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순간에 대한 개념 자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예상하고 있던 변화가 좀 더 빠르게 찾아왔을 뿐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영화관이 사라지고 우리 스스로가 상영하던 영화를 언제든 멈출 수 있는 권력이 습관화된다면 영화는 과연 그대로의 영화일 수 있을까. 개봉일을 기다리고 GV행사를 함께 하고 싶어 마음이 두근거리고 나와 비슷한 마음의 누군가와 함께 아름다운 무언가를 나누는 그런 경험들이 모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면, 한 달에 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수많은 영화를 클릭하고 잠깐 보다 마는 그런 누적의 흔적들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면 나는 그것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만든 어떤 이도 그런 결과에 또 다른 창작의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 진명현(무브먼트 대표) 

    에디터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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