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 파운데이션의 성공 신화

BB크림으로 시작된 K 뷰티 열풍은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차 도장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화장 문화를 바꾸고, 이제는 한국 화장품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쿠션 파운데이션. 그 성공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1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XP SPF50+/PA+++. 15g×2개 4만원대. 2 마몽드의 커버파우더 쿠션 SPF50+/PA+++. 15g×2개 3만2천원대. 3 에스쁘아의 프로 테일러 쿠션 SPF50+/PA+++. 15g×2개 3만5천원. 4 헤라의 UV 미스트 쿠션 SPF50+/PA+++. 15g×2개 4만5천원. 5 프리메라의 워터리 CC쿠션 SPF50+/PA+++. 15g×2개 3만5천원대. 6 에뛰드하우스의 진주알 맑은 모이스트 애니 쿠션 SPF50+/PA+++. 15g 1만8천원. 7 라네즈의 비비 쿠션 SPF50+/PA+++. 15g×2개 3만7천원대. 8 베리떼의 UV 멀티 쿠션 DX. 15g×2개 4만원. 9 이니스프리의 앰플 인텐스 쿠션 SPF34/PA++. 15g 2만원. 10 설화수의 퍼펙팅쿠션 브라이트닝 SPF50+/PA+++. 15g×2개 6만5천원대. 11 한율의 광채 쿠션 SPF50+/PA+++. 15g×2개 3만8천원대. 12 리리코스의 마린 UV 워터쿠션 SPF50+/PA+++. 15g×2개 4만5천원대. 13 아모레퍼시픽의 트리트먼트 CC쿠션 SPF50+/PA+++. 15g×2개 6만5천원.

전 세계 뷰티업계가 한국 뷰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세계 곳곳의 뷰티 에디터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국 뷰티 에디터라고 소개하면 뜨거운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곤 한다. 한국 여성의 뷰티 습관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 브랜드 이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 뷰티 에디터로 사는 게 마치 훈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한국 화장품이 뜨겁게 주목받는 것에 대해 케이팝 열풍이 한몫했다는 의견도 많지만, 글로벌 뷰티 브랜드 제품과 차별화되는 국내 뷰티 브랜드의 혁신적인 제품들이 뒷받침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2012년 BB크림 열풍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 뷰티 브랜드들은 이후 슬리핑팩, CC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해서 시장에 내놓으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중 독보적인 제품이 쿠션 파운데이션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쿠션 파운데이션의 탄생
한국 여성의 파우치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며 ‘쿠션’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한 쿠션 파운데이션의 탄생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남다른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중반, 자외선이 피부에 해롭다는 인식과 함께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덧발라야 차단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외출 후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덧바르기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베이스 메이크업을 한 상태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를 수 없어 늘 고민이었다. 피부에 발랐을 때 지속성은 좋으면서 기존 오일 인 워터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처럼 답답한 느낌이 없는 자외선 차단제와 더불어 튜브나 펌프 타입이 아닌 휴대가 가능한 새로운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던 연구원의 눈에 들어온 건 주차 도장이었다. 액체가 흐르지 않으면서 종이에 모양이 균일하게 찍히는 스탬프에서 영감을 받은 연구원은 스펀지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자외선 차단제의 내용물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스펀지 소재를 찾기 위해 스탬프 제조업체, 목욕용 스펀지 제조공장, 사인펜 공장, 인형 공장, 소파 공장 등 스펀지가 있는 공장이라면 어느 곳이든 찾아 다녔다고. 그 결과 마침내 80여만 개의 미세한 구멍이 있는 발포 우레탄 소재를 찾아냈다.

