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이 뭐길래
스타들의 갑상선암 투병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갑상선암’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그만큼 갑상선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는 것일 터. 그래서 갑상선과 갑상선 관련 질환에 대해 작정하고 알아봤다.
지난 달,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정아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다행스럽게도 조기에 발견해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 그녀에게 찾아온 불행이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이 엄정화와 안영미 역시 방송을 통해 갑상선암 투병 사실을 고백한 적이 있기에 뉴스를 접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갑상선암 증상에 대해 검색해봤다. 인터넷 검색창에 갑상 선암을 입력하자 ‘국내 여성암 1위’,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암 생존율’ 등의 연관검색어가 따라 나왔다. 실제로 갑상선 암은 국내 여성암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발병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사이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가 6배 이상 늘었다고. 갑상선암 발병률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갑상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음파검사나 혈액검사로 갑상선 검진을 받는 횟수가 늘어 초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과로,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 환경오염으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갑상선암외에도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같은 질환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병의 진행이 느리고 수술 후 생존율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갑상선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우리 몸이 보내온 신호를 무시하거나 다른 병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우리 몸속의 윤활유, 갑상선호르몬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자리하며 날개를 활짝 편 나비와 비슷한 모양이다. 가로 길이가 4cm 정도로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관이다. 갑상선의 주된 역할은 요오드를 원료로 티록신, 트리요오드티로닌 같은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것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가 먹은 음식의 영양소를 에너지의 형태로 바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마치 리모컨처럼 우리 몸의 체온과 심장박동, 호흡, 위와 장의 운동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때문에 갑상선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몸 전체에 이상이 나타나게 된다. 갑상선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자극호르몬에 의해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만약 뇌하수체나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해져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병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병으로 알고 있는데, 두 질환 모두 갑상선호르몬 분비의 이상으로 생긴다. 갑상선기능이 저하되거나 항진되면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줄고, 무기력해지고 생리가 불순해지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워낙 다양해 자가진단만으로 정확히 알기 어렵다. 때문에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의 이상은 갑상선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하는 혈액검사와 갑상선의 크기와 모양 등을 파악하는 초음파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식욕은 늘고, 살은 빠지는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호르몬이 적정량보다 많이 분비되면 심장박동과 호흡, 소화기능, 장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우리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 부른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갑상선이 비대해져 목이 부은 것처럼 보이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져 심장이 자주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위와 장의 운동이 지나칠 정도로 활발해져 식욕이 늘고 많이 먹지만 오히려 살이 빠지고, 설사를 자주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신진대사가 빨라져서 평소보다 땀이 많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조금만 걸어도 마치 달리기를 한 것처럼 숨이 차고 지치기도 한다. 또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30% 정도에서는 개구리눈처럼 안구가 튀어나오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감정기복이 심해지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심리적인 변화도 따라온다.
그렇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왜 생기는 걸까?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그레이브스병이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95% 이상이 이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발생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역시 우리 몸의 면역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 밖에도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거나 임신 중 호르몬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갑상선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으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방법은 갑상선 호르몬의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와, 방사선으로 갑상선 조직을 일부 파괴하는 방사성 요오드치료, 그리고 갑상선 조직의 일부를 잘라내는 절제술로 나뉜다. 보통은 1~2년 정도 갑상선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항갑상선제를 복용해보고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해 갑상선 조직을 부분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을 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국내에서는 널리 사용되지않지만 방사선 피폭량이 비교적 적고 부작용이 거의 없어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최후의 방법으로 수술로 갑상선 조직의 일부를 제거하는데, 수술 후 5~10%가 재발이 되고 25~30%는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증세가 나타나므로 수술 전에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무기력한 일상의 연속,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정반대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신진대사가 늦어져 손발이 차가워지고 평소보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식욕이 떨어져 식사량은 줄지만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체중은 오히려 늘어나며,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속도가 느려져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아진다. 위와 장의 활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변비가 심해지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피부와 두피, 모발이 건조해지거나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갑상선이 커지거나 단단해지는 것도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대표적인 증상 가운데 하나다. 우울증과 비슷한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증상은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정반대에 가깝지만 병의 주된 원인이 면역체계의 이상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95% 이상은 우리 몸속에서 세포의 정상적인 사멸을 유도하는 T림프구가 갑상선에 침입해 염증을 일으켜 갑상선을 파괴하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해 발생한다. 증상과 원인은 복잡하지만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채우면 된다. 그러면 대부분 증상이 금세 나아지지만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약물 치료를 할 때 갑상선호르몬제의 양이 부족할 경우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증세가 계속되고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기적으로 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반드시 정해진 양만큼의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갑상선에 생긴 착한 혹과 나쁜 혹, 양성 결절과 갑상선암
정기검진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던 중 간혹 혹이 발견되면 암이 아닐까 걱정부터 하는데 갑상선 결절이라 부르는 혹은 성인의 약 4~7%에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므로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손가락으로 갑상선 부위를 만져 혹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파악하는데, 혹이 확인되면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혹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한다. 그런 다음 가족 중에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가 있었는지, 과거에 방사선에 노출된 경험이 많았는지 등을 추가로 파악한다. 만약 갑상선암이 의심되면 미세한 침으로 혹이 있는 부위를 찔러 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CT나 MRI 촬영을 실시하기도 한다. 혹이 발견되더라도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명되면 일단 안심해도 좋다. 양성 결절은 악성으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고 크기도 서서히 자라기 때문이다. 결절의 크기가 3cm 이상으로 크거나 양성인지 악성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갑상선 내에서 커진 것을 악성 결절이라 하는데 악성으로 판명되면 수술로 제거한다. 갑상선을 일부 제거해도 보통은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지만, 수술로 절제한 부분이 넓거나 수술 후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면 갑상선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 부를 만큼 진행 속도가 느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도 매우 높다. 갑상선암 초기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별한 이상 증세가 없더라도 미리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스트레스는 쌓아두지 않는다 갑상선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혼란을 가져와 그레이브스병을 비롯한 갑상선 질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려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좋다.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식품은 적당히 섭취한다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려면 요오드가 꼭 필요하지만 천일염을 넣은 김치나 장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의 경우 결핍보다 과잉이 문제다. 요오드의 과잉 섭취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질환을 악화시킨다. 때문에 갑상선 질환이 있다면 요오드가 풍부한 다시마, 미역, 김 등의 해조류를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채식 위주 식단은 피한다 지나친 채식 위주 식생활은 요오드 결핍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채소와 과일의 요오드 함량이 동물성 식품이나 해조류보다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한 콩, 양배추, 무, 브로콜리, 배추는 갑상선 결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채소 속에 함유된 갑상선 질환을 유발하는 성분은 가열하면 파괴되므로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는 것이 좋다.
흡연을 삼가고 음주량을 줄인다 흡연과 지나친 음주는 갑상선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서 흡연이 그레이브스병에 걸릴 확률을 높이고 그레이스병의 재발에도 영향을 주며, 알코올 섭취와 갑상선 크기가 커지는 것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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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조은선
- 포토그래퍼
- 이승엽
- 모델
- 정유진
- 스탭
- 헤어 / 권영은, 메이크업 / 제갈경
- 기타
- 도움말 | 김법우(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조교수), 참고서적 | , 이은직 지음, 헬스조선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