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S ON FIRE / 유노윤호

유노윤호의 계절은 항상 뜨겁다. 적당히 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재킷은 렉토(Recto).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셔츠와 데님 팬츠는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슈즈는 프라다(Prada). 링은 크롬하츠(Chrome Hearts).

톱은 렉토. 팬츠는 요지 야마모토 뿌르 옴므(Yohji Yamamoto Pour Homme).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벨트는 디올(Dior). 모자와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은 구찌(Gucci). 안경은 젠틀몬스터.

재킷과 팬츠는 렉토. 슈즈는 로에베(Loewe). 네크리스는 크롬하츠.

톱과 팬츠, 슈즈, 벨트는 모두 구찌.

요즘 준비하는 활동이 아주 많다면서요?
배우 활동에도, 가수 활동에도 에너지를 쏟고 그룹 활동과 일본 활동까지. 그러다 보니 제 안에서 캐릭터가 적어도 4개가 만들어지는 상황이에요. 감사한 동시에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 안에 인간 정윤호는 없나요?
있죠! 생각보다 많아요. 은근히 줏대가 확실한 편이라서요.(웃음) 아, 그 얘기는 하고 싶어요. ‘열정캐’라고 하는데, 진짜 친한 사람들은 알아요. 저는 ‘열정캐’보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걸 ‘빡!’ 하는 스타일이에요.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아예 안 해요.

어떤 걸 할지, 안 할지는 어떻게 선택하나요? 
확실히 결정하기 전에 생각이 되게 많아요. 누워 있을 때도 고민해요. 그런데 생각이 많다는 건 ‘내가 지금 살 만한가 보다?’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 저 자신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너 지금 엄살 부리는 거 아니야?’예요. ‘네가 네 안에 리밋을 걸어놓고 있는 거 아니야?’라고 되물어요. 작품도 계속하고 있고, 공연도 준비해야 하고, 플레이어뿐 아니라 기획 쪽도 맡고 있으니까요. 에너지 소비가 상당히 커져서, 그게 고민이에요.

연기 활동 얘기부터 하면 지난해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로 호평을 받았어요. 새 작품 <도쿄 버스트: 범죄도시>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고요.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일본 리메이크작이죠.
<파인>은 좋은 분들과 함께한 작품이고 제게 ‘연기가 재밌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강윤성 감독님이 지금은 ‘브라더’지만, 첫 리딩할 때는 혼났어요. 감독님한테 2주만 달라고 했죠. 선배님들이 다 받아주실 거라는 믿음과 재미난 승부욕이 생겼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오디션이었어요.  

류승룡 씨가 인터뷰에서 말하길, 아주 결연했다면서요.
류승룡 선배님이 DM을 보내셨어요. “지금 여기 장난 아니야, 칼에 베지 않게 준비 잘해서 와라.” 어떻게든 준비해서 가겠다고 했죠. 저는 그 약속을 지킨 거예요. 2주 만에 캐릭터를 잡고 오니까 감독님이 놀라셨대요. “네가 ‘벌구’가 되었다”고 하셨죠. 감독님이 원작과는 다른 뭔가 나올 것 같다고 하셨고, 제 안에서 벌구의 대답을 찾아냈어요. 또 중간중간 선배님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저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나요?
예전보다 좀 더 유연해졌다고나 할까. 근데 아직도 멀었어요. 일본에서 첫 작품을 우치다 감독님과 한 게 운이 좋았고, 미즈카미 코시와의 호흡도 너무 좋았고, 거의 애드리브로 채운 것 같아요. 야마모토 히데오 카메라 감독님도 워낙 유명하신 분이거든요. <파인> 하면서 강윤성 감독님께 “저 이 작품 할까요?” 했는데, 감독님이 ‘무조건 하라’고 하셨거든요. “우치다 감독님과는 해보는 게 좋을 것 같고, 너한테도 좋은 시너지가 날 거다” 라고요.   

벌구는 동네 건달, 이번 최시우는 형사 역이죠. 어떻게 만들어갔어요? 
보통 엘리트 형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안에 입체감을 더 넣고 싶었어요. 마동석 선배의 후배 느낌으로 하되, 사투리를 해보면 더 거친 느낌도 나고 좋을 것 같았죠. 제가 하는 일본어는 예쁜 서울말 같거든요. 대사 톤을 하나하나 만들었는데, 감독님이 그게 ‘최시우’처럼 보였다고 좋아하셨어요. 

영화가 일본에서는 이미 공개됐는데, 만족스럽나요?
액션 배우로 좀 어울린다?(웃음) 그런 얘길 많이 들었어요. 일본에서 약간 반듯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었는데,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오래 활동할수록 대중의 찬사와는 조금 멀어져요. 그러다 좋은 평을 받으면 여전히 가슴이 뛰나요? 
연기로 칭찬받는 건, 정말 달랐어요. 한 선배님이 “드디어 연기로 신인상을 받게 되었는데, 지금  네 나이에 받아서 더 의미 있는 것 같다”라고 하셨을 때 좀 울컥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제일 약했던 아킬레스건이었으니까요. 결국 포기하지 않아서 이런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버텼다는 뿌듯함이 컸습니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서 성장하는 경험이 좋았어요. 아이돌은 아무래도 보호받는 환경이잖아요. 하지만 배우는 스스로가 이끌어야 하는 것 같아요. 너무 다른 환경이다 보니 캐릭터를 만나고 연구하면서 성장하는 경험이 제게는 새롭고 소중해요. 

