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統攝)의 시대다.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통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지식의 통합을 뜻하는 통섭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윤순봉은 “외국인과 통화하면서 자동으로 통역이 되는 자동 번역 휴대전화를 만든다면 세계 시장을 제패할 것”이라며 IT업계에도 언어학, 심리학, 인지과학 등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통섭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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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튜디오 드리프트, Shylight, 2016. 2 엘뜨레, 자동추진수레, 2005.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류 최초의 통섭인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명작을 남긴 미술가이자, 현악기인 ‘리라’를 직접 만들고 연주한 음악가이며, 건물 설계도를 그린 건축가, 인체해부학을 연구하고 비행선, 도르래, 탱크 등을 설계한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이 기술과 이론적 학문이 접목돼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거기에 멈추지 않고 모형을 만들고, 실험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단순히 15세기 당대 천재라고만 말하기엔 부족하다. 그의 성취는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덱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밀노트로 일컬어진다. 다방면으로 활동했던 그는 37년간 100권이 넘는 기록물을 남겼다. 끈질긴 관찰과 끊임없는 연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그가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쳤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자료다. 12월 23일부터 열리는 <다빈치 코덱스 전>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디자이너, 엔지니어, 공학자, 미술가 등의 결과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년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구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엘뜨레(Leonardo3)’, 자연과 인류 그리고 기술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면서도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튜디오 드리프트, 미국 MIT 공과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로봇 박사 김성배,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디자이너 장성, 다빈치가 발명한 최초의 자체 추진 동력과 기계 장치의 모형 등을 작업한 자동차 디자이너 정연우 등 전시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 있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랬듯 예술과 과학, 기술의 경계를 모두 허문다. 디자이너 장성의 설치작품 ‘Mobi_Chisea’를 보고 있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케치한 교회 건축물이 떠오르고, 뉴미디어 아티스트 전병삼의 조각작품과 영상물을 보면 ‘모나리자’가 연상되며 미디어 아티스트 한호가 그린 ‘21세기 최후의 만찬’에서는 동명의 다빈치 작품이 떠오른다.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오마주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그의 철학을 충실히 따른다. 또한 우리의 삶과 다방면으로 맞닿아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밀 노트를 재해석한다. 2017년 다빈치 코드의 실마리는 이 전시에 참여하는 일곱 팀이 각기 다른 색깔로 풀어낸다. 전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건 이뿐이 아니다. 배우 유아인이 전시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오디오 가이드에 목소리를 더했고,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특별 도슨트가 된다. 또한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전시 주제음악을 제작하니 이 전시의 가치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