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뜨 쿠튀르 명작
아름다움과 판타지, 기술적 완성도가 공존하는 완벽한 옷의 향연. 2014년 하반기 쿠튀르 컬렉션의 불후의 명작들을 모았다.
Dior
낭만과 탐구정신이 가득했던 19세기 말의 ‘벨 에포크(Bell Epoque)’로 돌아간 라프 시몬스는 당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세상의 만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시키는 풍만한 파니에 실루엣으로 시작해 우주복 같은 점프슈트와 19세기 초의 롱 코트를 탐구하다 다시 루이 14세의 화려한 자수를 수놓은 코트로 돌아오는 등 과거를 미래로 이끈 수많은 영감의 요소를 지극히 모던한 재단 안에 담아냈다.
Maison Martin Margiela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박스’를 사본 사람이라면 안다. 기준 없이 모인 물건들이 얼마나 큰 놀라움을 주는지를. 마르지엘라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기쁨으로만 채워진 미스터리 박스 같았다. ‘유럽 각지의 낡은 서랍에서 찾은 동전’을 활용한 물방울 무늬, 주워온 원단 샘플을 이어 붙인 카프탄이나 ‘병뚜껑 패치워크’가 돋보이는 드레스는 외면받고 버려진 물건들의 재기발랄한 환생을 보는 듯했다.
Elie Saab
완벽한 이브닝 룩을 연구하는 디자이너 엘리 사브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통해 이브닝 글래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바닥에 끌리는 드레스는 네크라인부터 밑단의 아주 끝까지 온통 섬세한 진주 비딩으로 뒤덮여 있었고, 시스루 레이스의 섬세함과 타프타 실크의 무게감은 화려한 대비를 이뤘다.
Chanel
빙산을 옮기고 슈퍼마켓을 통째로 지어버리는 통 큰 샤넬을 이끄는 사람이 칼 라거펠트라는 사실은 동시대 패션을 경험하는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언제나 막강한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인데,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양식과 바로크 문화를 잘 버무려낸 이번 컬렉션에서 그는 완만한 곡선의 우아한 튜브 드레스와 트위드 슈트 위로 실제 콘크리트를 잘게 빚어 만든 비즈를 수놓아 독특한 질감을 선보였다.
Giambattista Valli
언제나 우아한 쿠튀르 룩만 고집하던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이번 시즌 마음의 문을 활짝 연 듯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알함브라 궁전의 정원을 거니는 소녀를 상상했다는 그는 스페인과 아프리카 무어족의 문화가 이국적인 식물과 어우러진 그곳처럼, 지극히 섬세한 비즈 자수와 극적인 드레이핑, 촘촘한 플라멩코 프릴 같은 쿠튀르적 요소를 잠옷 셔츠, 냅킨 리본, 아무렇게나 몸에 두른 침대 시트처럼 힘을 빼고 가볍게 스타일링한 아이템과 결합해 신선하게 풀어냈다.
Valentino
발렌티노의 초점은 여전사들의 강인함과 아르누보식 미학에 맞춰져 있었다. 그리스 여신들이 입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떨어지는 화이트 드레스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월계수 잎 문양으로 장식돼 있었고, 투박한 가죽 벨트를 둘러 스타일링했다. 또 딥 그린 등 어두운 톤의 섬세한 실크 오간자 드레스는 진중해 보이고 싶은 할리우드 여배우의 레드카펫 룩으로 딱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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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박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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