그런 성장이 음악 활동에는 어떻게 영향을 주나요? 실제로 기획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점도 기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어요.  
저는 공연할 때 ‘이유 없는’ 걸 되게 싫어해요. 그냥 할 바에는 안 해요. 이유도, 스토리도 있어야 해요. 공연할 때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으니까 적당히 할까?’ 하면 관객 분들이 그냥 아시거든요. 티켓 한 장을 사서 공연장에 올 때까지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잖아요. 저도 그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야죠. 

얼마 전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방신기 일본 데뷔 20주년 공연으로 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어요. 그때의 스토리는 뭐였나요?
‘달의 뒷면에서 만나요’였어요. 달 뒤편은 우리가 보지 못하잖아요. 이제 못 보는 세계로 함께 가보자는 의미를 담았죠. 동방신기로 20년을 보내며, 우리가 어떻게 왔고 어떻게 했는지를 한 번 정리하는 세트리스트였어요. 닛산에 세 번째 서는 것도 저희에게는 신기록이지만, 맨 처음에 섰을 때 엄청 떨던 부분도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각 시간에 맞춰서 ‘여기까지 왔다’는 걸 20주년에 보여주자는 게 스태프 분들의 의견이었어요. 오랜만에 1대부터 5대까지 댄서들도 다 모였어요. 

저도 가끔 동방신기의 옛 영상을 봐요. 그런 분들이 많던데요?
오, 뭘 보시나요? 

‘Purple Line’ ‘왜(Keep Your Head Down)’ ‘The Way U Are’ 모두 굉장히 새로운 곡이었죠. ‘네 귀에 달려 있던 귀걸이 네 몸무게’라는 가사처럼요.  
오! 그 노래들이 좋아요. 절대 쉬운 곡이 아니에요. 저는 패션도 한몫했다고 봐요. 요새 과거의 Y2K 무드가 다시 돌아왔잖아요. 클래식은 이길 수 없다고 봅니다.(웃음) 그때도 사실 스물여섯 살인데, 그땐 제가 다 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듯 20년이 넘는 유노윤호의 시간이 하나하나 쌓여 있어요. 유노윤호에서 시작된 밈도 너무나 많죠.  
‘축하맨’이 됐죠. 어디 가도, 모르는 분도 축하 한 번만 해달라고 해요. 근데 저도 그걸 진심으로 한단 말이에요. 힘을 주고 매번 진심으로 하다 보니 여덟 번 정도 하면 목이 쉽니다.(웃음) 그럼에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게 제 주의예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순간이 많으니까요. 

또 첫 단독 솔로 콘서트 투어 <U-KNOW PROJECT 26 : SCENE#1>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어요. 이번에는 어떤 스토리를 담을 예정인가요?
지금에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내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면 좋겠다. 그걸로 미니 앨범도 만들었죠. 20년이면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는 시간이잖아요. 이제서야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린 윤호’가 나와요. 초등학교 4학년 친구를 섭외했는데, 아주 스타성이 있는 대단한 친구예요. 제가 4학년 때 학예회에서 춤을 췄거든요. 이번 뮤비에도 그 친구가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친구에게도 큰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연습생 시절 다나의 곡에 래퍼로 참여했는데,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까요.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는 순간이네요. 
그런 시간을 담고 있어요. 지금까지 유노윤호로 살아온 시간이 정윤호를 넘어섰어요. 20대에는 일과 친구들에게 미쳤고, 30대에는 팀을 이루는 데 미쳤죠. 

만날 수 있다면 ‘미래의 윤호’와 ‘과거의 윤호’ 중 누구를 만나겠어요? 
저는 원래 과거 안 봅니다. 미래의 윤호는 만나보고 싶긴 해요. 근데 현재를 어떻게 잘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결정되겠죠.

미래는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마이클 잭슨을 존경하는데, ‘어떻게 하면 넘어설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최소한 한 살이라도 더 오래 할 수는 있겠다. 조용필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들 보면서 ‘저렇게 오래 남는 아티스트가 되려면 뭘 해야 할까?’를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그 시간들이 전부 2026년으로 수렴되네요. 왜 올해였나요?
예전부터 기획한 것들이 올해 좀 몰렸어요. 좋은 타이밍과 좋은 사람을 만나서 지금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가장 집중하는 건 공연이에요. VCR, 뮤비…. 이 공연을 위해 소방법까지 공부하고 있어요. 팬 분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줄까, 어떻게 뮤지컬적인 요소를 살릴까 매일 고민 중입니다. 

소방법 공부하는 아티스트. 새롭네요. 
늘 고민해요. 저는 ‘Thank U’ 역주행을 보면서 1분 20초짜리 뮤비를 만들까 생각도 했어요. 시간에 따라서 저도 계속 변화하는 것 같아요. 아까도 물으셨죠? ‘그러면 정윤호의 삶은 어땠느냐’고요. 그걸 이제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어요. 한 분야에서 오래 하다 보니 아는 것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모르는 것도 여전히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그 빈 부분을 찾아 채워가고 싶어요.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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