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을 사랑한 사람들
저널리즘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이제는 뉴스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자를 말하라면, 오리아나 팔라치는 가장 처음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 바로 여자 기자라는 것. 그러므로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라는 제목이나, ‘20세기 가장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삶’이라는 부제는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인인 그녀는 기자, 종군기자 그리고 인터뷰어로 세계를 누볐다.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었는데, 이는 훗날 ‘문학적 저널리즘’으로 이름 붙여졌다. 또 그녀는 “인터뷰란 싸움이다. 상대를 발가벗기고 자신도 발가벗은 채 서로가 숨기는 것 없이 인격 전부를 걸고 맞서는 싸움이어야 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호메이니, 골다 메이어, 인디라 간디, 카다피, 덩샤오핑 등 세계 정세의 거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역사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History)>는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는 그 두께만큼이나 그녀의 삶과 열정, 그녀가 헌신한 저널리즘을 찬찬히 분석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불법행위로 인해 임기 중에 물러난 유일한 사례다. 이 스캔들을 파헤친 건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었지만, 그 뒤에는 그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준 편집장 빌 브래들리와 훌륭한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이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발판으로 워싱턴 지역 신문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전국 신문으로 도약했다. <워싱턴 포스트 만들기>에는 파산 위기에 몰린 <워싱턴 포스트>가 어떻게 유력 신문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과정이 담겨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람들이 증언하는 20세기 미국의 대사건들은 미국 저널리즘 역사의 한 토막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노라 에프론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 앤 줄리아>의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그녀는 <뉴욕 포스트>의 기자로 출발해 <뉴욕 매거진> 등에서 기자와 에디터로 긴 시간을 보냈다.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에 출간한 에세이다. 70세의 나이에도 재기발랄한 문체와 솔직함은 여전히 그녀의 무기였다. 이 책에서 그녀는 ‘저널리즘에 대한 러브 스토리’에서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신문사의 우편담당에서 사실확인 담당, 조사담당을 거쳐 직접 기사를 쓰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옮긴다. 저널리스트로서의 그녀의 예리한 시선은 매체의 틀을 벗어나 그녀의 사유와 개성이 자유롭게 어우러지기 시작하며 독특한 빛을 발한다. 할리우드의 유명 시나리오 작가를 부모로 둔 그녀는 일찍부터 셀러브리티의 삶에 익숙했지만, 그 안에 무작정 흡수되는 것을 거부하고 뉴욕으로 떠나 오로지 혼자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저널리스트로서, 감독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인 삶에서 그녀는 정말 멋지게 살았다.
<고종석의 문장>에는 아름답고 정확한 문장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집착에 가까운 고민과 답이 있다. 고종석은 20년 동안 경향신문의 기자 겸 특파원을 지냈다. 동시에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가 대학에서 한 글쓰기 강의를 정리한 까닭에, 책장을 넘기면 마치 1대1 글쓰기 교습을 받는 듯하다. 알랭드 보통의 신간 <뉴스의 시대>는 흥미롭다. 왜 그는 신문의 종말론이 대두하는 이 시기에 ‘뉴스’를 이야기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대목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뉴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뉴스는 대륙을 오가는 비행기를 타고 우리를 따라온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SNS 속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필요한 저널리즘은 과연 무엇일까. 저널리즘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이제는 뉴스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이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