쿠션 파운데이션의 탄생 비화만 들어보면 한 연구원의 새로운 발상이 만들어낸 신기한 발명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시작은 여성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그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5>에서 쿠션 파운데이션을 ‘작은 혁신’의 모범 사례로 꼽기도 했다. “쿠션 파운데이션 화장품은 소비자의 니즈로부터 출발하는 ‘작은 혁신’의 모범 사례다. BB크림의 성공 요인은 부정하지 않고 계승하되, 소비자가 사용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작은 불편을 역발상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성공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쿠션 파운데이션과 환상의 짝꿍인 에어셀 퍼프 역시 오랜 고민과 연구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오염을 방지하는 필름막이 있는 상단부와 공기를 머금어 피부에 부드럽게 밀착되게 하는 중간부, 미세한 셀 구조로 되어 있어 내용물이 균일하게 발리도록 돕는 하단부로 구성된 3단 퍼프를 개발한 것. 항균 기능과 쿨링 효과까지 더해 쿠션 파운데이션의 인기에 한몫했다.

‘국민 파운데이션’으로 떠오른 쿠션 파운데이션
2008년 3월, 아이오페에서 에어쿠션이라는 이름으로 쿠션 파운데이션이 첫 출시된 후 헤라의 UV 미스트 쿠션, 아모레퍼시픽의 트리트먼트 CC쿠션 등 아모레퍼시픽 내 13개 브랜드에서 쿠션 파운데이션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4600만 개를 돌파했고, 2014년 한 해만 해외 시장에서 판매된 300여만 개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총 2500만 개가 넘게 팔리며 매출액만 9천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헤라의 UV 미스트 쿠션은 아이오페에 이어 두 번째로 출시된 제품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쿠션 파운데이션의 ‘원조’로 알고 있을 정도로 쿠션 파운데이션 열풍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2012년 출시 당시 품절사태를 빚어 대기번호를 나눠줄 정도였다. “입소문을 타고 출시 첫 주부터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현재까지 총 1200만 개가 넘게 팔렸죠. 현재도 2초에 1개씩 팔릴 만큼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어요. 헤라는 아직 해외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구매해 면세점에서 품절된 적도 많아요. 최근에는 패리스 힐튼이 한국 지인에게 선물 받아 사용한 뒤로 애용하게 됐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헤라의 메이크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노지혜 과장의 말이다.

쿠션 파운데이션의 세계화
현재 미국 시장에는 아모레퍼시픽의 트리트먼트 CC쿠션과 라네즈의 BB쿠션이 각각 백화점과 대형 마트인 타깃에 공식 입점해 있지만, 한국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 내 뷰티 온라인 쇼핑몰인 피치 앤 릴리(Peach and Lily), 소코 글램(Soko Glam) 등을 통해 헤라 UV 미스트 쿠션과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비롯한 제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트리트먼트 CC쿠션은 2013년 미국판 <엘르>가 매년 최고의 제품을 선정하는 ‘지니어스 뷰티 어워드’를 수상하며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라네즈 BB쿠션 역시 미국에서 판매되는 라네즈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뉴욕 뷰티 전문가들은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이 기술력 측면에서 미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고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주법인 부사장인 에스더 동의 말이다.

이처럼 쿠션 파운데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유사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파운데이션과 관련해 국내외에 114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13건의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최근에는 랑콤이 유럽 시장에 쿠션 형태의 파운데이션인 미라클 쿠션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쿠션 파운데이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출시 전부터 유튜브에 제품을 미리 사용해본 후기 동영상이 줄줄이 올라오기도 했다. 댓글에는 스스로를 쿠션 마니아라고 칭하며 자신만의 사용법까지 자세하게 설명한 해외 블로거들도 많았다. 유사품 논란을 떠나 뷰티 종주국인 프랑스의 대표 브랜드까지 쿠션 열풍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롭다. ‘Made in France’, ‘Made in Japan’이라 적힌 화장품에 열광하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이제는 전 세계 여성들이 ‘Made in Korea’라 적힌 화장품에 열광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K 뷰티의 인기가 중국과 일본, 태국, 대만 같은 아시아 지역에 치중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 뷰티 시장의 관심이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한국 여성의 피부 타입과 취향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쿠션 파운데이션 같은 혁신적인 제품의 출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한국 뷰티 시장이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속의 중심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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